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방역의 정치화보다 소통의 부재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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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방역의 정치화보다 소통의 부재가 문제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1.2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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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의문 풀어주지 못하는 정부…‘지시’ 아닌 ‘설득’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안 대표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 저녁 9시까지는 괜찮고 그 이후는 더 위험한가”라며 9시 이후 영업제한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자, 정 총리가 “인내하며 방역에 동참해주고 있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언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한 겁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방역을 정치에 끌어들여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허비할 만큼 현장의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며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른바 ‘방역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이었죠.

그런데 정 총리의 발언,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국민은 공동체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해왔습니다. 확진자 동선 공개, 마스크 미착용자 처벌, 자영업자 영업 제한 등은 모두 심각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안이었음에도,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국가의 방침에 따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국민이, 최근 정부의 방침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왜 식당은 되고 PC방은 안 되는지, 왜 4명은 되고 5명은 안 되는지, 왜 8시는 되고 9시는 안 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공당의 대표인 안 대표가 나선 겁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도, 그것도 과학적 근거를 알 수 없는 기준을 들이밀면서도 설득은커녕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요. 정치인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보면, 안 대표의 문제 제기는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 총리는 안 대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소통 부족을 사과해야 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하면서 왜 9시 이후 영업제한이 불가피한지, 언제까지 자영업자들이 희생해야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지 등을 설명하고 정부가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사의(謝意)를 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 총리의 발언에서 반성의 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긴급 상황’이었던 만큼,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던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쯤 되면 정부의 태도는 1년 전과는 달라져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아니라, 왜 해야하는지, 얼마나 더 하면 상황이 나아질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방역의 정치화가 안 대표의 속내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라면 안 대표의 말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기보다, 국민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먼저 봐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방역의 정치화를 비판하기 이전에 소통의 부재를 걱정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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