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판매채널 분리에 우려 ‘솔솔’…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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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판매채널 분리에 우려 ‘솔솔’…이유는?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1.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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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미래에셋생명 등, 제판분리 발표…고객 맞춤 서비스 제공 목표
대규모 인력 이동, 고용불안 우려…양사 노조, 최근 파업·시위 전개
“GA시장 경쟁 심화 전망”…불완전 판매 발생 시 책임 소재 ‘불분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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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연이어 판매채널을 분리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설계사들의 인력 이동으로 고용불안이 생길 수 있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 소재나 영업행위 규제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게 우려의 주요 골자다. 

한화·미래에셋생명 등 제판분리 발표…고객 맞춤 서비스 제공 목표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은 여러 보험사들은 잇따라 제판분리(상품·서비스의 제조와 판매 과정 분리하는 것을 통칭)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화생명은 오는 4월에 가칭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할 계획인데, 실현될 경우 약 540여개의 영업기관, 1400여명의 임직원, 2만 명의 FP가 함께하는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총 자본도 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은 새로운 판매전문회사를 설립해 △업계 No.1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도약 △규모의 경제를 통한 연결 손익 극대화 △무형자산에 대한 밸류에이션으로 기업가치 향상 △제판분리 선제적 대응을 통한 시장 선도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래에셋생명도 판매채널 분리를 알려왔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자사 전속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를 통해 GA 특유 장점을 살려 모든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해 고객에게 최선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금융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상위권인 두 회사 이외에도 푸르덴셜생명, NH농협생명, 현대해상 등이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결정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째 업계의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전속설계사의 이탈을 줄이고, 보험계약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보험상품을 함께 팔 수 있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력 이동, 고용불안 우려…양사 노조, 최근 파업·시위 전개

하지만 일각에선 이와 관련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대규모의 인력이 이동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두고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최근 노사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한화생명의 발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사내 경영공유세션에서 임직원에 대한 신분보장과 급여, 복리후생 수준도 현재와 다름없고 오히려 나아질 것을 약속했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한화생명 노사측은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사측의 이번 결정과 관련, 지난해 12월 30일과 이달 4일 두차례 경고파업을 실시했다"면서 "현재는 3주간 TF를 구성해 사측과 방향을 논의 중이며, 만약 이달 26일까지 논의가 잘 안될 경우 전면 파업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래에셋생명 노조 측도 제판분리와 관련,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 여의도 본사와 을지로 센터원빌딩에서 26일째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제판분리와 관련해서 (사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GA시장 경쟁 심화 전망"…불완전 판매 발생 시 책임 소재 '불분명'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 '보험산업 제판분리 논의 배경과 향후 과제'를 통해 '제판분리'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선행과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보험회사가 제판분리 정책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판분리에 따른 추가적 비용에 대한 분석 및 평가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판매자 전문성 확보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판분리가 확산될 경우, GA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GA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책임 능력 확보와 실효성있는 제재조치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보험상품 제조자와 판매자 간의 이해상충문제 발생소지가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날(12일) 통화에서 제판분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선 고용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보험사 안에서도 일자리를 옮긴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의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본사의 조직 슬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 그렇게 되면 인력 불균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앞선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처럼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판분리가 진행되면, 이제 더 이상 생명보험·손해보험·GA 구분도 필요가 없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판매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관계자는 '제판분리' 등 보험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정책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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