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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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보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1.1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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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⑤] 전현직 건설사 직원들에게 묻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어차피 부실시공·하자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입주민·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시행사·시공사 등 사업주체에 발견된 부실시공·하자에 대한 보수·처리를 요구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주택건설사업 완료 후 사용검사를 받기 전에 입주예정자 사전방문 점검,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품질점검 등을 받도록 하고, 이들이 보수 등 조치를 요청할 경우 사업주체가 입주 전까지 해당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공포해 입주 전 공동주택 품질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 기능을 신설, 부실시공·하자 관련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와 함께 하자 인정 범위도 기존보다 확대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수만 원짜리 옷·가방도 조그만 흠집이 발견되면 즉시 교환·환불해주는 시대지만, 수억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는 타일이 들뜨거나 심각한 결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하자 보수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주체에서 입주민·입주예정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생떼를 부린다며 부실시공·하자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사례, 인정하더라도 보수·처리를 '땜빵'으로 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며 질질 끄는 사례가 혁신적으로 줄어들 거라 보이진 않는다. 부실시공·하자를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나아가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할 전망이다. 전현직 건설사 직원들로부터 들은 '아파트 하자보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취합·소개하며,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을 이것으로 마친다.

사업자가 부실공사·하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본지에 제보된 최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의 세대 내부 사진 ⓒ 복수의 독자 제공
본지에 제보된 최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의 세대 내부 사진 ⓒ 복수의 독자 제공

시행사·시공사 등이 아예 부실시공·하자를 인정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타일 균열, 결로, 소음 등 사소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벽체를 뜯어서 살펴야 단정할 수 있는, 그리고 입주민·입주예정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쉬운 부실공사·하자에서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입주민·입주예정자들에게 주어진 옵션은 많지 않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게 거의 유일한 옵션이고, 여기서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할 시에는 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하자보수보증금을 이용하는 것도 마땅한 대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냥 손가락만 빨아야 할까.

우선, 어떻게 해서든 사업주체와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게 가장 좋다. 법정 공방은 최후의 보루다. 소송으로 가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금 번거로울 순 있어도 판결에 따른 배상만 하면 된다. 그 부실시공·하자는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이 두번 다시 문제 제기할 수 없다. 각 세대에 돌아가는 돈은 많지 않다. 하자 보수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돈을 받는 일도 많다. 결과적으로 입주민·입주예정자들만 시간 낭비, 돈 낭비다. 웃는 건 변호사밖에 없다.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는 게 지혜롭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합의를 보지 못할 시에는 입주자대표회의·입주예정자협의회 차원의 집단행동이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로 민원 제기다.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부실시공·하자가 우려되는 경우(설계 무단 변경, 모델하우스와 상이 등)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수십수백여 명이 매일처럼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담당 공무원이 사업주체에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다른 단지들과 협력해 단체로 민원을 넣으면 더 강력하다(주로 신도시 조성 시). 준공 또는 입주 후에 사업주체가 부실공사·하자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지자체가 아닌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게 좋다. 이미 지자체 관계자와 사업주체 간 일종의 커넥션이 구축됐을 수 있어서다. 국민신문고에서 국토부로 답변지정을 하고 기간 내 답변을 요구하면 된다. 이렇게 민원을 반복해서 넣으면 사업주체 본사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최악의 경우 사업주체가 현장에 파견을 보낸 인력들의 근무환경을 파악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고용노동부 민원 카드를 제시하는 것, 사업주체의 다른 현장을 방문해 시위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것,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게 만들어 잔금 지불을 거부하며 사업주체의 돈줄을 죄는 것 등도 방법이 될 순 있겠으나 추천하지 않는다.

부실공사·하자를 인정했지만 하자보수·처리가 지지부진한 경우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일원에 지은 A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의심되는 현상이 대거 발생했다. 사진은 곰팡이, 누수 등이 발견된 A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인 실내 골프연습장 ⓒ 독자 제공
한 대형 건설사가 서울 강동구 일원에 지은 A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의심되는 현상이 대거 발생했다. 사진은 곰팡이, 누수 등이 발견된 A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인 실내 골프연습장 ⓒ 독자 제공

부실공사·하자 분쟁이 심화되는 사례들을 보면 사업주체가 부실공사·하자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하자 보수·처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땜질식 보수만 지속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문제는 사업주체 본사에서 일정한 돈을 주고 하자 보수·처리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겼는데, 부실공사·하자 정도가 원청이 준 돈을 초과하는 바람에 하청업체에서 손을 쓰기 어려울 때 보통 발생한다. 또한 사업주체 CS·AS팀에서 실적, 승진 등을 위해 하자 보수·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려고 할 때도 종종 생긴다. 물론, 담당자가 게으를 수도 있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입주자대표회의·입주예정자협의회 차원에서 사업주체와 원만한 합의를 보거나,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이 CS·AS팀에 하자 보수·처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더 절박하게, 더 집요하게, 더 적극적으로 하자 보수·처리를 요구하는 사람이 먼저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 씁쓸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사회다. 성을 내니까 하자 보수·처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장면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가야 한다. 다만, 정말 법적 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 일단 시늉만이다. 구체적인 하자 내용과 언제까지 보수·처리를 취해달라고 기한을 적은 내용증명을 사업주체 본사에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기한 내 하자 보수·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시 우선 자비로 보수를 진행하고 차후 실비를 청구하겠다는 식의 문구를 쓰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내용증명을 보내면 답변이 꼭 올 수밖에 없고, 여기에 실비 청구까지 거론하면 CS·AS팀에서 실적 쌓기나 비용 절감에 악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보다 신속하게 하자 보수·처리에 나설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에는 역시 입주자대표회의·입주예정자협의회들의 단체행동이 대안이다. 이미 사업주체 또는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부실시공·하자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사업주체가 질질 시간을 끌고, 이로 인해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건 정치권이나 언론이 나서기 충분한 명분이다. 이 같은 제보는 특히 대단지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부실시공·하자, 심각한 공용부 결함 등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이다. 시·도의원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또는 의원회관 등을 찾아 직접 호소하는 게 좋다. 사업주체 대관팀에서 움직일 수도 있으니 정치권 제보와 언론 제보는 동시에 가는 게 좋다.

어떠한 경우든 가장 중요한 건 증거자료 수집이다. 부실시공·하자로 의심되는 부분을 목격했다면 즉시 사진, 동영상 촬영을 해 보관해야 하며, CS·AS팀 등 사업주체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 등과 나눈 통화, 대화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녹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끝.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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