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태조 왕건의 조세 정책과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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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태조 왕건의 조세 정책과 증세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1.0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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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증세 이야기 솔솔, 신중한 접근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경주 안압지 (사진 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 관계자 (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새로운 왕조가 개창하면 반드시 시행하는 제도가 있다. 양안과 호적 작성, 조세 감면이다. 토지대장인 양안과 인구 대장인 호적은 조세 징수의 기본 자료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양안과 호적이 엉망이 된다. 국가가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각 지방 세력들이 이를 독점하면서 세력을 키우게 되는 법이다. 아울러 이들은 국가가 정한 조세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으며 백성들을 착취하며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마련이다.

남북국시대의 한 축인 신라 하대가 대표적이다. 고구려와 백제를 멸하며 대동강과 원산만에 이르는 불완전한 통일을 완성한 신라는 민족통합정책을 펼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만파식적의 시대가 이를 대표한다.

하지만 오랜 평화는 국가 기강을 무너뜨렸다. 왕실과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금입택이라는 화려한 황금 저택들이 수도 서라벌을 가득 채웠다고 한다. 금입택은 단순히 지배층의 화려한 대저택을 의미하진 않았다. 대저택에는 수많은 노비들과 사병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노비는 경제적 기반이고, 사병은 군사적 기반이다. 지배층은 금입택을 통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수도 서라벌이 권력과 부의 과시 경쟁에 빠지는 동안 중앙 정부의 지방 통제력은 점점 약화됐다. 특히 중앙의 잦은 왕위 쟁탈전은 차기 정권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격동기였다. 이에 지방 곳곳에서 새로운 세력들이 웅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호족들이었다. 이들은 중앙을 대신해 자기들 마음대로 조세 제도를 만들어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신라 내부에 새로운 독립국가가 생긴 셈이다.

이들이 만든 양안과 호적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실 호적과 양안이 아닌 임의로 만든 약탈 장부였다. 궁예의 건국 과정에서 등장하는 기훤과 양길과 같은 호족들은 도적떼와 다름이 없었다.

과도한 세금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 결과 후삼국 시대가 열렸고, 마침내 고려의 건국으로 귀결됐다.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었다.

태조 왕건은 건국 초부터 민생 안정에 주력했다. 양안과 호적을 제대로 정비해 조세 기준을 제대로 정비했고, 조세를 1/10로 감면했다. 백성은 과도한 세금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고려 건국 초기의 조세 정의는 실현되기 시작했다.

새해 들어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세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재정 여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세로 부족한 재정을 채우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판단되나 증세는 조세 저항을 유발할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악재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의 대혼란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에 대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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