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좌파·우파 선택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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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좌파·우파 선택 가이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2.07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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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신뢰하는 좌파…우파는 불완전한 인간의 개입이 부작용 낳는다 믿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좌파와 우파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뉴시스
좌파와 우파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뉴시스

4·7 재보궐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시장을 선출하는 서울과 부산의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요.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이념 대결 구도도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시사오늘>에서는 ‘좌파·우파 구분 가이드’를 마련했습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흔히 좌파를 진보, 우파를 보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100%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좌파·우파라는 단어는 프랑스 국민의회에서 온건 개혁세력인 지롱드가 오른쪽에, 급진 개혁세력인 자코뱅이 왼쪽에 자리를 잡은 게 기원인데요. 속도의 차이일 뿐 좌파와 우파 모두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좌파=진보’, ‘우파=보수’라는 등식은 오해의 여지가 있죠.

그렇다면 좌파와 우파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이 쉽습니다. 우선 좌파는 인간을 크게 신뢰합니다. 인간은 사회가 흘러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통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좌파가 ‘큰 정부’를 선호하는 건 인간이 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좌파 정부에서 규제가 많이 늘어나는 것도 ‘통제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파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조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인위적 개입은 자연스럽게 발전해온 사회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우파가 최대한 민간의 자율을 존중하고,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우파의 가치인 시장주의와 자유주의, 작은정부 등도 이 같은 신념에서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다가오는 재보궐선거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좌파·우파의 성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좌파는 정부가 나서서 돈줄을 조이고, 세금을 부과하고, 집을 지어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인간은 부동산 시장이 돌아가는 패턴을 분석하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포인트’를 잡아 규제하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파는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정부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즉 더 좋은 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도 늘어나도록 내버려둬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가가 잘못 끼어들어 규제를 남발하면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거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최근에는 좌파도 우파도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중도로 수렴, 예전만큼의 차이를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출발은 비슷하더라도 방향이 다르면 그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좌파와 우파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아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개입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좌파와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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