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인 DL E&C(DL이앤씨, 구 대림산업)와 GS건설이 2021년 새해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 하나인 경기 가평에서 격돌한다. 그간 가평에는 브랜드 아파트가 공급된 적이 없는 만큼, 지역 주민과 인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에 비해 부족한 수요를 두 대형 건설업체가 어떻게 극복할지 업계의 이목도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이 시행을 맡고 GS건설이 짓는 '가평자이'가 지난 22일 오전 분양승인을 받고 이날 즉각 견본주택을 열었다. 당초 가평자이는 '지역 내 최초 브랜드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으나, 대한토지신탁이 시행을 맡고 DL이앤씨가 짓는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이 먼저 모집공고를 내면서 선수를 뺏겼다. 이에 GS건설은 '지역 최고층·최대 규모 단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두 단지는 모두 경기 가평 대곡리 일원에 가평 체육공원을 마주보고 들어선다. 이미 본격적인 분양일정에 돌입한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은 지하 3층~지상 최고 27층, 4개동, 전용면적 59·74·84㎡ 총 472가구 규모로, 가평자이는 지하 3층~지상 29층, 6개동, 전용면적 59·76·84·124㎡와 펜트하우스 135·199㎡ 총 505가구 규모로 각각 꾸며진다.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의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 3.3㎡당 평균 1000만 원 안팎에 책정됐으며, 가평자이는 이보다 100만 원 가량 높다. 앞서 공급된 '가평 센트럴파크 더 스카이'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브랜드 아파트 분양가가 더 싼 이유는 입지로 보인다. 두 단지는 도심 외곽에 조성된 반면, 후자는 지역 생활권 중심에 위치해 있다.
두 단지 간 거리는 가깝지만 입지적 강점은 엇갈린다. 가평자이는 도심권에서 다소 떨어진 지역에 있어 상대적으로 생활편의시설 등을 누리기 어려우나 가평역, 주요 도로 등과 가까워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고, 북한강 조망이 가능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즐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은 가평초, 가평중 등 학교와 인접하고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하지만 비교적 가평역과 주요 도로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분양 흥행을 위해 빼든 카드도 서로 다르다. DL이앤씨는 혁신 주거 평면인 'C2 하우스' 적용을 내세웠다. C2 하우스는 입주민 동선과 수납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입주민에게 최적화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평면이다.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은 C2 하우스의 장점인 가변형 벽면 구조로 설계돼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구조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며, 각 타입별로 안방 드레스룸, 대형 팬트리 등 수납공간도 제공할 계획이다.
가평자이는 다양한 혜택을 앞세웠다.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과 함께 계약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차 계약금 500만 원 정액제를 적용할 예정으로, 2차 계약금은 한 달 여 뒤 계약금 10% 중 1차 계약금 50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내면 된다. 특히 1차 중도급 납입 전에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는 안심전매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인 엘리시안 강촌과 제휴 협약을 맺어 가평자이 계약자들에게 객실과 수영장, 스키장 등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할인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고, 1년 단위로 연장한다.
문제는 수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가평 지역 내 주택 매매 거래 건수는 매년 평균 12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얼마 되지 않는 비규제지역으로 부각되면서 2019년 961건에서 2020년 1224건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두 단지의 총 가구 수가 977가구임을 감안하면 빠듯한 실정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평 지역 밖 거주자가 주택을 매입한 사례가 2019년 474건에서 2020년 653건으로 늘어난 점은 위안거리다.
때문에 두 단지 모두 수요 확보에 매진하는 모양새다. 비규제지역인 만큼 서울·경기·인천 지역 거주자도 청약통장 가입 후 12개월 이상이고 예치금만 충족되면 세대주나 주택 소유 여부에 무관하게 1순위 청약 가능하다는 점, LTV가 70%까지 기본 적용되는 점, 전매 제한 기간이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점 등을 집중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부분도 강조하고 있다.
한 분양 관계자는 "가평자이와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이 서로 인접해 있어서 수요가 분산되기 보다는 가평과 주변 지역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평은 그간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았던 곳인데 두 아파트의 분양결과에 따라 비규제지역인 가평을 눈여겨 볼 건설사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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