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재명 바라보는 보수의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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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재명 바라보는 보수의 두 가지 시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1.2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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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친문 같은 확실한 기반 없어 vs 보수·영남 표심 잠식할 수 있는 후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실시해 25일 공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26.2%의 지지율로 윤석열 검찰총장(14.6%)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4.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3강’ 체제로 흘러가던 차기 대선 레이스가 ‘1강 2중’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세론’ 형성 가능성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특히 보수 진영은 이 지사의 부상(浮上)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웃사이더’인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올라서는 것이 보수 진영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 보수 진영은 이 지사의 경쟁력을 그리 높이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선 경쟁력의 기본은 탄탄한 지지 기반인데, 이 지사에게는 ‘팥으로 메주를 쓴대도 믿어줄’ 사람들이 없다는 이유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보수층과 TK(대구·경북)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친노(親盧) 지지층을 계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이 지사는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친노-친문(親文)으로부터도 환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보수 진영이 아직까지도 ‘이재명 대세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한 인사는 지난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친문은 문 대통령 퇴임 후 문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가 선택의 최우선 기준인데, 그런 점에서 이 지사를 믿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믿지 못할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문 대통령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기반이 없는 이 지사가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지금 민주당의 주류는 친문”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되기도 어렵고, 설사 여론조사 100% 같은 방법으로 후보가 되더라도 친문이 열과 성을 다해서 밀어줄 것 같지도 않다. 이 정도 지지층으로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의 기류도 존재한다. 만약 이 지사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 어느 후보보다도 파괴력이 있을 거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문 대통령과 소위 ‘문파’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비토가 오히려 이 지사를 ‘반문(反文)의 기수’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 이 지사는 보수층에서 16.1%, 중도에서 25.8%의 지지를 받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보수의 지지가 26.7%, 중도의 지지가 13.0%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지사에 대한 보수와 중도의 지지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즉, 이 지사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보수와 중도 지지자들도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서 그렇지, 사실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이낙연 대표보다 훨씬 무서운 상대다. 정책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후보고, 정치적으로도 엄청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맷집도 증명되지 않았나”라며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일단 영남 출신인 데다가 시원시원한 정치를 좋아하시는 보수층에도 어필할 수 있어서 보수 표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또 “친문이 싫어한다는 것도 문 대통령 임기 후반에 가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친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상황”이라며 “약점도 많고 리스크도 큰 게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그걸 다 뚫어온 걸로 봐서는 후보로 나오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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