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87년 대선 실패와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역사로 보는 정치] 87년 대선 실패와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1.10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는 뭉치면 죽는다지만 선거는 단일화해야 산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김영삼 전대통령과 영원한 2인자 JP (사진 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 우) 사진 제공 = 뉴시스

후보 단일화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단일화 실패는 낙선의 지름길이고, 성공은 진검 승부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헌정사를 보면 단일화의 성사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7년 대선이 대표적인 단일화 실패 사례다. 당시 5공 신군부 세력은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직선제 개헌을 거부하며 정권 연장을 획책했다. 하지만 1987년 초반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아울러 이한열 학생이 최루탄에 희생되는 사건마저 터지자 전국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민주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박정희 18년 군부독재에서 정치군인으로 성장한 전두환의 신군부는 노련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정권 연장이었다.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기로 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민주화 세력은 김영삼(이하 YS)과 김대중(이하 DJ)로 양분됐다. 양측은 지난 1970년 대선 후보 경선이래 라이벌 관계였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로 찾아온 서울의 봄 시절에도 양측은 첨예한 갈등을 보이다 신군부에게 길을 내준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YS는 PK 중심의 영남 출신이고, DJ는 호남 출신이다.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제대로 활용하면 직선제가 결코 불리한 싸움이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마침 DJ가 4자 필승론을 들고 나왔다. TK의 노태우, PK의 YS, 충청권의 김종필(이하 JP), 수도권과 호남의 지지를 받는 DJ가 나오면 수도권의 지지를 받아 자신이 당선된다는 논리였다. 양김의 분열을 원하는 신군부로서는 DJ의 4자 필승론은 꽤 반가운 논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양김씨는 단일화에 실패하며 완주했고. 대선은 과반수에 한참 못 미치는 36%를 겨우 넘은 신군부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JP다. 5·16의 기획자이자 유신 본당인 JP는 5공 내내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지냈다. 그에게 87년 대선은 재기의 시간이었다. 당선은 목표가 아니었다. 국민 중에서 5공은 싫고 양김도 싫은 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코자 했다. 자신이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로 안 했을 것이다. 4등을 해도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과 중량감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JP 역시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JP는 87년 대선의 숨겨진 승자였다. 불과 3년도 채 안 지난 1990년 노태우, YS, JP는 3당 합당을 통해 여권의 3대 주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또한 1997년 대선에선 DJP연합이라는 극적인 역발상으로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의 주역이 된다. 정치 9단이자 영원한 2인자 JP 정치력의 결과가 92년과 97년 대선이다. 특히 97년 대선에서 JP를 외면한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라는 제3후보의 출현으로 석패해 대선 문턱에서 무너졌다.

최근 야권 서울 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군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권 속성 상 특별한 정치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단일 후보 출마가 예상된다. 반면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 국민의힘 후보군들과 야당 후보들의 경선룰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느냐에 있다. 단일화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고자, 이름을 알리고자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뭉치면 죽는다지만 선거는 단일화를 해야 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