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때는 다 퍼주더니”…르노삼성, 명운 건 구조조정 내세웠지만 ‘눈총’
“잘 될때는 다 퍼주더니”…르노삼성, 명운 건 구조조정 내세웠지만 ‘눈총’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1.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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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회사의 명운을 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본격화된 수출 절벽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본사마저 한국 시장의 수익성 강화를 콕 짚어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지금의 위기에 놓이기까지 이렇다 할 대책과 지원을 이루지 못한 르노 본사와 르노삼성 경영진을 향한 노조의 일갈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해외를 포함한 총 판매 대수가 2019년 대비 34.5% 급감한 11만6166대에 그쳤다. 최근 10년새 실적 낙폭 중 2번 째로 높은 수치이자, 판매 대수로는 최저치다. 최고 감소율은 지난 2012년 경영정상화 '리바이벌' 플랜을 가동했을 당시 기록한 37.5%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로그 위탁 생산이 종료된데다, 신차 XM3의 글로벌 수출 물량 배정까지 늦어지며 수출 판매량이 단 2만 대 수준에 머무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9년과 비교하면, 1년새 수출 판매는 77.7% 감소했다. 내수보다 수출 판매의 차지 비중이 컸던 만큼, 르노삼성의 영업이익도 지난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해외를 포함한 총 판매 대수가 2019년 대비 34.5% 급감한 11만6166대에 그쳤다. 사진은 르노삼성 연간 실적 추이표.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해외를 포함한 총 판매 대수가 2019년 대비 34.5% 급감한 11만6166대에 그쳤다. 사진은 르노삼성 연간 실적 추이표.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르노삼성은 고육지책으로, 연초부터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들의 임금도 20% 삭감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지난 15일 르노 본사 차원의 수익성 강화 전략인 '르놀루션'(RENAULUTION)이 발표되기에 앞서 이뤄진 선제 조치로, 내부에서도 경영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르노삼성은 본사의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 발표가 떨어지기 무섭게, 일주일 만인 지난 21일 경영정상화 방안 '서바이벌' 플랜을 내놨다. 해당 플랜은 2019년 3월 이전에 입사한 모든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게 주요 골자다. 근속 년수에 따라 위로금은 상이하지만, 희망퇴직 시 받게 되는 모든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인당 평균 1억8000만 원 수준이 지급된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은 서바이벌 플랜 가동으로 조직 구조 개선과 고정비 축소에 따른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그룹 내 공장들의 제조원가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미래 생산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서바이벌 플랜과 XM3의 수출 확대로 부산공장 경쟁력을 입증하면, 향후 르노 본사로부터 신차 프로젝트 수주까지도 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구조조정 소식을 접한 노조는 크게 반발,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신차 없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좋게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집으로 갈 사람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합원들이 아닌, 물량 감소와 판매 저하를 예상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영진들"이라고 일갈했다.

노조가 이같은 목소리는 내는 배경에는 회사가 경영정상화 이후 지난 2015년부터 정상 궤도에 오른 동안 성과 배분은 뒷전으로 미루고, 본사에 수익을 몰아주기 급급했다는 데 있다. 이를 방증하듯 르노 그룹이 르노삼성으로부터 챙긴 배당액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 65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순이익 총액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주목할 점은 노조가 회사 발전을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루는 등 지금과 같은 투쟁 일변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잘 될 때는 본사에 배당금으로 다 퍼주고, 직원들에게는 우는 소리로 기본급을 동결해 왔다"며 "그간의 노고와 희생에 대한 보상이 희망퇴직이라면 그 어떤 노조가 수긍할 수 있겠냐"고 전했다.

더불어 노조는 르노 그룹 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곳은 르노삼성이 아닌 해외 공장들임을 분명히 했다. 르노 그룹의 르놀루션 전략이 명시한 2025년까지의 영업이익률 목표치는 5%로, 르노삼성의 경우 최근 5년간 평균 6%의 이익률을 올리며 이미 그룹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한국 시장을 향한 인력 구조조정의 명분이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르노 그룹이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을 이유로 XM3의 글로벌 수출 물량 배정을 미룬 점도 실책으로 지목된다. 올해부터 XM3의 유럽시장 수출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단시간에 물량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올해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저하, 내수 시장 내 신차 부재에 따른 보릿고개를 버텨야 하는 등 경영 상의 어려움이 배가 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25일 소형 SUV XM3의 유럽 수출을 위한 첫 선적을 개시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지난달 25일 소형 SUV XM3의 유럽 수출을 위한 첫 선적을 개시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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