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부실시공 키워”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부실시공 키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1.07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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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③] 부실공사 근본 원인은 정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늘 실수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춰도 제품에는 하자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 늘 실수를 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수십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짓는 건축물은 오죽할까. 설계대로, 계획대로 완공되는 건축물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크고 작은 실수들, 그 실수의 경중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부실시공·하자의 정도가 결정될 뿐이다. 우수한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 짓는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결함이 덜할 것이고, 숙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짓는 아파트는 결함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실시공·하자의 원인으로는 현장 인력 수급 불균형,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저질 건자재 사용 등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한 낡은 악습, 독립성이 결여된 감리자, 그리고 자금 조달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언급된다. 하지만 결국 근본 원인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바로 정치다.

2014년 한국기술사회 회원들이 '국민안전 위협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규탄 및 기술사법 선진화 촉구 궐기대회'에 참여해 박근혜 정부의 건설기술자 인정 기준 완화 조치를 반대하고 있다 ⓒ 뉴시스
2014년 한국기술사회 회원들이 '국민안전 위협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규탄 및 기술사법 선진화 촉구 궐기대회'에 참여해 박근혜 정부의 건설기술자 인정 기준 완화 조치를 반대하고 있다 ⓒ 뉴시스

2014년 5월 박근혜 정부는 건설기술자(현 건설기술인) 등급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담긴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본격 시행했다. 기존 자격 중심 기술자 등급 체계를 경력·학력·자격 등을 종합해 초급·중급·고급·특급 등 4단계 구분 체계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별도의 자격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경력이나 학력 등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역량지수)만 충족하면 승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인력 품질 저하로 국민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폐지한 '학력·경력 인정 기술사 제도'가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건설기술자들의 교육 시간도 단축됐다.

때문에 시민사회계에서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건설기술자들의 자격을 낮추는 조치고, 자격증이 없는 공무원들이 경력을 이용해 은퇴 뒤 관련 업체에 재취업하는 관피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기존 제도는 기술사만 특급 등급을 받을 수 있어 기사 자격이 있는 중급, 고급 기술자들로부터 지나치게 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대 주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건설안전 대책을 담은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설계단계부터 건설사고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시공 중 안전 모니터링을 강화해 건설공사 안전관리체계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또한 건설 사고를 초래해 업무정지 처분 또는 벌점을 받은 건설기술자는 역량지수 산정 시 감점 조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라는 취지와는 달리 건설기술자 인정을 위한 교육요건을 완화(교육기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개정사항도 있었다. 인력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내용이었다.

2013년 4만307명이던 건설기술자 교육생 수는 2016년 8만4025명으로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2016년 8곳에 그쳤던 부실시공 사업장은 2017년 19곳으로 폭증했으며, 2018년 7월 기준 10건이 적발됐다(2018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자료).

문재인 정부는 기존 분야별 최대 3회 건설기술인 기본교육을 통합 1회로 간소화했다.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문재인 정부는 기존 분야별 최대 3회 건설기술인 기본교육을 통합 1회로 간소화했다.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예고한 문재인 정권의 출범으로 부실시공·하자 문제는 잠시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의 '공동주택 하자분쟁 방지 및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 내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하자심사 또는 하자분쟁 조정 건수는 2017년 4089건에서 2018년 3818건으로 줄었지만 2019년 4290건으로 반등했고, 2020년에도 8월 기준 2915건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라돈 사태, 층간소음 성능기준 미달 사건도 터졌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건설공사 부실벌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부벌점 산정방식 변경, △부실벌점 측정기준 명확화, △안전·품질을 위해 노력한 업체에 인센티브 부여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평균'에서 '합산'으로 바꿔 벌점 부과에 따른 불이익을 극대화하고, 건설현장 안전·품질 관리에 노력하는 업체에는 부실벌점 경감 기준을 도입하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는 건설기술인(구 건설기술자) 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설계시공- 최초로 건설기술 관련 업무를 수행하려는 경우, 35시간 이상 △건설사업관리- 건설기술용역사업자에 소속돼 최초로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하려는 경우, 70시간 이상 △품질관리- 건설기술용역사업자, 건설사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에 소속돼 최초로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려는 경우, 35시간 이상 등 기존 기본교육 이수 시기·시간 조건을 '최초로 건설기술 업무를 수행하기 전, 35시간 이상'으로 일괄 통합해 완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령에 따른 교육 인정 기준도 완화됐다. 같은 해 3월에는 품질관리 건설기술인 배치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상주감리와 안전 전담 감리 선임 대상 사업 확대, 안전 전담 감리 추가 배치 등을 추진 중에 있는데 업계에서는 안전관리자 수급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은 "정부의 안전관리 분야 전문가 공급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는 건설산업에서의 안전관리자 수급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처벌과 규제 강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일선 현장에서 뛰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중복 교육을 최소화하고, 전문 교육은 강화하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줄이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건설기술인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각 업체 내에서 이뤄지는 직무 관련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어서다. 특히 원청인 대기업 건설사가 아닌 하청 또는 재하청이 공사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2017년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작성한 '건설기술자 교육훈련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중견·중소업체는 신입사원 OJT 외 교육이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건설기술인 법정 교육이 직무 관련 유일한 교육인 기업도 다수"라며 "환경 변화에 따른 기술자의 보유 역량과 필요 역량 간 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건설기술인에 대한 교육은 부실시공·하자의 또 다른 원인인 하청·재하청 문제와도 직결된다. 지난해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권리침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이 발주처(민간·공공), 원청, 감리 등 사업관리업체 등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부당한 요구를 거절했다고 응답한 자는 고작 4.4%에 그쳤다. 여기서 '부당한 요구'란 대부분 원가 절감이나 공기 단축을 위한 요구일 공산이 크다. 보다 현실적인 교육,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게끔 만드는 교육이 이뤄졌다면 부실시공·하자를 사전에 예방했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2016년 국내 굴지의 한 대형 건설사가 해외 현장에 참여한 우리나라 협력업체에게 공기를 단축해야 한다며 강도 기준 미달 콘크리트 사용을 억지로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소속 건설기술인이 불량 콘크리트 사용을 거부하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그의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인 국가 정부로부터 부실공사에 따른 경고장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학력·경력 인정 기술사 제도 재도입, 문재인 정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규제 강화-교육 완화 정책이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키우고 있다. 우수한 건설기술인은 점점 줄고, 역량지수를 악용한 실력 없는 건설기술인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일선 현장에서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라며 "교육 콘텐츠도 이제 질적인 측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공능력평가 맞추려고 인원 수만 늘리는 교육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유입을 위한 해외의 교육·훈련 제도 비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청년층 유입을 위한 해외의 교육·훈련 제도 비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 가운데 부실시공·하자와 직결된 사람 문제는 현장 노동자들의 고령화, 내국 인력 부족 등으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올해 건설업 일반고용허가제(E-9비자) 외국 인력 규모를 지난해 대비 20% 줄인 1800명으로 의결했다. 아무리 외국 인력이 부실시공·하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내국 인력이 건설업 취업을 계속 기피하는 상황에서 외국 인력의 축소는 더 큰 부실시공·하자를 야기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와 업계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아파트 부실공사와 하자는 앞으로도 당분간 쉽게 목격될 여지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우선, 부실시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는 어디고, 낮은 업체는 어디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④]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의 부실공사 현황에 대해 다룬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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