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 위기일수록 공기업에 힘 실어라
[기자수첩] 정치, 위기일수록 공기업에 힘 실어라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1.01.1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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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정재훈 언쟁이 비추는 ‘불편한 현실’
공기업은 최후의 방파제…흔들기보다 지원사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치권발 '한수원 때리기'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결국 입장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수소가 유출됐으며 이 사실을 은폐하는 데 '원전 마피아'가 관여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 사장이 이날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그대로 삼중수소가 원전 부지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돼왔고 문제로 회자된 외부 유출은 전혀 없었다"라고 반박하며 "팩트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지 않고 극소수의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이 비교 기준을 흐리는 식으로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한수원 노조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여당이 검찰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피하고자 정치적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수원은 정치권의 '타깃'이 됐다. 탈원전과 원전유지 사이의 첨예한 대립 속에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위에 올랐다. 발전손실금 등 경제성을 지적하는 여당과 이를 반박하는 야당의 정쟁 속에 정작 한수원의 목소리는 묻혔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한쪽에서는 가동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체크하고, 한편으론 대체에너지를 준비해왔던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건설이 중단된 원전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지난 8일 정부에 요청했다.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등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결단으로 알려졌다. 그런 반면 지난해 12월 원전해체 비즈니스포럼을 개최하고, 전남 고흥에선 염해농지를 이용해 태양광 발전을 시도하는 등 탈원전 시대도 대비 중이다. 

정치권이 공기업을 흔들거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사실 한수원 만이 아니다.

당장 한국마사회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마사회다. 국회에서 '온라인 마권'을 허용하는 법안만 통과됐어도 그 정도의 타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매 국회 회기마다 거론되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는 온라인 마권 허용법은,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일각선 '정치 논리'때문에 지지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수많은 말 산업 종사자들을 책임지다시피하는 마사회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퇴직한 전직 공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눈치볼 곳이 너무 많았다. 특히 여의도(국회)를 주시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공기업은 한국 경제를 아우르는 최후의 방파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강타하면서 많은 사기업들이 채워오던 복지사각지대가 상당부분 구멍이 났다. 공기업들은 비록 형태는 바뀌었을 지언정 그 빈자리를 채워왔다. 최악의 취업난에서도 어떻게든 일정 수준의 고용률을 유지해오는 것 역시 공기업들이다.

이러한 까닭에 위기일수록 정치는 공기업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쟁의 도구로 흔들거나, 권력다툼의 트로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이번 이낙연 대표와 정재훈 사장의 언쟁은 정치가 공기업을 쥐고 흔드는 불편한 진실을 비추고 있다. 흔들기보다 지원사격이 필요할 때다. 그래야 전 세계가 함께 치르는 코로나19 전쟁에서의 승리도 가깝다.

 

담당업무 : 공기업·게임·금융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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