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최대 고용쇼크와 청년실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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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최대 고용쇼크와 청년실업 비상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2.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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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후 구직 단념 현실 재현
장단기 극복대책 총동원을
단기 알바로는 고용 참사 못 막아
‘혈세 일자리’ 궁리만 하는 정부
예고된 참사…민관 공동 노력 절실
규제개혁 통해 고용 일으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고용 대참사 국면이다. 새해 첫 달 고용 성적표는 '쇼크'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줄었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올 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무려 100만명 가까이 줄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도 사상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었고, 실업률도 1년 전보다 1.6%포인트 뛰면서 사상 최고치인 5.7%로 치솟았다.

실제 상황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실업자 집계에서 빠지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 사람’과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구직단념자’를 합치면 실업자가 무려 349만명이다. 1년 전보다 61만명 이상 늘어,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더 심각한 것은 연속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감소폭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사라진 일자리의 절반 이상은 20, 30대 몫이었다. 

고용의 핵심인 청년 체감 실업률 역시 역대 최고치인 27%를 기록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최악의 수치다. 청년 실업이 해소되기는커녕 만성적인 실업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용 쇼크다. 일자리만 놓고 보면 국민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특히, 청년 실업은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전반의 위기에 다름아니다. 정부는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청년 일자리에 두고 채용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는 각종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새해 첫 달 고용 성적표는 '쇼크'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었다.ⓒ뉴시스
새해 첫 달 고용 성적표는 '쇼크'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었다.ⓒ뉴시스

문 정부 경제 성적표

이번 고용 참사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고용시장이 급랭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각종 규제 여파로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최악의 고용 쇼크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적나라한 성적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선방했다는 점을 내세워 우리 경제가 회복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악조건의 신기록투성이인 고용지표는 문 대통령과 정부 말이 허언(虛言)이란 사실을 입증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서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한 것이 문 정권이었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는 서민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취업 전선의 약한 고리, 고용 취약계층이 일자리 파탄으로 미증유의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기업의 채용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장기업의 절반이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고비를 넘기려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고용 '거품' 걷히고 최악 지표들 

이번 고용쇼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쉬었다는 인구는 37만 명 늘어났는데 그중 절반이 20, 30대였다. 서울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해 실직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13.7%에 그쳤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단기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다가 그 일자리마저 끊어지면서 구직 의욕을 잃고 있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은 줄곧 악화해 왔지만, 여러 악재가 중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8일 거리두기가 수도권 2.5단계, 기타 지역 2단계로 격상되면서 숙박업소, 음식점, 도·소매업체 등 대면서비스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 밖에 청년 신규 채용 감소와 노인 일자리 종료 후 개시까지의 시차, 폭설에 따른 일용직 감소 등도 고용 사정 악화에 한몫했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 알바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20만~40만명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고령자 세금 알바 덕분이었다. 정부가 천문학적 세금을 퍼부어 부풀려온 고용 시장의 거품이 한순간 걷히니 ‘사상 최악’의 온갖 지표들이 속속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수년 내 제조업 전체가 참혹한 결과에 처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청년실업…정책 실패가 근본 이유

이번 쇼크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고용의 거의 모든 측면에 타격을 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36만7천명), 도매 및 소매업(-21만8천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10만3천명) 등 거리두기 영업제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취업자 수가 특히 큰 폭으로 줄었다.

지위별로는 임시근로자(-56만3천명), 일용근로자(-23만2천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5만8천명) 등이 격감해 전염병 재난이 취약 계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히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번 고용지표는 청년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에서 코로나 3차 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 해 일자리 예산을 30조 원 이상 쏟아붓는 상황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코로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고용 정책 실패가 근본 이유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용 시장에 개입해 세금을 쏟아부은 노인 중심의 직접일자리를 양산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고용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不姙)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시장 흐름 역행 정책 고집

경제의 정상 순환 모형은 민간 기업이 왕성하게 투자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임에도 현 정부는 임기 내내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고집했다. 억지로 만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켰고 경제적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것은 외려 일자리를 줄였다.

또한, 국민 혈세를 퍼부어 '세금 알바'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한 반면 좋은 일자리 만들기 주역인 기업을 옥죈 결과다. 

고용 창출을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규제 개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의 읍소에 귀를 막고 새로운 규제를 양산한다. 지금도 기업의 팔을 비트는 협력이익공유법, 집단소송법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하나같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법안들이다.

이로 인해, 온갖 규제의 족쇄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은 사상 최대에 달했다. 르노삼성 대주주인 르노그룹 최고위급 임원이 “부산 공장의 제조원가가 스페인의 2배에 달한다”며 생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철수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은 우리 제조업 현장의 뼈아픈 실태 사례다. 

좋은 일자리 사라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항력적·대내외적 환경을 내세우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국내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부 일자리 대책은 세금이 끊어지면 사라질 공공 일자리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청년 일자리 대책은 공공 일자리 110만 개가 핵심이다. 

정부는 재정으로 고령층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 지난 4년간 100조원이 넘는 고용예산을 쓰면서도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대부분의 공공 일자리가 단기 고용에 그친다는 것은 현재의 고용 재난 상태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가부채가 무려 956조원에 이를 거라고 한다. 피해 업종과 계층을 정밀하게 선별해 지원하는 정부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땜질처방’ 만으론 턱없이 미흡

정책 결과는 참담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등 일련의 이념 편향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일자리가 수십만개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일자리는 고용 문제 해결 처방이 될 수 없는데도 정부는 1분기 90만 개 이상 직접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과연 작금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홍 부총리는 “1분기 중에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직접 9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나라 곳간을 축내며 단기 알바로 통계수치만 개선하는 기존 고용정책을 재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이어 “공공부문 일자리의 버팀목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노인ㆍ장애인ㆍ청년 일자리 등에 걸쳐 올해 총 104만2,000명을 직접 고용할 예정이며, 지자체 직접 일자리 목표도 17만7,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코로나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공공일자리 확대 같은 ‘땜질처방’ 만으론 턱없이 미흡하다. 

고용 대책 틀 다시 짜야

당장 급하다고 단기 알바 일자리만 고집해선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정석대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고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업을 짓누르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는 통계 분식이지 진정한 일자리가 될 수 없다. 과도한 재정 지출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눈덩이처럼 불리는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폭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한마디로, 고용 대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일자리 감소는 20~40대에 집중됐음에도 정부는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예산을 편중 지원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독 60세 이상 취업자 수만 증가하는 상황이다.

‘유럽의 병자(病者)’였던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 지도자가 명운을 걸고 노동 개혁과 감세에 나서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불사하며 자국 기업을 지키려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와함께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재난지원금 형태의 직접 지원과 함께 연초에 일시 중단된 공공일자리 사업을 재개하고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의 고용 지원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필요하다면 추가 경정 예산의 조기 편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민간의 젊은 일자리 창출에 돈을 써야 한다. 피해 계층의 추락을 막는 선별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구조의 개편이나 기업의 고용 촉진을 위한 유인책과 규제 개선 등 긴 호흡으로 연구하고 토의해야 할 중장기 과제들도 뒷전으로 미룰 수는 없다. 전략도 전면적 총력 대응이 돼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총력전을 펴야 한다. 민간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용 확대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절실한 것은 안정적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짜 일자리’다. 이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맘 놓고 투자하도록 유도해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야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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