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정계은퇴는 당위론적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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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정계은퇴는 당위론적인 현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2.03.22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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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파는 다 식언자들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부친은 (주)전방의 창업주 김용주다. 김용주는 1960년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았다. 당시 민주당 원내 부총무인 김영삼과는 깊은 교분을 맺었다.

이런 인연의 끈으로 인해 김무성은 85년 4월 상도동 진영에 합류하게 된다.

김무성이 김영삼을 정식으로 만나는데 역할을 한 인물은 김덕룡이다. 김덕룡은 퍼시픽 호텔에서 김무성을 김영삼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게 될 때 “버스를 타고 나오다 몇 정거장을 더 지나가 내린 뒤 다시 버스를 타고 거꾸로 와서 미행자를 따돌리라”고 말했다.

김영삼을 만난 김무성은 “민주화투쟁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YS는 “용기는 가상하나 노출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도와 달라”고 했다.

당시 김무성은 (주)삼동산업을 운영하며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무성은 성심성의껏 도왔다. 민주화추진협의회가 종로 관철동 수협 건물에 사무실을 구할 때 사무실 임대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그 후 김무성은 김덕룡을 비롯한 최형우 서석재 등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 최전선에 섰고, 마침내 92년 문민정부를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김무성은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청와대 사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으로 중용되는 등 상도동계의 핵심인물로 커왔다.

김무성의 지역구는 부산이다. 그는 부산에서 YS의 병풍아래 4선의 중진으로 성장하며, 민주계(YS계)의 좌장이란 소리를 들었다.

▲ 김무성 의원은 우파집권을 위해 당에 남는다고 3월 12일 밝혔지만, 그는 식언자가 됐다. ⓒ뉴시스

김무성의 식언은 우파집권에 걸림돌

이런 그가 지난 2005년 박근혜 당 대표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며 ‘박근혜’와 인연을 맺어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YS가 이명박 후보를 지원할 것을 권유하자, 김무성은 “내가 박근혜 캠프에서 나가면 배신자 소리를 듣게 된다. YS 수하가 어디 가서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 좋겠느냐”고 말했다는 얘기가 아직까지 들려온다.

그러면서 그는 친박계의 좌장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와 틀어졌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관장한 박근혜가 김무성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김무성도 “공천에 연연하지 않겠다. 내 갈 길을 가겠다”며 박근혜를 겨냥했다.

때마침 정치계의 선배이자 상도동계에서 동거동락 한 김덕룡이 신당창당을 서둘렀다. 김무성은 김덕룡과 YS의 차남인 김현철과 연쇄 접촉을 갖고 신당창당에 합의했다.

기자회견 날인 3월 12일 하루 전날까지도 김무성의 탈당과 더불어 신당 행(行)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김무성은 기자회견장에 나와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잔류를 선언했다. 그 이유는 우파의 정권재창출이었다. 그는 보수분열을 막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의 말을 다르게 해석해보면, 우파의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한평생 정치를 같이 해왔던 상도동계 인사들의 뒷통수(?)를 치면서까지 당 잔류를 선언한 것이다.

김덕룡은 이에 대해 “워낙 큰 정치를 하는 분이라 그런 판단을 한 것 같다. 총선이 끝나보면 그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여기까지가 그가 걸어온 정치인생이다. 이제 필자는 김무성에게 되묻고 싶다.

“상도동계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 박근혜 캠프에 남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렇게 정치를 YS한테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지들과의 합의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도 YS한테 배웠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김무성이 그토록 우파의 재집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원유세장이 아니라 국회 정론관이다. 거기서 그는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마땅하다.

과감히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모습이야 말로 우파가 표를 받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무성의 순수성은 인정받을 수 있고 훌륭한 우파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반면, 김무성이 지금 계속해서 새누리당에 남는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우파는 하루아침에 합의를 뒤엎는 식언자들이다’라고….

이제 우파의 재집권을 원한다면 김무성은 지금 당장 정계은퇴를 발표하는 게 당위론적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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