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창흠 살려야 레임덕 피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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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창흠 살려야 레임덕 피한다는 착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2.27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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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 불러온 건 독선적 국정운영…변창흠 임명 강행이 레임덕 부추길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여당 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국회가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송부하는 대로 임명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강한 만큼, 변 후보자는 해가 바뀌기 전에 ‘후보자’ 꼬리표를 뗄 것으로 관측됩니다.

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정부여당이 강행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은 레임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전언입니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 코로나19 확산,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변 후보자마저 낙마한다면 곧바로 레임덕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변 후보자 임명을 통해 국정운영 주도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여당의 생각이 옳은지는 의문입니다.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국민이 민주당(위성정당 포함)에게 180석을 몰아준 것은 불과 8개월 전의 일입니다. 4·15 총선 직전인 4월 13일부터 14일까지 <리얼미터>가 수행(TBS의뢰)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보다 15.7%포인트나 높은 45.2%였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55.7%에 달했습니다. 즉, 겨우 8개월 만에 민주당은 15.2%, 문 대통령은 18.3%라는 지지율을 잃어버린(TBS 의뢰·리얼미터 12월 21~23일 수행 24일 공개 여론조사 기준) 겁니다. 

그렇다면 8개월 동안 뭐가 달라진 걸까요.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저 이제는 원하는 대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고, 실제로 그 힘을 ‘요술방망이’ 휘두르듯 써왔다는 것이 차이일 뿐입니다. 관행적으로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누던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야당을 패싱한 채 온갖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는 등 ‘힘’과 ‘숫자’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8개월 전과 다른 점입니다. 그러는 동안 민주당이 ‘민주적인 정당’이라는 국민의 인식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성’을 의심받은 정당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걔(피해자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등의 ‘망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는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여성인 경우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먹는 게 조심스러운데”라고 말해 또 다시 실언 논란을 일으킨 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정말 레임덕을 피하는 길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지난 8개월간 그랬던 것처럼, ‘힘’으로 밀어붙여 부적합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킨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국민이 바라보는 지금의 민주당은 180석짜리 집권여당입니다. 그런 정부여당이 국민의 62.4%가 ‘부적격’이라고 판단(데일리안 의뢰·알앤써치 12월 21~22일 수행 23일 공개 여론조사 기준)하는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데, 정부여당이 ‘국정 동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생각하고 지지를 거두지 않을까요. 도리어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레임덕은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요. 변 후보자 임명 강행이 레임덕을 막기 위한 결단이라는 정부여당의 생각이 ‘착각’은 아닌지, 국민에게 더 절망감만 안기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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