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과 공작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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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과 공작정치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2.03.1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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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버지 정치식견 물려받았다면 공작(?)에 안 넘어갔을 텐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김현철 전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이 새누리당 공천탈락과 관련,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황을 보면, 김 전 부소장의 항변이 제법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새누리당은 김 전 부소장의 15년 전의 전력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전력이 문제된다면 애초에 김 전 부소장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발탁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한 뒤 총선을 앞두고 전력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김종인 전 의원을 보더라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문민정부 당시 동화은행 뇌물수수로 사법처리 된 인사입니다. 이와 관련 비대위원 측은 “15년 전의 사건을 지금에 와서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부소장의 공천과 관련하면 그야말로 언어도단인 셈이죠.

▲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소장 ⓒ뉴시스
또한 김 전 부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다고 합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YS 정부시절,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이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김 전 부소장이 판단을 한거죠. 다시 말해, 김 전 대통령의 정신적 자산을 아들인 김 전 부소장이 이어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종인 위원이 ‘김현철 낙선’을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 위원 뒤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있다는 것이고요.

솔직히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김 전 부소장은 무소속 출마를 생각하고 지역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 핵심 측근이 “경쟁력 있는 후보가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자신 있으면 공천심사를 받아보라”고 김 전 부소장에게 전했답니다.

김 전 부소장은 경쟁력을 확보할 자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한 거제시 여론조사에서 늘 수위를 달렸다고 합니다. 자신이 있었던 겁니다. 공천장을 새누리당에 내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김 전 부소장은 대단한 아버지 빽(?)을 앞세워 공천을 원한 것도 아닙니다. 그는 소박하게 경선에 참여만 해달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김 전 부소장이 정치공작이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좀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김 전 부소장이 ‘YS가 어떻게 군사정권과 싸워 문민정부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했으면 공작(?)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요.

군사정권과 싸웠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1982년 10월 7일은 김현철 전 부소장의 형인 김은철 씨의 결혼식이 있던 날입니다. 당시는 YS의 연금이 계속되던 시간입니다.

10월 5일까지만 하더라도 관할인 노량진 경찰서는 YS의 승용차 트렁크까지 검색할 정도였습니다. YS가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몰래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가 생각을 바꿔 참석을 종용했습니다.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참석해야 한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아니냐”고 종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YS는 “나는 아버지 이전에 정치인이다. 국민들은 내가 지금 연금상태인 것도 모르는데 자유로웠다는 것을 선전하란 말이냐”며 거절했습니다. 자녀의 결혼은 인륜지대사였건만 군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불참하게 된 겁니다.

YS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자 분노가 대단했습니다. ‘자식의 결혼식조차 못 가게 하는 군사정권을 박살내자’는 목소리들이 결혼식장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아들 결혼식’ 사건은 군사정권을 끝장내기 위해서 YS가 얼마나 처절히 싸워왔는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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