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고개숙이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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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 고개숙이는 대기업들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2.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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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출시로 독점시장 붕괴
삼성전자-KT 대놓고 신경전
경쟁사 아이폰 견제 ‘속앓이’


사과 하나가 한국 이통시장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그것도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최근 한국시장에 아이폰을 상륙시킨 애플사 얘기다.

아이폰은 터치식 MP3인 아이팟에 인터넷 기능을 더한 똑똑한 휴대전화로, 말 그대로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 3년간 전세계 80여국에 출시돼 현재까지 3500만대 이상 판매된 아이폰의 한국시장 상륙은 그 자체가 빅뉴스였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위피' 탑재건과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문제 등 이런저런 걸림돌을 딛고 성사시킨 애플발(發) '서울 상륙작전'이었기 때문이다.

1위를 목표로 삼은 KT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외신 보도처럼 구입 희망자들은 추위 속에서도 길게 줄을 섰고, 손에 넣은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앞다투어 셀프 촬영 사진을 올리며 '인증 샷' 놀이를 즐기고 있다. 예약구매를 위해 인터넷으로 신분증 사본을 보내고,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는 찜찜함을 뒤로한 채 무려 10만여 명이 아이폰을 구입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폐쇄적인 방식에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운영되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강적에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폰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을 관망하면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삼성전자는 갑자기 수십종의 스마트폰 라인업 계획을 발표하고 나설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이통사 대기업들은 아이폰으로 인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고, 관련 업계들도 아이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폰 상륙이후 공짜폰 40여종 우르르…연말 통신 시장 혼탁
LG텔레콤은 100만원이 넘는 오즈 옴니아를 8만5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이달 하순부터 공짜로 판매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이달 초부터 같은 가격의 T옴니아를 9만5000원에 가입할 경우 역시 공짜로 팔고 있다.

이들 초고가의 휴대폰 뿐 아니라 시중에서는 일반요금제로도 무수한 공짜폰을 접할 수 있다. 애니콜, 사이언 등 40만원대 휴대폰은 대부분이 공짜고 모토로라 레이저룩, 스카이 오마주, 스카이 허쉬 등 일부 50만원대 휴대폰도 공짜로 판매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삼성전자 SCH-W270, SCH-W460, SCH-W720, SCH-W860, LG전자 LG-SH400, LG-SH470, LG-SV390, 팬택 IM-S350, IM-S410, IM-U440S, 모토로라 MS500W, VU20등이 공짜폰으로 나와 있다.

KT는 삼성전자 SPH-W5200, SPH-W5000, SPH-W8400 LG전자 LG-KH3100 팬택IM-U440K, IM-S410K 등을 공짜로 내놓았다. LG텔레콤은 LG전자 LG-LH8000, LG-LU1600, 삼성전자 SPH-B8850, SPH-W8350, 팬택IM-U450L IM-S400L 등의 모델이 공짜다.

한동안 잠잠했던 공짜폰의 재등장은 아이폰이 촉발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아이폰이 시장에서 상상이상의 놀라운 반응을 일으키면서 긴장한 경쟁사들이 ‘손님단속’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특수까지 겹치면서 업계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는 번호 이동에서도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부터 통신업계에서는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면서 번호이동 건수가 10, 11월 2개월을 합해 31만7719건으로 진정됐다. 그러다 12월 들어 단 1주일간 13만8407건으로 급증했다.

KT의 아이폰 공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회사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번호이동시장 점유율은 12월 이전까지 4개월간 평균 40% 수준이었는데 12월 들어 7일 기준으로 31.5%까지 하락했다. LG텔레콤 역시 26.5%에서 21.1%로 떨어졌다. 반면 KT는 12월 이전 40%에서 12월 들어 47.4%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통신업계의 과열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관계자는 "가입자를 뺏기고 뺏는 과열 현상은 어느 사업자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소모적인 마케팅 전쟁"이라며 "기존 가입자에게 돌아갈 다양한 혜택이 일부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KT와 '아이폰 실랑이'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 KT와 실랑이를 벌였다. 지난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KT 실무진은 지난 3일 회동을 갖고 최근 아이폰 출시 이후 시장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KT의 아이폰 밀어주기가 너무 심하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KT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또 "지금 KT의 행동은 아이폰에 대한 명백한 일방 플레이로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와의 협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행동이 지속된다면 양사의 협력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동은 최근 KT가 모든 역량을 아이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제조사에 소홀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KT가 조만간 출시될 '쇼 옴니아'폰 출시를 앞두고 출고가를 상당폭 인하할 것을 요구한 것도 삼성전자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이 나오면서 KT와 단말 제조사들 사이에 미묘한 흐름이 보이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번 모임은 양사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며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이폰 스트레스’ 관련업체 두통
도를 넘어선 ‘아이폰 광풍’ 때문에 관련업체들조차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폰을 국내 출시한 이후 개통 절차가 늦어지면서 항의를 받고 있는 KT 뿐만 아니라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까지 ‘아이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아이폰 관련 사항은  ‘쉬쉬’할 정도다.

포털업체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전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선물하겠다고 밝힌 후,  요즘 ‘아이폰 스트레스’에 톡톡히 시달리고 있다. 특히 다음이 아이폰의 경쟁제품인 삼성전자의 ‘T옴니아2’도 선택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일부 ‘아이폰 마니아’들은 “광고주의 눈치를 본다”는 감정섞인 말까지 퍼붓고 있을 정도. 다음 직원들은 두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다음 측은 결국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역풍을 맞을수 있기 때문. 다만 아이폰 마니아를 중심으로 아이폰 열풍이 불면서, 아이폰을 선택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T 옴니아2’ 선택 직원들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게 다음 관계자의 귀띔이다.  다음은 제품 선택권을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 과도한 아이폰 견제에 눈살
삼성전자의 아이폰 견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최근 이색 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끈다. ‘2010년 1월1일까지 전 직원 자사 휴대폰 애용’을 목표로 ‘자사제품 사랑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삼성 쪽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직원들의 애사심을 알아보기 위한 일환’이며,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것’일 뿐 100%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 가지’ 재제가 따른다. 바로 ‘비닐팩’이다. 즉, 타사 휴대폰을 가진 직원들은 ‘비닐팩’에 휴대폰을 넣고 밀봉해야지만 비로소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이 ‘아이폰 견제’로 분류되는 것 또한 이 ‘비닐팩’ 때문이다. 피부가 직접 닿아야만 작동하는 ‘정전용량식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에 비닐은 독이나 마찬가지다. 비닐팩에 담기는 순간 주요 기능을 잃게 되는 아이폰은 그저 네모난 전자시계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을 비롯한 타사 휴대폰의 경우 압력식 터치방식을 이용, ‘비닐팩’에 담기더라도 별다른 탈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비닐팩’ 논란과 관련, 삼성전자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경우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사업장 내부 사진촬영을 막을 수 있지만 타사 휴대폰의 경우 그런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어디까지나 사진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대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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