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gain 2011과 보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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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gain 2011과 보수의 고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1.1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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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나경원·오세훈 모두 출마…새 인물 등장 기회 사라진 건 아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빅3가 모두 출마한 건 흥미를 유발하지만, 새 인물이 등장할 기회가 사라진 건 아쉬운 측면이다. ⓒ뉴시스
빅3가 모두 출마한 건 흥미를 유발하지만, 새 인물이 등장할 기회가 사라진 건 아쉬운 측면이다. ⓒ뉴시스

결국 오세훈도 링에 올랐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7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13일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오 전 시장까지 ‘빅3’가 모두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위한 경쟁에 나섰습니다.

보수 입장에서 ‘빅3’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대권 후보급인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이 무대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 경선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더욱이 세 사람은 10년 전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와도 깊은 인연이 있어, 시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2011년 당시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사퇴를 선언하며 보궐선거를 촉발한 장본인이었고, 나 전 의원은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나섰던 한나라당 후보였습니다. 안 대표는 ‘무명’에 가까웠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그를 일약 ‘유력 후보’로 만든 인물이었죠. 이처럼 얽히고설킨 인연들이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게 됐으니, 사람들의 눈길이 모이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다만 보수가 세 사람의 등장을 마냥 환영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입니다. 언젠가부터 보수에서는 ‘새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당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나 소신보다는 조직 논리를 따르는 의원들의 태도 등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새 인물이 뜻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습니다. ‘유망주’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보다는, ‘유명인’을 내세워 참패를 모면하는 식으로 당을 운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막강한 대선후보가 없다 보니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대권에 욕심을 내고 있었으니까요. ‘유망주’나 ‘저평가 우량주’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큰 무대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는 그간의 실적에 비해 이름값이 낮았던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를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빅3’가 모두 링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낮은 후보들은 완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경쟁에, 그들 중의 승자와 안 대표가 진행할 단일화 과정에만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등장은 경선 흥행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만, 새 인물의 등장을 막는 역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된 인물들이 10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는 건 국민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그들에게 도전할 만한 인물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명인’으로 가득한 야권의 후보 면면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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