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삼성 사령탑 구속…기업·국가경제 악영향 없어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삼성 사령탑 구속…기업·국가경제 악영향 없어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1.23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위한 '이재용' 사면 중요
글로벌경영 -大 위기 맞은 삼성
뇌물이냐 아니냐…경영 비상
정경유착 근절 큰 계기돼야
‘교도소’가 숙명인 한국 재벌
정치 타성…기업 희생되는 일 예방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서원(최순실)씨측에 회삿돈 86억 8000만원을 건넨 혐의다. 재판은 근 4년 만에 마무리됐다. 

문제는 나라 경제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삼성그룹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314조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기업의 총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시총 600조 시대가 도래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25%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미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은 생생하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고 있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133조 원을 쏟아부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30'을 가동하고 있다. 

사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그 누구보다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다. 지난 2년간 삼성은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그만큼 재벌 체제에서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제 당분간 경영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삼성의 제2 전환기와 국가적 비중에 비춰 이번 판결로 인한 책임 경영 부재가 가져올 경영 난맥이 실로 걱정이다. 신사업 진출 등 의사 결정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판결 직후 그런 우려를 표명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우리 경제·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면서 “대통령이 요구하는 경우 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다.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 기업 총수가 두 번씩 구속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한국 기업의 이미지나 신뢰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경제의 진로가 실질적으로 우려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중차대한 시기 '감옥'행 실익(實益)은 ?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국회 문턱을 넘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규제에 기업인들은 공장 해외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다. 이 마당에 삼성그룹 총수마저 감옥에 갇히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기업인들의 사기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건넨 뇌물 액수를 86억 원으로 보고 이를 ‘적극적 뇌물’이자 ‘묵시적 부정 청탁’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정치권력의 압박에 마지 못해 돈을 줬는데도 뇌물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있다"면서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물론, 법원의 독립적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을 꼭 감옥에 가둘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도 계획했던 투자가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기간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걱정이다. 

삼성은 우리의 최대 효자산업인 반도체 생산과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데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를 이렇게 처벌해 얻을 실익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했다가 실종설·구금설이 나도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례만큼이나 해외에 후진적으로 비칠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은 ?

삼성그룹은 다시 조명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실질적 상징적 리더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다시 총수 부재 위기를 맞게 됐다. 

재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내려진 사건인 만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선고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은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다.  총수가 사법 족쇄를 차게되면서 수십 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뉴 삼성'을 향한 당면과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배당 확대 등을 포함한 새로운 주주친화 정책, 삼성판 환경·사회·지배구조 구축에도 적잖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런 탓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은 선고를 코앞에 두고 코로나 속 경제 위기론과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거론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정경유착의 악습이 이 나라에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엄정한 메시지에 일단은 더 무게를 실으려 한 것으로 보여지긴 한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호되게 겪고 있는 시기다. 이런 때에 초일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것은 유감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의 후진적 관행 엄존

사실, 재판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은 법정의 권유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기업 윤리를 강화하는 노력도 했다. 그래서 준법감시제도로 양형에서 유리하게 돼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적지 않았지만, 법원은 그 준법감시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정치가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이 대통령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기업이 현재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면 당대에서 보복을 걱정해야 하고, 거절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곡예를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기업의 숙명이다.

결국, 한국 정치의 후진성도 함께 심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건에서 사익과 공익을 구분하지 못한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크지만, 측근 최서원씨 의 한마디가 그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을 정치 권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속물 정도로 여기는 후진적 관행이 엄존했기 때문이다. 말로는 자발적인데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준다면 기업들은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총수 부재 판단 실기하면 일대 위기

후진적 정치 관행은 그간 삼성이 보여온 도덕성 강화나 노조 활동 보장 등 준법 경영 노력을 애써 무시하고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경영계의 간곡한 호소도 외면한 셈이다. 법원마저 여론 몰이와 반(反)기업 정서에 휘둘려 기업인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과 재구속으로 삼성전자는 다시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 최고경영자의 장기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등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전쟁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약 1년간 수감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또 약 1년 반 동안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은 분초를 다툰다. 더구나 인수합병(M&A)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핵심 정보 교환은 오너급 최고경영자(CEO)들끼리의 접촉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총수 부재는 큰 위기다.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4% 넘게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만 해도 그렇다. 자율주행차와 AI 가전,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으로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자 선두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40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삼성전자는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이 부회장 재구속으로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미국 시스템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설계업체 ARM을 44조 원에 인수하는 등 세계 반도체 업계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나 중요한 M&A에 실기하면 일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신뢰받는 기업으로 더욱 거듭나야

이와 관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하지만 다 소용 없었다. 이재용이란 인물을 슬기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협량이 안타깝다.

최고경영자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이나 투자 실기는 경제·산업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삼성의 해외 신인도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삼성 자체의 극복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정부도 면밀한 모니터링과 협력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제야 말로,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은 재벌 정경유착의 어두운 역사를 끝내는 확실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삼성이 과거의 틀에 묶여 글로벌 규범에 어긋난 경영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뿐이다. 

총수의 구속으로 다시 위기를 맞게 된 삼성의 향후 행보가 새삼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 폐기, 경영권 대물림 포기, 재판 종료 이후 준법감시위 계속 활동 등을 선언한 바 있다.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과 전환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더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들을 하나씩 실천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묵시적 청탁’ 논리…여론몰이 배경

그렇다면, 판결 과정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2017년 2월 구속 기소했다.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이 산정한 뇌물액이 적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첫 구속부터 파기환송심까지 4년이 걸렸고, 앞으로도 이재용은 꽤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특검이 기소한 국정농단 사건과 별도로 검찰이 기소한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할 것인지, 아니면 집행유예로 기회를 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한다고 해도 이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른 것이어서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주목되는 것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또다시 ‘묵시적 청탁’ 논리를 내세운 점이다. 

근거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속 청탁'을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다. 판사가 들여다본 피고인 마음속을 바탕으로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입증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4년에 걸친 ‘이재용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여권과 일부 반기업단체들의 여론몰이가 끊이지 않았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재판부 신상털이도 횡행했다. 법리가 아니라 정치 문제가 돼 버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검이 ‘뇌물 사건’으로 바꿔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이 권력자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인지, 아니면 경영승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뇌물요구에 편승한' 적극적인 뇌물로 봤다. 실형을 때리고 법정 구속한 재판부의 복잡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권고로 설치된 삼성의 준법 감사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양형 조건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봤다. 이걸 특검이 ‘뇌물 사건’으로 바꿨다. 박 전 대통령에게 더 무거운 벌을 주려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뇌물죄가 되려면 뇌물을 준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강요당한 사람이 뇌물 공여 범죄자가 돼 버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품이 정권의 압박에 따른 ‘수동적 뇌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은 슈퍼 갑, 기업과 기업인은 울트라 을이다. 권력의 요청 또는 지시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간 큰 기업인은 흔치 않다. 이재용도 이 덫에 걸렸다. 지난달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권력과 재력의 밀실 만남은 분명 잘못이지만, 어느 기업인인들 그 만남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정경유착 악습 반드시 단절을

그러나, 이번 판결은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경영 불투명성 등 고도성장기의 구습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국내 대기업들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정치권력에 기대거나 유착하는 등의 편법으로 독점적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생각도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삼성은 법과 윤리, 글로벌 규범의 바탕 위에서 국내 대표기업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더욱 과감하게 혁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 또한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 역시 기업에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의 악습은 반드시 단절돼야 한다는 강한 경고로 삼성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 부회장 실형 선고는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온상인 정경유착의 음습한 그림자를 말끔히 지워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의 주체인 기업이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기업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준법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사면을 붙들고 안달하는 정치권에 묻고 싶다. 

‘돈 받은’ 박 전 대통령과 ‘돈 빼앗긴’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고민해야 하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박 전 대통령과 취업자들이 원하는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얘기해야 하나. 국내 정치가 달린 박 전 대통령과 국제 생존이 달린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따져봐야 하나. 문 대통령이 사면의 전제를 밝혔다. 국민의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 경우 국민 공감대는 어느 쪽에 있다고 보는가. 

국제 규범 일류기업으로 거듭나야

정치적 이유로 기업인을 감옥에 보내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선진국가로 거듭나기는 요원하다.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촉매제가 돼야 할 것이다. 삼성은 경쟁력만이 아니라 기업 윤리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기업에 손을 벌리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우리 기업사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주요 경영 판단과정에서 총수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특성상 이번 판결은 삼성에 뼈 아플 것이다. 삼성은 물론 국내 재벌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국제규범에 맞는 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정치권력의 무리한 요구에 기업인들이 희생되는 불행한 사태를 과감히 끊어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나라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