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盧-검사와의 대화’ 18년 후…박범계, 검찰개혁 완수할까?
[옛날신문 보기] ‘盧-검사와의 대화’ 18년 후…박범계, 검찰개혁 완수할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1.08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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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그날, 인물·신문의 평가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이번 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다.ⓒ시사오늘 김승종
이번 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다.ⓒ시사오늘 김유종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8대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요청안을 재가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에 이어 박범계 후보가 내정돼있다. 박 후보는 지난해 30일 지명 발표 이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했다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그에게 검찰개혁의 의미는 남다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정비서관으로서 정치권에 들어 온 그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어왔다. 노 대통령이 있었고, 문 대통령이 있다”며 “그 속에서 답을 구할 것”이라 말했다.

<시사오늘>은 과거의 인물, 그리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당대 신문들의 평가를 재조명하며, 보수와 진보 언론 양극단의 평가를 비교해왔다. 여기서 ‘어떤 평가가 옳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면 배제한다. 판단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과잉 이념’의 시대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번 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다.

 

2003.02~03月. 서막


ⓒ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검찰개혁을 둘러싼 충돌은 인사(人事) 문제에서 시작됐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검찰개혁을 둘러싼 충돌은 인사(人事) 문제에서 시작됐다. 참여정부의 첫 법무부장관 후보에 강금실 변호사가 거론됐다. 강 변호사는 여성이자 비(非)검사 출신, 사시 23회로 상대적으로 기수가 낮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은 사시 12회 출신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사정을 잘 모를 것”이라는 우려했다. 또한 서열 문화에 익숙한 탓에 “법조계 후배를 장관으로 모셔야 한다”며 거부감을 내비쳤다. 이에 강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서열을 파괴한 여성 장관의 임명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무부는 검찰청의 상급기관으로서 인사권을 견제하고, 수사권은 전적으로 검찰총장이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에 대한 입장 차는 언론의 상반된 평가로 이어졌다. <한겨레>는 28일자에서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번 인사를 부른 것은 바로 검찰 자신”이라 비판한 반면, <동아일보>는 4일자에 “검찰 간부 전체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검찰에 거는 기대

남자도 아닌 여자에다가 관례보다 10년은 나이가 젊은 장관이 나왔으니 그럴(커다란 반발이 나올) 법도 하다. 똑똑하고 권력 있고 서열과 조직을 중시하는 검사집단이 겪고 있을 심리적 공황이 이해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번 인사를 부른 것은 바로 검찰 자신이다. 잘못을 바로잡음에 있어 믿음을 주지 못했고 집중된 권력은 검사 개인이나 조직을 위해 써온 적이 많았으니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잃은 것은 당연하다.

- <한겨레> 2003.02.28.

[기자의 눈] 검찰독립 말과 현실

법무부와 검찰에 서열 파괴형 ‘파격(破格) 인사’ 바람이 몰아치면서 이 바람이 검찰 내부의 충격을 넘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략) 일부 검찰 간부들은 “‘인사를 통한 검찰권 행사의 통제’라는 강 장관의 논리는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확실하게 검찰을 장악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목소리들을 반개혁으로만 몰아칠 수가 있을까. 검찰 간부 전체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 <동아일보> 2003.03.04.

한편 인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참여정부의 개혁 속도에 충격을 표한 언론도 존재했다. <국민일보>는 “타임 머신을 타고 10년 쯤 미래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칼럼] 또 하나의 문화충격

솔직히 말해 기자는 요즘 타임 머신을 타고 10년 쯤 미래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기자의 사고는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기자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생경할 만큼 변해 있는 것이다.

(중략)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사실상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는 세상이 나를 저만큼 앞서 가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기성 세대가 겪는 문화의 충격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대로 하자면 아직도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고.

(중략)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변화들이 다 옳은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당·부당을 따지기도 전에 그것들은 이미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와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좋든 싫든 그것들을 수용하고, 그것들에 적응해야만 한다.

- <국민일보> 2003.03.02.

 

2003.03.09. 검사와의 대화


ⓒ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2003년 ‘검사와의 대화’는 약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검사와의 대화’는 검찰과의 충돌에서 빚어진 자리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2일 만에 검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9일 21~25기 평검사 10명과 정부청사에서 토론했다. 그 자리에 그를 포함해 강금실 법무부장관, 문재인 민정수석, 박범계 민정비서관이 참여했다. 모든 토론 과정은 생중계 됐다.

약 2시간 동안 대화는 인사 이야기에만 맴돌았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토론을 시작하자 검사들이 처음부터 인사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함으로써 어느 정도 정리를 했다”며 “그런데 다른 검사가 또 인사 문제를 제기해서 다시 마무리를 하고 나면 또 다른 검사가 또 제기하고 해서, 그래서 결국 인사 이야기에서 뱅뱅 돌다가 토론이 끝나고 말았다(272쪽)”고 설명했다. 그는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아래는 발언록 일부를 발췌·요약한 내용이다.

- 서울지검 허상구 검사: “이번 인사과정을 보면서 대다수 검사들은 과연 참여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실인사의 답습이었다.

(중략)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제도를 수차 건의하였다. 그 내용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무부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하고 외부 인사와 평검사들이 참여하는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총장후보를 추천하며 법무부장관이 개별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 강금실 법무부장관: “여러분은 지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법무부장관인 저에게 외부인사나 정치권이라 표현했다. 저는 정치권 출신이 아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법률가 출신이다. 그리고 법무부에 와서 여러분의 감독자가 된 이상에는 여러분과 함께 검찰의 한 식구이지, 외부인사도 아니고 정치권 인사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인식에서 출발을 했을까. 저는 검찰에 와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그 말씀을 들었다. 점령군이란 말. 우리나라 검찰상황에서 기수도 어린, 여성인, 그리고 검사가 아닌 사람이 왔을 때 거부감은 있을 수 있다. 그 점에서부터 저는 여러분이 감정적으로 저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셨다고 생각한다.”

- 노무현 대통령: “검찰인사권을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으로 이관하라, 제청권 이관도 아니고 그냥 인사권 이관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일이 없다. 왜 법무부장관의 지휘 하에 검찰을 두느냐. 검찰은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를 하기 위해서 법무부장관을 둔 것이다. 전 세계가 그렇게 하고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 때문에 법무부장관을 두는데 그동안에 한국에는 통제를 받아야 될 검찰이 법무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10명의 검사들은 인사권을 법무부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 이관하고, 모든 인사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강 장관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2003.03.10. 언론의 상반된 평가


다음날 ‘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은 언론마다 사뭇 달랐다. <한국경제>는 “이번 검사들과의 토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한 것만도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대통령의 지나친 파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격(格)을 운운했다.

반면 <오마이뉴스>가 언급한 격은 다른 의미였다. ‘검찰은 무한권력을 꿈꾸는가?’, ‘토론의 달인과 토론의 소인배’, ‘대한민국 검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호불호를 따지기 전에 강금실을 배워라’는 제목으로 검찰이 보인 격에 비판을 퍼부었다.

[사설] 대통령과 검사들의 토론

대통령이 주요 현얀 과제에 대한 토론에 나서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일이고 ‘참여정부’에 걸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그것이 꼭 좋기만 한 것인지, 솔직히 말해 의문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략) 이해가 다르고 갈등이 엇갈리는 현장마다 대통령이 뛰어든다면 정부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결코 기울일 수 없다. (중략) “이쯤 되면 막가는 거다”는 표현까지 해야 했던 이번 검사들과의 토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한 것만 못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중략) 우리는 대통령의 토론이 꼭 잦아야 좋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 책임과 권한이 막중한 만큼 지나친 파격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 <한국경제> 2003.03.10.

대한민국 검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호불호 따지기 전에 강금실을 배워라

소감을 압축하자면 딱 한 단어뿐이다. ‘참담하다.’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첫째, 대한민국 검사들의 교양 수준이 참담할 정도로 낮다. 둘째, 대한민국 검사들의 권력욕과 특권의식이 참담할 정도로 강하다. 셋째, 대한민국 검사들의 나약함과 무책임성이 또한 참담하다. 넷째, 대한민국 검사들의 무례함이 나를 참담하게 만든다.

(중략) 대한민국 검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보건대 그들은 ‘자기만의 사명감’으로 산다. 천박한 교양, 특권의식, 나약함, 무책임성, 무례함, 오만, 이런 것으로 범벅이 된 ‘검사들만의 사명감’이다.

- <오마이뉴스> 2003.03.10.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는 18년간 헤맨 난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는 18년간 헤맨 난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로부터 18년이 흘렀다. 세상은 변해왔다. 당시의 파격이 지금은 꽤나 보편적인 일이 됐다. 강금실 전 장관이 맞닥뜨렸던, 여성 혹은 비검사 출신 장관에 대한 생경함은 덜 해졌으며, 참여정부 때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해 187명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세상에 가까워진 듯하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2비서관으로 ‘검사와의 대화’에 배석했던 박범계 의원은, 현재 3선에 법무부장관 후보로 내정됐다. 참여정부의 초기 검찰개혁 과정을 함께한 그가, 개혁 완수의 책임을 짊어진 셈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자칫 추미애 장관 시즌2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검찰개혁의 방향을 다시 살피고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야 하는데, 박 후보가 의원으로서 한 말씀은 추 장관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주어진 책임이 막중하다. 법무부와 검찰 간의 오랜 갈등을 잘 매듭짓고, 검찰개혁을 온전히 완성·성공시켜야 한다. 그는 18년간 헤맨 난제의 답을 구할 수 있을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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