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기를 실패할까
[주간필담] 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기를 실패할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1.31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비위 사건은 정치권 전체가 고민하고, 아파해야 할 문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또 한 번 발생한 정치권의 성비위 사건은 ‘왜 우리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를 실패하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해답을 묻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또 한 번 발생한 정치권의 성비위 사건은 ‘왜 우리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를 실패하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해답을 묻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과 함께 1월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그간 성 평등에 앞장서온 진보정당의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성비위(性非違) 사건이었다. 이로써 그의 이력에 기록된 첫 당선은 막을 내렸다. 취임 후 107일 만의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드러난 두 가지 사실은 “피해자는 어떤 모습으로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든 그 누구든 위계상 위력에 의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이 또 한 번 증명됐다. 장혜영 의원은 ‘피해자다움’이나 ‘가해자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를 진영 싸움으로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정의당을 향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아울러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사과 태도에 관한 한 정의당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기 바란다”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때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를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범여권 도덕성의 총체적 붕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비위 사건의 핵심은 ‘어느 진영에서 발생했는가’가 아니다. ‘범여권 도덕성’만의 문제 역시 아니다. 왜 우리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를 실패하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해답을 묻고 있다. 정치권은 공고한 권위주의 문화를 어떻게 개선하고, 업무상 위력에 따른 사건을 어떻게 막을지를 고민할 때다.

 

서울‧부산시장 후보의 여성 공약은?


서울‧부산 보궐선거의 핵심은 ‘성비위 사건’으로 열린 선거라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각 후보가 앞 다퉈 발표한 여성 공약에 더욱 주목해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권력형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공약을 낸 후보들은 ‘지자체장으로부터의 독립성’에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아래는 권력형 성범죄를 막기 위한 공약을 발표한 3명의 후보다.

ⓒ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후보들은 권력형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2일 성범죄 근절을 위한 두 가지 약속을 했다. 나 후보는 △독립된 서울시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 설치 △평등고용위원회 설치해 직장 내 성차별 근절 등을 발표했다. 그는 “6층 시장실을 서울시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로 쓰겠다”고 말했다.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5일 두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완전복직 △양성평등 감독관 신설‧진보인사 추천을 내세웠다. 그는 “조직 내부의 ‘은폐‧묵인‧방조’와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가해행위가 용인되는 한, 권력형 성비위를 뿌리 뽑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위탁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분들에게 모든 관리를 맡길 것”이라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9일 ‘여심특별시 서울 공약’을 발표했다. 다섯 가지 공약에는 △인공지능형 CCTV 확대‧SOS앱(성범죄자 위치 근접 알림) 기능 추가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설치 △독립적 인권 전담기구 ‘서울시인권센터(가칭) 설치 △서울시 공무원 성범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이 포함됐다. 안 대표는 “자문기구 성격의 서울시 인권위원회와 특별대책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를 막으려면 시장 권력의 영향권인 직속기관이나 신고센터로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년 3개월 남짓한 근무를 위해 무려 693억 1794만 원의 재정이 사용된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1년 3개월 남짓한 근무를 위해 무려 693억 1794만 원의 재정이 사용된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는 서울시 487억 5111만 원, 부산시 205억 6683만 원이 소요된다. 1년 3개월 남짓한 시장의 근무를 위해 무려 693억 1794만 원의 재정이 사용되는 셈이다.

이 비용은 단순히 후임 시장 선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혜영 의원이 외친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비용이어야만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