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노조탄압 ②> 김성환 “삼성 무노조 체제, 붕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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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노조탄압 ②> 김성환 “삼성 무노조 체제, 붕괴 눈앞에”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3.2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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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 거세게 들고 일어날 때 멀지 않았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2011년 7월1일 노동자들의 염원이 이뤄졌다. 드디어 복수노조 시대가 열렸다. 이와 함께 ‘무노조 기업’의 상징 삼성에도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삼성은 이제 무노조 경영이 아닌, ‘비노조 경영’의 막을 열었다. 그동안 1개 사업장에 1개 노조만 가능했던 노동법은 민주노조 설립을 원치 않는 회사들에게 유용하게 작용했다.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에 앞서 어용노조를 설립, 자주적 노조결성을 원천봉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박원우 위원장 등 삼성에버랜드 노동자 4명은 삼성 노조의 첫 깃발을 올렸다. 7월13일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인 ‘삼성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치고 18일 신고필증을 받았다. 물론 이전에도 삼성에 몇몇의 노조가 있었지만 실제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노조 기업에 민주적 노동조합의 싹을 틔운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삼성의 노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실 복수노조 이후에도 사측에서 ‘가짜노조’로 교섭권을 채갈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현행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뿌려놓은 씨앗은 노동조합의 한계를 끌어안은 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을지. 지난 15일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을 만나 삼성 노조의 위치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권희정 기자

‘노동조합’을 외치는 사람들

삼성일반노조는 지난해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이 결성한 ‘삼성노조’와 앞으로 만들어질 삼성 노조들의 모태가 된다. 지난 2003년 설립 이후 해고자 가입 등의 이유로 신고필증을 반환, 현재는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지만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 경영체제 하에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삼성은 ‘비노조 경영’을 말하며 노동자들의 필요에 따라 노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법이 오픈 돼 있고 임직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노조를 원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즉 노동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 사회에 알려진 고액의 삼성 연봉 등 내부고객에 대한 삼성의 최상위 서비스는 노동자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없애줄 수 있다. 그러나 김성환 위원장은 누구보다 삼성 노동자들이야말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삼성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임금명세서를 확인해 보면 노동 시간이 월 400~500시간 이상이다. 매일 13시간 이상을 일하는 셈이다”며 “그렇게 몇 십 년을 몸 바쳐 일하고도 노동자들이 병으로 쓰러지면 일회용 종이컵처럼 버려지는 게 삼성이다. 이제 당사자들 스스로 노조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 천안공장의 정기운 현직 차장 역시 25년을 삼성에서 일했지만 병을 얻은 지금은 노조 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 차장은 지난 2010년 12월28일 심장병증후군으로 사업장에서 쓰러졌다. 또 치료기간 동안 대동맥증후군이 악화돼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자 정 차장은 “삼성에서 평생을 근무했지만 지금처럼 삼성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삼성에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이제 알겠다”고 말했다.

극에 달한 노조탄압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의 노조 탄압과 관련, “도청, 미행 뿐 아니라 납치 감금, 회유 협박 등 극에 달했다”며 탄압 사례들을 나열했다.  
노동자들의 이러한 노조결성 의지를 삼성은 강압적으로 억눌러 왔다. 노동조합 건설을 제어하려는 사측의 압력은 미행, 휴대폰 위치추적, 도청 등의 사례로 드러나기도 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이러한 사례는 일상적인 수준일 뿐, 노동자들에 대한 납치, 감금, 회유, 협박 등 온갖 탄압 속에서 무노조 경영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했던 김모씨는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1999년 회사 관리자에게 납치된 후 이곳저곳을 끌려 다니며 온갖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또 삼성SDI 부산공장의 송모씨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납치된 뒤 ‘너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예전과 환경이 달라졌고 예전에 그런 주장이 있었다 해도 증거가 없다.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은 노조 결성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납치해서 끌고 다녔다”며 “노조 포기 각서를 쓰도록 압박하고, 회사는 무노조경영 방침이니 사표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납치 감금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사자들은 사후에도 왜 잠잠할 수밖에 없을까. 김 위원장은 “당사자들에 의하면 회사 관리자들에게 2주가량 끌려 다니면 공황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제주도 종산 위에 끌려가 ‘너 여기서 땅에 묻어도 알아줄 사람 없다’는 말을 들을 때는 생명의 위협이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바로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는 것.

김 위원장은 또 “노동자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행정관청, 사법부, 경찰, 언론 등 총체적인 부정 세력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번 노동자들의 노조 신고에 한발 앞서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행정관청과의 결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한결같은 이유

이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삼성노조가 건설된 지금의 환경은 어떨까. 김 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극단적인 탄압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환경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한다. 삼성의 노조 문제는 법의 유무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삼성SDI 노동자들이 노조 건설을 준비했었다. 그 과정에서 정보가 흘러나갔고, 관련 노동자들은 삼성 인사팀장을 비롯해 인사부장, 차장, 과장들과도 면담을 해야 했다. 또 집까지 미행하고 집을 지키기도 했다”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법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는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지난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노사문화 정립'에 관한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실시안에는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하고, 창립 40주년 新비전 달성을 위한 임직원들의 의지와 열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全 임직원 특별교육을 실시"한다고 기재돼 있다. ⓒ시사오늘

지난해 7월 결성된 삼성노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삼성노조는 노조의 기본 활동인 홍보물 배포도 사측의 방해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더욱이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사측의 욕설과 폭력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노조는 삼성에버랜드 최주현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기도 했다.

또 삼성노조는 합법적으로 설립된 공식노조지만 현재 사측과의 교섭권이 없다. 현행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 아래서 삼성노조의 설립 직전 ‘삼성에버랜드 노조’가 설립됐고, 교섭대표 노조가 된 것. 이에 대해 삼성노조 측은 “인사팀에서 노무관리를 담당한 임모 차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알박기노조’”라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삼성 측의 탄압이 형태의 변화만 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와 같은 ‘형태의 변화’도 노동자들이 사측의 탄압사례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세워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무노조 경영, 혹은 비노조 경영을 고수하는데 희생되는 비용도 막대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 생성으로 발생되는 비용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추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노조에 문을 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삼성 체제 안에 깊숙이 뿌리박힌 ‘무노조 경영’ 정신 때문이다. ‘얼마의 비용이 들지언정 노조만은 절대 안된다’는, 마치 신앙과도 같은 신념이다.

또 김 위원장은 삼성이 노조 결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치러야 할 막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에 노조의 힘이 막강해질 때 삼성 경영권의 불법 세습, 정치 사회와 결탁된 부정부패의 뿌리, 또 수십년간 ‘무재해 사업장’ 명목으로 받아왔던 수천억, 혹은 수조원의 지원금 등 삼성이 수습해야 할 뒤처리를 이들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코너에 몰렸나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비록 지금의 삼성노조가 사측의 감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노력이 결코 헛되지는 않다고 말했다.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직을 지켜나간 것이 삼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것 이라고.

김 위원장은 “그동안 삼성은 모르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는 집단으로 인식해 왔다”며 “그러나 4명의 노조 구성원 중 안타깝게 해고당한 1명 외에 3명에 대해 삼성 측이 자유롭게 해고하지 못하는 것은 사측의 의지를 넘어, 사회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교섭권이 없지만 2년 뒤에도 여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년간 노조의 기틀을 마련하고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7월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을 회사기밀 유출과 ‘대포차량’ 불법 운행으로 인한 회사의 명예훼손 등 이유로 해고 조치한 바 있다. 이에 조 위원장은 대포차 운행에 대한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회사기밀 유출 건에 대해 “노조 활동 등을 위해 개인메일로 일부 정보를 보냈을 뿐 정보유출은 아니다”며 “이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현재 삼성의 비노조 경영 체제를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산재, 노조 문제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고 정치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있다. 또 국제적으로는 세계의 나쁜기업 3위로 꼽혔고, 무엇보다 ISO 26000의 발효로 삼성 경영체제 붕괴가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1월 발효된 ISO 26000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을 마련해 국제적 규율로 정한 것이다. 기업이 해당 내용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 교역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ISO 26000 핵심주제 중 하나는 ‘노동관행’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보장 및 노동조합의 존중 등이 속해 있다.

향후 노조 결성을 위한 노동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밝은 전망을 얘기했다. “당분간은 대규모적 조직 건설이 어렵지만 소규모의 조직건설 시도는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안착되면 87년 노동자 대투쟁처럼 삼성 노동자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날 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또 “무노조 경영은 단순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닌, 삼성 집단을 비호하고 옹호하는 지도층과의 문제”라며 “이러한 삼성의 불법적인 노동자 탄압을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철회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삼성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의지만 있다면 삼성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깨고 지금의 과도기를 넘어 노동조합 건설이 자유롭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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