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부동산 엇박자’ 끝?…‘규제 유지·공급 확대’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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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부동산 엇박자’ 끝?…‘규제 유지·공급 확대’로 통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1.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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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공급?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선거 앞두고 표심 잡기 혈안이라는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해에 이어 2021년 새해에도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거듭하던 당정청이 최근 통일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지난해에 이어 2021년 새해에도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거듭하던 당정청이 최근 통일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새해부터 부동산대책 방향을 놓고 엇박자를 내던 당정청이 최근 '규제 유지·공급 확대'라는 기조를 앞세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뒤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한 2021년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 실착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며 집값 불안정 책임을 투기세력에 돌렸던 문 대통령이 1년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주요 책임자 중 하나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올해 첫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현재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주택 매수자 중에서는 무주택자 비중이, 매도자 중에서는 법인 비중이 늘어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최근 전월세 갱신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볼 때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2021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새해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신년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통령은 사과를, 핵심 책임자는 일종의 자화자찬을 각각 내놨고, 집권여당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엇박자 사례도 있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집을) 세 채, 네 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대책이다.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 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 주기 위해 정부가 양도소득세 완화를 검토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인 지난 11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양도세 완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인 지난 12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인하·완화할 계획이 없다. 양도세 강화는 투기성 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주택자의 양도 차익에 중과세한다는 공평 과세의 원칙으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고 단언하며 홍 부총리 발언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당정청은 최근 엇박자에 종지부를 찍고 '규제 유지·공급 확대'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는 양상이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시행 시기를 올해 6월 1일로 설정했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길 기대하며 매물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양도세 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거둬들였고, 같은 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울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을 발표하며 시장에 공급 확대 신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억제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그 대책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설 전에 발표할 것"이라며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부문의 주도와 참여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 강화, 절차 단축 등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과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는 공급으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는 게 목적"이라며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강북 등 일부 지역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용하고, 그 이익 일부를 공공 개발 재원으로 쓰는 도시재생 2.0을 추진하겠다"며 주택 공급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청청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한 분위기다. 실기(失期)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왜 여기까지 오는 데 4년이나 걸렸을까. 전문가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데이터를 관찰하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까마득한 옛날 입력된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도그마만 따르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도 (주택 공급) 앵무새 대열에 공식 합류한 셈이다. 환영한다"고 지적했다.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정치공학적 셈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 인하 등 규제를 완화하면 집토끼들이 떠날 테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산토끼를 놓칠 판이니 공급 확대를 외치며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것"이라며 "주택 공급이라는 게 1~2년 안에 되는 일이 아닌데, 집권 초기에는 외면하더니 대통령 임기가 고작 1년 남은 상황에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느냐. 선거만 바라보고 내놓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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