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치권이 던진 새해 화두는…“시대의 아픔, 녹아있다”
역대 정치권이 던진 새해 화두는…“시대의 아픔, 녹아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1.0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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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李·朴 사면론’…이틀 만에 분열 재확인
1990년, ‘5공 청산’…30초 만에 아수라장 된 청문회
1998년, ‘경제’…IMF 위기 막기 위한 정리해고 도입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1월이 찾아왔다. 역대 정치권의 새해 화두는 무엇일까.ⓒ시사오늘 김유종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1월이 찾아왔다. 운동을 시작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각종 자격증을 준비하는 시기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마음으로 화두를 던지거나, 국면 전환을 꿈꾸고 있다. 작심삼일로 무마될 얘기일지라도, 시작하는 첫 마음만은 분명 의미가 있다.

 

2021년, ‘李·朴 사면론’…이틀 만에 분열 재확인


2021년 가장 먼저 카드를 꺼내든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였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21년 가장 먼저 카드를 꺼내든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였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가장 먼저 카드를 꺼내든 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일부 보수 진영의 환영을 제외하고는, 거센 비판에 부딪쳤다.

결국 민주당은 이틀 뒤 긴급 간담회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것”으로 정리하며 물러섰다. 국민 통합을 꿈꾸던 올해 첫 화두는, 이틀 만에 분열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셈이다.

‘국민 통합’을 이유로 제안을 환영한 이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원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 분열’을 이유로 많은 반대가 있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혀 옳지 않을뿐더러 불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용’이란 의혹도 이어졌다. 내년에 있을 보궐 선거를 비롯해,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을 뒤집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90년, ‘5공 청산’…30초 만에 아수라장 된 청문회장


1990년의 화두는 아수라장이 된 5공 특위 청문회장에 대한 것이었다.ⓒ200911 국회보 갈무리

1990년,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새해를 맞았다. 1989년 마지막 날, 전두환 전 대통령은 5공특위 및 5·18 광주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증언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그와 달리, 여야 의원들은 뒤엉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불과 30초 만이었다.

결국 회의 속개 4분 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그는 변호사와 함께 청문회장을 빠져나갔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의원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명패를 증언대 쪽으로 던지기도 했다. 끝내 전 전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없는 한 출석할 수 없다며 백담사를 향했다. 1990년 새해를 맞던 새벽, 5공 청문회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새해를 맞은 정치권은 청문회 이후에 대해 또 한 번 입장차가 있었다. 평화민주당 내부에서는 청문회 원천무효 선언을 검토했으며, 통일민주당 역시 청문회 파국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는 “증언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나, 이제 5공 문제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미완의 장으로 남겨놓자”고 유보적 입장이었다. 반면 민주정의당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며 “이제부터는 이 과거 문제로 야당과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98년, ‘경제’…IMF 위기 막기 위한 정리해고 도입


1998년 정치권의 새해 화두는 단연 ‘경제’, 그 중에서도 ‘정리해고’였다.ⓒ뉴시스

1997년 11월, 한국은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언론은 협상이 마무리 되던 12월 3일을 ‘경제 주권 상실을 세계에 알린 날’로 명명했다. 그렇게 IMF 체제 하 1998년 새해가 밝았다.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대부분의 주요 정치인들은 나라 사정을 들어, 당시 자택에서 받던 신년 하례객을 사절했다.

국민들이 새해에 마주한 건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의 위협이었다. 눈 앞의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는, 눈 앞의 노동자들을 구하지는 못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동계와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됐다. 정치권은 IMF 관련 입법을 처리하고, 정리해고 도입을 담은 노동법 처리를 앞두고 있었다. 정리해고를 논의할 노·사·정 협의체 구성도 가속도를 냈다.

정리해고 현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는 없었다. 당시 김대중 제15대 대선 당선인은 회고록에 “몇 십만 명의 실업자를 구하려다 4천만 명이 살고 있는 나라 전체가 부도를 맞을 수 없었다(2권 20쪽)”고 회고했다. 15대 대선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 역시 한 언론과의 신년 대담에서 “방향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냐”며 “구조조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동의했다.

한나라당 이한동 대표는“IMF 시대를 극복하고,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 역시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정리해고뿐만 아니라 아주 어려운 문제들이 더 나올 것”이라 말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4일 "정치권이 새해 던지는 화두는 시대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있었다"며 "90년에는 군부독재 정치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98년에는 IMF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의 희생이 얘기됐다. 2020년에는 이명박·박근혜 사면을 통한 통합의 길로 가자고 이낙연 대표가 역설했다. 모두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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