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노조탄압 ④> 에버랜드 사육사의 아빠 “우리 딸 죽음은 산업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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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노조탄압 ④> 에버랜드 사육사의 아빠 “우리 딸 죽음은 산업재해다”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3.1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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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주경 산재신청일, 삼성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사육사의 길을 가고 그 직장에서 ‘뼈를 묻을 때까지 있고 싶다’고 하더니… 말처럼 됐어요.”

삼성 에버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주경씨가 세상을 떠난지 70일이 됐다. 김 씨의 부모님은 딸 잃은 상처를 여전히 끌어안은 채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15일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11시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는 ‘고 김주경씨의 산업재해 신청 및 반윤리 기업 삼성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산인권센터와 삼성노동조합 등은 김씨의 산재 인정을 위해 에버랜드 대책모임을 구성하고 산재 신청에 돌입,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측은 “업무상 과로로 인한 패혈증이 김 씨의 사망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이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과로 등 심신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씨는 사망 한 달 전부터 열이 나고 온몸이 아프다며 지인들에게 패혈증 전조증상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14일 극심한 건강 악화로 찾은 병원에서는 39.9도의 고열과 170-100의 혈압이 측정됐다. 그러나 감기증상으로 간주돼 주사 처방 후 기숙사로 돌아왔고, 다음날인 15일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김 씨는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지난 1월6일 생을 마감했다.

▲  ‘고 김주경씨의 산업재해 신청 및 반윤리 기업 삼성 규탄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11시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동안 김 씨의 어머니(왼쪽 두 번째)는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 ⓒ권희정 기자

김 씨의 패혈증 세균감염의 유력한 원인은 김 씨 얼굴의 상처다. 대책위 측은 동료와 엉켜 넘어지며 동물원 철장에 긁힌 상처가 문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업무상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상처로 인한 세균감염이 패혈증을 유발했다는 것.

김 씨의 임금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김 씨가 에버랜드에서 근무한 10개월 간 월 평균 노동시간은 240시간, 최고 270시간 이었다.  노동자의 법정 근로시간이 160시간 인 것을 고려할 때, 특히 육체적 노동이 수반되는 동물원 업무로서는 막대한 노동시간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김 씨의 과실로 인한 상처가 감염돼 발생한 일이라 주장한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꺼내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에버랜드 간부들에게 산재신청을 부탁하니 사측에서 하는 말이 ‘주경씨가 친구들과 밖에 놀러가 술먹다가 넘어진 상처’라고 말했다”며 “처음엔 그게 사실인 줄 알고 그럴만한 애가 아닌데, ‘이것이 그러려고 기숙사까지 들어갔나’ 하는 마음에 섭섭하기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사실을 확인해보니 사측에서 놀러갔다고 한 것도 친구들과 놀러간 것이 아니라 부서 송년회였다”며 “딸이 술먹고 잘못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산재를 도와주겠냐”고 반문했다.

아버지의 얘기가 이어지는 동안 김 씨의 어머니는 저만치 옆에서 고개를 떨군 채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주경이가 병원에 있던 20일 동안 삼성 측은 그 와중에도 직원들을 보내 우리가 누구를 만나는지, 뭘 하는지 일일이 감시했다”며 “그간 그들의 말들, 행동들을 다 되짚어보니 뒤늦게야 내가 속았던 걸 알겠더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회견장 뒤에 우뚝 선 삼성 본관 안에서는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기둥 뒤에 숨어 은색 카메라에 회견장 모습을 담았고, 2명은 건물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어댔다.

순서가 끝난 뒤 사진을 찍은 두 명에게 대책위 관계자가 다가가 “사진을 왜 찍느냐” 묻자 그들은 “보고해야 한다”며 자리를 피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람이 죽었으면 안타까워하고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진실을 말해야지, 이것을 위에 보고해야할 대상인가. 감시하고 촬영하는 게 이들에 대한 예의인가”라며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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