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면직이 ‘부당해고’라고 강조하는 전(前) 비서 측과,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전 비서의 근무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류 의원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이 서로를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한 만큼, 이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분석한 대로, 사실 이번 사안은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이들에게 적용되는 국회 규칙에는 면직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노동운동 이력을 갖고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서, 류 의원이 ‘법’을 들고 나온 건 아쉽습니다.
류 의원이 전 비서의 부당해고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국회 규칙에 면직 관련 규정이 없을 뿐, 국가공무원법은 적용됩니다)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아예 부당해고라는 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고, 전 비서 측의 업무 태도가 불량했으므로 면직 처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거는 류 의원 소속 정당인 정의당의 기조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우선 정의당은 ‘법의 흠결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구제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는 정당입니다. 예컨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 여러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죠.
그런데 국회 보좌진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마찬가지로 ‘법의 흠결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사례입니다. 보호의 필요성은 있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업종 중 하나죠. 그러니까 소속 정당은 ‘빠져나갈 틈’을 없애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소속 의원이 그 틈으로 빠져나와 ‘문제없음’을 역설한 모양새가 된 겁니다.
전 비서 측의 업무 태도를 비판한 것도 문제 소지가 있습니다. 경영계는 오래 전부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건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촉발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류 의원이 전 비서의 ‘저성과’를 문제 삼은 건 당의 철학과 배치됩니다.
류 의원 말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전 비서에 대한 면직 역시 부당해고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과연 류 의원은 남은 3년여 동안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법대로’를 외치는 류 의원의 결정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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