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호정의 ‘법대로’가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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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류호정의 ‘법대로’가 아쉬운 이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2.08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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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면직, 법 위반 아니지만…법 사각지대 근로자 보호 주장했던 정의당 철학과 배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면직이 ‘부당해고’라고 강조하는 전(前) 비서 측과,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전 비서의 근무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류 의원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이 서로를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한 만큼, 이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분석한 대로, 사실 이번 사안은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이들에게 적용되는 국회 규칙에는 면직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노동운동 이력을 갖고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서, 류 의원이 ‘법’을 들고 나온 건 아쉽습니다.

류 의원이 전 비서의 부당해고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국회 규칙에 면직 관련 규정이 없을 뿐, 국가공무원법은 적용됩니다)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아예 부당해고라는 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고, 전 비서 측의 업무 태도가 불량했으므로 면직 처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거는 류 의원 소속 정당인 정의당의 기조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우선 정의당은 ‘법의 흠결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구제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는 정당입니다. 예컨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 여러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죠.

그런데 국회 보좌진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마찬가지로 ‘법의 흠결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사례입니다. 보호의 필요성은 있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업종 중 하나죠. 그러니까 소속 정당은 ‘빠져나갈 틈’을 없애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소속 의원이 그 틈으로 빠져나와 ‘문제없음’을 역설한 모양새가 된 겁니다.

전 비서 측의 업무 태도를 비판한 것도 문제 소지가 있습니다. 경영계는 오래 전부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건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촉발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류 의원이 전 비서의 ‘저성과’를 문제 삼은 건 당의 철학과 배치됩니다.

류 의원 말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전 비서에 대한 면직 역시 부당해고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과연 류 의원은 남은 3년여 동안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법대로’를 외치는 류 의원의 결정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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