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당신의 제보를 도와드립니다…단, 입금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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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당신의 제보를 도와드립니다…단, 입금된 후에”
  • 그래픽= 김유종/글=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2.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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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이미지출처= Getty Image Bank 등)

 

몇 년 전부터 각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제보'라는 아이디로 이메일이 들어옵니다. 같은 아이디지만 제보자와 제보 내용은 매번 다릅니다. 기사화하기 쉽도록 정리가 잘 돼 있고, 배경 자료도 풍부합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 결과 'S'씨가 대표로 있는 '마이플래닛'이라는 업체를 찾았습니다. 마이플래닛은 '라스트 뉴스 라인'과 '뉴스직방'이라는 사이트를 운영 중인데, 뉴스직방에서 각종 정보를 모아 라스트 뉴스 라인을 통해 언론에 그 정보들을 뿌리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서 큰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라스트 뉴스 라인은 '제보 무료 제공' 사이트입니다. 기삿거리에 목마른 기자들이 이메일 주소를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몇몇 기자들은 여기 등록한 사실도 없는데 '제보'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무단 수집'해 메일을 보낸 겁니다. 일종의 '스팸' 발송입니다. 사실 이건 문제도 아닙니다.

뉴스직방은 '제보 대행' 사이트입니다. 마치 자신들이 '방송국·언론사 1000개, 기자 2만 명'과 제휴하는 것처럼 홈페이지를 꾸몄지만, '국민의 조그마한 소리도 뉴스 취재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명분이 너무 좋습니다. 응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제보하기 버튼을 눌렀더니 결제창이 뜹니다. '라이트 제보 20만 원', '스탠다드 제보 30만 원', 제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라이트와 스탠다드의 차이는 '전현직 기자의 검토·검수'랍니다.

왜 제보가 유료일까요. 뉴스직방은 '정보를 언론에 전달할 때 인건비와 서비스 운영 비용' 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무단 수집한 이메일로 정보를 뿌리는 데에 과연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참 황당무계합니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공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미흡하거나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보도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제보자들이 실망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사화 여부를 떠나서 모든 제보는 소중합니다. 제보 하나하나가 쌓여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는 뉴스가 만들어지고, 비록 보도되지 않더라도 취재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용기있는 제보자의 제보 행위 자체가 세상을 바꿉니다. 정보에는 값을 매길 수 있을지언정, 제보에는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제보라는 소중한 행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언론의 공적 역할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이 주는 대로 언론에서 받아쓴다면 정보의 정확성과 보도의 신뢰도 하락하겠죠. 약속합니다. '제보'라는 아이디로 들어온 자료는 절대 다루지 않겠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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