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北韓 원전 지원?…政爭과 모순 해결하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北韓 원전 지원?…政爭과 모순 해결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2.06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적행위·북풍’ 시대역행 공방
‘北에 원전’… 文 탈원전 탈선 의혹
政爭보다 실체 규명이 우선
全文 공개하고 작성 경위 투명하게
北 원전 추진 利敵 논란 정쟁화
여권, 정쟁으로 몰지 말고 의혹 해명하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한에 대한 '원전 지원'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수사중인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에서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산업부가 의혹을 차단키 위해 스스로 삭제한 문건을 전격 공개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사업 추진 정황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대북 원전 추진 방안들을 구체적·심층적으로 담고 있어, 실행을 염두에 두고 공 들여 만든 문건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인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면 그야말로 이율배반이다. 게다가 북핵 폐기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북한 원전 지원 방안부터 추진됐다면 심각한 문제다. 원전 건설 지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과 비판론이 여러 측면에서 확산하고 있다. 당장 문 정부가 남한에서는 한사코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려 한 것 같은 이중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높다. 

정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난다. 삭제된 파일명이 '북한 원자력발전소 추진'을 의미하는 '북원추'라고 되어 있는 점, 그 상위 폴더 이름을 핀란드어를 써서 기밀을 유지하려 했던 점, 감사 직전 작전하듯 삭제하려 했던 점 등을 볼 때 북한에 원전 건설 방안을 추진한 개연성이 크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북한에 대한 '원전 지원'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비핵화 전에 원전 지원 검토 쟁점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파일 목록에는 북한 원전 건설과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삭제파일의 숫자는 17개로, 동일한 이름의 중복 파일명을 고려하면 최소 13개였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다시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부터 검토한 것이다.

검찰이 복구에 성공한 이들 파일 제목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에너지 분야 남북 경협 전문가_원자력(압축)'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등이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해온 정부가 북한에 되레 원전 건설을 지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도 하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조선일보가 ‘산업부가 삭제한 문건에 북 원전 건설 파일이 있다’고 처음 보도했을 때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문건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여야 정면 충돌…시대착오 국론분열 우려 

정치권은 마치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정면 충돌을 야기했다. 국민의힘은 “이적(利敵)행위”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고발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정부부터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주장했고, 산업부는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해명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일요일 야밤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파일을 삭제했는가.

이를 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우리의 원전은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이적행위로 경천동지할 중대 사안”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북풍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이미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니  오히려 잘됐다. 신속하게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하자"며 일전불사의 자세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놓고 정치권이 일전불사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적행위, 북풍, 선거라는 단어가 겹치면서 과거 우리 선거판을 흔들어놓기 일쑤였던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실과 주장이 혼재하는 가운데 정치적 프레임이 득달같이 작동하면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문건의 내용이 온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만으로 정치 공세를 펼치는 것도, 그렇다고 정색하면서 총력 반격하는 것도 책임 있는 정치의 본령은 아니라고 본다.

‘도보다리’ 회담 내용 공개 필요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만 놓고 보면 '북한 원전' 관련 파일 삭제라는 곁가지 문제가 갑자기 본질 이상으로 부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정황 논리와 정치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서 일 것이다. 

산업부는 자료 삭제에 대해 ‘직원들 스스로 한 행동’이라고 선을 그어왔지만 속속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은 그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사태의 전모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

국내에선 탈(脫)원전을 밀어붙인 정부가 뒤로는 이런 모순적 행태를 보인 데 대해 국민들은 큰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국내에선 탈원전 하면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것만큼이나 앞뒤가 안 맞는 것이어서다.

북한 원전 지원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혹세무민”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 설명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남북 협력을 실무 차원서 검토하고 정리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필사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를 숨겼을 이유가 없다. 왜 일요일 야밤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서 관련 파일을 모조리 삭제한 것인가. 

왜 산자부 공무원들이 1·2차 정상회담 사이에 문건을 단순 내부 참고용으로 작성하고, 그런 자료인데도 감사가 시작되자 밤 12시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삭제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도보다리 회담은 배석자 없이 진행됐지만 입모양 등 분석 결과 “발전소” 언급도 나왔다는 소식이다. 북한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원전 사업 추진을 밝혔다. 

핵심은 역시 원전 지원 추진 여부다. 역시 2018년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 내용이 관건이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44분 동안의 대화 내용과, 김 위원장에게 건넨 ‘USB 파일’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 내려놓고 짜 맞추기 한 흔적

경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은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서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직전에 무더기로 삭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파일에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과 관련한 문건 17개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시작됐다. 문건 작성 시기는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5월 2~15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논란의 문건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산자원부 공무원 3명이 심야에 삭제한 530건의 파일 중에 들어 있는 것이다. 

삭제된 문건에는 ‘북한 원전’뿐 아니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앞서 청와대와 산업부가 긴밀히 협의하고, 청와대가 수정을 요청한 내용도 곳곳에 들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개최 전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보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추기 한 흔적이 짙다. 

국민 알권리, 정확히 밝혀져야

문제의 파일은 모두 ’60 pohjois’라는 폴더에 담겼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북원추’(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생소한 핀란드어와 약어 등을 사용해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비밀 파일을 만든 것이다.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둘러싼 의문의 핵심은 왜 산업부 공무원이 필사적이고 조직적으로 문건을 삭제했느냐이다. ‘공무원의 검토 아이디어’라면 감사원 조사 직전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지울 필요가 뭐가 있나. ‘pohjois’ ‘북원추’라는 약어를 사용해 왜 처음부터 감췄나. 이런 의문에 청와대는 구체적 해명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문건 생산에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 등도 보다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 원전 건설 문건 논란은 이적행위냐, 북풍 공작이냐의 정치공방만 벌이다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소모적 정쟁을 종식하고 국정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이다.

북한 원전 지원을 언제, 어떤 이유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토했으며 산업부가 어느 기관과 협의했는지 정부·여당이 스스로 공개해서 논란을 잠재워야 마땅하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도 부합한다. 

USB 전달 국민적 의혹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탈원전을 내세우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자위적 수단으로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북한에 핵연료를 제공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국과 유엔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국내 탈원전을 통해 발생한 잉여 장비와 인력을 북한에 투입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담은 책자 등을 건넸다. 정상회담에서 북한 전력 문제가 거론됐고, 이후 실제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계획을 검토했을 개연성이 크다. 당시 정부는 탈원전을 거세게 밀어붙이며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로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이다.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USB를 건넨 것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미 밝힌 내용이다. 이런 기본적 사실도 알아보지 않은 채 무턱대고 거짓말부터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다. 검찰 공소장을 통해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드러나자 내놓고 거짓말까지 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협력 아이디어?…산업부 구상 이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원전 물질의 재처리로 다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전을 건설해준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 사고라 할 수 있나. 더구나 이 문건이 작성될 당시엔 탈원전 실행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을 때였다. 원전이 위험해 탈원전 한다면서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줄 생각을 했다면, 그 이중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검찰이 복구한 파일 목록엔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 과제’ 등이 포함돼 있다.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목록도 들어 있어 단순한 보고서로 보이지 않는다. 

문건의 당사자인 산업부는 “북한 원전 건설 극비 추진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 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6쪽 분량의 내부 검토자료일 뿐,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2018년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긴 USB에는 에너지 협력과 관련한 내용은 있었지만 원전 건설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도 파일을 꽁꽁 숨기다가 감사원이 자료 확보에 나서기 전날 밤 부랴부랴 삭제한 것을 보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적 차원에서는, 탈원전 과정의 위법성 수사와 감사를 방해하고 공문서를 폐기하는 등의 불법적 움직임이 대북 원전 지원 문건을 감추거나 조작하기 위한 것이었을 개연성을 더 키운다. 

1990년대에도 우리 정부는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지어주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했었다. 물론, 이를 두고 이적행위라고 하는 이는 없다. 삭제된 문서 중 220여개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라는 주장(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나왔는데, 실제 보수 정권도 대북 발전 지원 사업을 검토했었다. 적절한 절차와 목적에 따라 진행된다면 대북 지원을 문제삼기는 어렵다. 오늘의 모든 의혹이 진실대로 국민앞에 밝혀져야 한다.

극심한 정쟁, 분열 심해질 듯

어쨌든 이번 사태로 정국은 정면 충돌 양상이다. 청와대와 제1야당 간에 '이적'이나 '공작' 등의 거친 언어가 오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북한 원전 의혹이 극심한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다. 그냥 놔두면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이미 중증인 이 나라의 분열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진실을 밝힐 책임과 능력이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이 사안을 정쟁으로 몰고 가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런 태도를 보면 왜 그토록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했는지 짐작이 간다. 만일 최원장과 윤 총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압박에 물러섰더라면 삭제된 문건들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와 산업부가 국민이 원하는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수밖에 길이 없다. 

통일부는 2018년 이후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열린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아이디어로 검토했으되 실행하지는 않았다'는 정도의 결론이 현 단계에서는 사안의 본질에 근접한 판단인 것 같다. 

다만, 국내 탈원전 정책에 시동을 걸던 시점에 정부가 과거 실패로 끝난 대북 경수로 건설을 연상시키는 방안을 어떤 이유와 배경에서 검토했는지에 대해선 납득가는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사태의 전모 명백히 밝혀야 

북 원전 문건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문서 삭제로 논란을 야기한 원초적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삭제된 문서들이 언제, 어떤 성격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소상히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대북 관계를 고려해 관련 내용을 다 공개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을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원전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정도로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USB를 건넸다는 보도가 “악의적 왜곡”(조한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반박한 것도, 건넨 사실 자체는 당시에도 보도된 점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삭제된 문서들이 언제, 어떤 성격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작성된 이들 파일이 산업부 내부의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 자료였다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밝혀 불필요한 의혹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게 옳다. 국론 분열이 가중되는데도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 맡겨두자고 한다면 올바른 정부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삭제된 문건에는 ‘북한 원전’뿐 아니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앞서 청와대와 산업부가 긴밀히 협의하고, 청와대가 수정을 요청한 내용도 곳곳에 들어 있다. 청와대는 부인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검찰과 감사원도 사태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을

북한의 ‘사기 비핵화’에 우리가 원전부터 지어준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검찰은 명운을 걸고 이 국가 자해 행위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 막바지로 치닫는 월성 1호기 관련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실체적 진실에 더 다가설 때까지 정치권이 도 넘는 공방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물론,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총동원해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수사가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설명을 하는 것도 최종적인 방법으로 검토할만하다. 남북이 걸린 문제는 정치적 공방으로 무한정 소비될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 문재인 정권의 진심은 무엇인가. 검찰수사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그 전에 이 의혹의 최고위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국민 공감대 형성과 합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체를 가장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소상히 해명,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