<공천파동③> 4·11 총선, 무소속 연대 돌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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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파동③> 4·11 총선, 무소속 연대 돌풍 가능할까?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3.13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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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민국당과 2008년 친박연대 사례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새누리당이 시끄럽다. 4·11 총선 공천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탈락한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벌써부터 공천 불복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무소속 연대 등을 모색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무소속 연대가 돌풍을 일으킬까.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2000년 16대 총선 직전 창당된 민국당(민주국민당) 사례를 들며 성공 여부를 점치고 있다.

민국당이 만들어진 배경은 현재 새누리당의 '공천파동'과 매우 닮았다. 그 때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서 '공천파동'이 일어났다. 거물급인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 등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는 당시 이회창 총재가 자신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조순과 김광일은 이회창의 독주에 분개하며 공천을 반납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김윤환의 공천 탈락에는 그가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김윤환은 전두환에게 6·29선언을 받아들이게 한 것은 물론 민자당 시절 김영삼이 대선 후보가 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신한국당 시절에는 영남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만드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이런 김윤환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이기택이 공천을 못 받은 것을 놓고는 '정적 제거'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이기택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회창이 아닌 이기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회창이 이기택을 자른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 불공정 공천 논란이 심할수록 탈당파들이 만든 무소속연대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국민들은 무소속연대에 동정심을 보였다. 반면, 투명하지 못한 공천을 한 정당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날렸다. ⓒ뉴시스

이처럼 한나라당이 이회창 1인 체제로 구축되는 과정에서 탈락된 인사들이 민국당을 주도했다는 점과 현재 새누리당이 박근혜 1인 체제화 되는 과정에서 탈락한 인물들이 무소속 연대를 만들려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민국당에 대한 여론도 좋았다. 한 정당이 1인 지배체제화 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국당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면모와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그 해 2월 하순경 약 20% 정도의 국민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민국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들은 '억울하게'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보낸 것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동정심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민국당이 '영남당'으로 비쳐 신선감이 떨어졌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민국당에는 호남 출신의 김상현이 있었다. 또 강원도 출신의 조순과 한승수가 있었다. 조순은 특히 민국당이 영남당이 되는 것을 놔두지 않았다.

민국당에 참여한 바 있는 장기표 녹색통일당 대표는 당시에 대해 "지역당 구도와 금권정치에 희생되어 새로운 정치를 해 보려는 젊은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잘만 가꾸어 가면 지역당 구도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갖춘 정당을 만들 수 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처럼 나름 괜찮은 정당이었지만 민국당은 그 해 4·13 총선에서 단 2석을 얻으며 쇄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에 일각에선 민국당이 저조한 성적을 낸 것 같이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만들 무소속연대 또한 그다지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국당과 새누리당 무소속연대는 결정적인 조건에서 완전히 달랐다는 반박이 적지 않다.  당시 정치 상황이 크게 달랐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국당이 창당될 때 여당은 새천년 민주당이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다. 제1야당은 한나라당이었다. 김대중(DJ)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민국당도 괜찮았지만 DJ정권을 상대로 강력히 투쟁하는 대항마로서 이회창의 한나라당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민국당이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왔던 것과 달리 지금 거론되고 있는 무소속 연대는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분리된 세력이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의 친박연대와 똑같은 경우다.

친박연대는 여당 내 계파 간 갈등에 따라 출연한 것인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어차피 같은 보수 성향의 친박연대에 표를 좀 준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보수에 위기가 오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고, 여유로운 마음에서 친박연대에 표를 줄 수 있었다.

▲ 서울 중랑갑 예비후보 경선에 탈락한 새누리당 유정현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공천관련 여론조사 현황판을 들고 공천심사 과정을 공개하라며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9일 한 유력 정치 분석통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은 12년 전 이회창의 한나라당에서 벌어진 공천파동과 너무나 닮았다. 하지만 그 때는 야당에서 벌어진 것이고 지금은 여당에서 벌어진 것이다. 친박연대의 경우처럼 여당에서 벌어진 공천파동에서는 탈락자들에 대한 동정심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탈락한 인사들로 구성될 무소속 연대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이유다."

재선의 한 친이계 의원은 "지금 얘기되고 있는 무소속 연대를 자꾸 민국당과 비교하면서 김을 빼는 세력이 있다"면서 "친박계가 위기를 느끼고 그런 말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은 2008년 때 '친박연대'로 재미를 봤으면서 이제와서는 딴 소리를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표적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 공심위가 18대 때는 그나마 계파가 완전히 독점을 하지 않았다. 소위 친박(박근혜)계가 세 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전원을 친박계나 자기가 아는 분으로 구성을 했기 때문에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이번 공천 과정은 투명하지 않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후보를 밀실에서 비밀주의로 공천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보복 공천이다', '친이계 학살이다', 더 나아가서 '보수 학살이다', 이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직접 OX를 치지는 않았겠지만 결국은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분들을 먼저 제거한 것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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