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금 ‘내홍’…‘개돼지’ 비하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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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성과금 ‘내홍’…‘개돼지’ 비하까지 등장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02.0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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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연봉 반납”·이석희 “다음부터” 달래도…직원들 “세뱃돈이냐”
사내망 댓글 놓고도 대립…“비난여론 삭제마라” vs “서버 문제일 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SK하이닉스가 책정한 성과급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불거진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연일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뉴시스
SK하이닉스가 책정한 성과급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불거진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연일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뉴시스

"직원들은 개돼지라서 신경쓰지 않겠다는 건가."

SK하이닉스가 책정한 성과급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불거진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연일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최근 사내망에 올라온 이 사장의 해명글엔 실명 비판 댓글이 넘쳐나 서버가 마비되고, 회사 평가 사이트에 직원들의 ‘별점 테러’가 발생하는 등 내홍이 그치질 않고 있다.

 

최태원 “연봉 반납”·이석희 “다음부터” 달래도…직원들 “세뱃돈이냐” 


논란의 발단은 SK하이닉스의 동종업계 대비 낮은 성과급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임직원 2만 8000여명에게 기본급 400%(연봉의 20%) 수준의 PS(초과이익분배금)를 내달 3일 지급한다고 밝혔다. 동종업계 라이벌사인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연봉의 47% 가량을 PS로 받는다. 연봉 6000만 원의 과장급 직원의 경우, SK하이닉스에선 올해 1200만 원을, 삼성전자에선 2820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불만이 높다. 4년차 직원이 전체 메일을 통해 “성과급 산정 방식 기준이 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지수의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해 달라”고 공개 질의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최태원 회장이 최근 M16 준공식 현장에서 “좀 더 공감이 필요했다. 안타깝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본인의 연봉 반납을 선언했지만, 직원들의 반발은 기세가 꺾이질 않았다.

직장인 익명 어플에는 “최 회장의 연봉을 나눠봤자 인당 10만 원 수준인데, 세뱃돈 주겠다는 거냐”는 댓글이 두 자릿 수 이상의 추천을 받는 등 비난 여론이 지배적이다. 

불길이 잦아들지 않자 이석희 사장도 가세했다. 이 사장은 지난 2일 사내망 공지를 통해 “지난해 PS는 더 큰 미래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중장기 인프라 투자가 고려돼 결정된 것”이라면서 “올해부터는 향후 성과급 내용을 미리 공지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발언은 직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직원들이 요구한 EVA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고, 기존대로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실명을 공개하고 써야하는 사내망임에도, 이 사장의 공지 발표 직후 “직원들이 호구냐”고 비난하는 게시글이 넘쳐났다가 당일 삭제됐다. 이 사장의 공지에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지만 같은날 사라졌다. 

 

이석희 공지 논란…"비난여론 삭제마라" vs "서버 문제일 뿐"


직원들은 앞선 익명 어플에 “비난 여론 감추려고 회사에 불리한 건 다 삭제하고 있다”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어플에는 3점 중반 대를 기록하던 회사 평점이 3일 기준 2점 대 초반까지 깎이는 일명 '별점 테러' 사태도 벌어졌다.  

SK하이닉스 측은 댓글과 게시글 삭제에 대해 ‘서버 문제’라고 부인하며 추측성 발언은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내망 댓글창을 사측이 닫은 것이 아니다”라며 “한 번에 2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동시에 접속하고 댓글을 달다 보니 서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버 문제로 접속과 댓글창 기능이 제한된 것 뿐”이라면서 “임직원들은 충분히 다른 채널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창구가 막힌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5조 126억 원)은 삼성전자 DS부문보다 14조 원가량 적지만, 애초에 직원 수와 시설투자 규모가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것이 성과급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주장이다. 지난 2019년 초엔 실적 부진으로 PS 지급이 무산되자, 삼성전자 DS 직원이 연봉의 29% 수준 OPI(성과급의 일종)를 받은 점을 고려해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특별기여금을 지급한 바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2015년엔 500%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2017~2019년에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성과급을 받았다”면서 “국내2위 회사가 날이 갈수록 성과급을 적게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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