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 진보 원로 백기완 별세, 임종 전 ‘노나메기’…“끝까지 사명을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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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人] 진보 원로 백기완 별세, 임종 전 ‘노나메기’…“끝까지 사명을 새기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2.15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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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마지막까지 꿈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진보 정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벌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뉴시스
진보 정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벌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뉴시스

진보 정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통일문제연구소는 이날 오전 외부에 전하는 글을 통해  “한국 민중 · 민족 · 민주 운동의 큰 어르신이신 백기완 선생님께서 오늘 새벽, 노나메기 세상을 위한 큰 뜻을 품고 먼 길을 떠나셨기에 비통한 소식을 삼가 알린다”고 밝혔다.

‘노나메기’는 함께 일해 잘 사는 세상을 말한다. 백기완 소장의 삶의 지향점이 함축된 말이다. 평생 ‘노나메기’ 운동을 실천해왔고, 생전에 펴낸 계간지 제호도 <노나메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자인 그는 재야운동과 진보 정치 원로로서 존경을 받아왔다.

1933년 황해도 은율 구월산 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독학했다. 45년 광복을 계기로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난 뒤 민족 사상 등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훗날 <백범사상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반도 분단으로 이산가족이 되면서 더욱 통일 운동에 전념했다고 전해진다.(2000년 김대중 국민의정부 당시 방북단으로 평양에 초대돼서야 열세 살에 헤어진 누나와 상봉할 수 있었다.)

4‧19혁명에 가담했다. 재야의 함석헌‧장준하‧계훈제‧변영태 선생 등과 한일협정 반대투쟁, 야권통합운동을 전개했다. 도시빈민운동, 농민운동, 민족학교 운동에도 힘썼다.

장준하 선생과 함께 박정희 정권의 영구집권, 분단 독재 반대 투쟁을 벌였다. 74년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함께 구속됐다. 이듬해 장준하 선생이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하자 암살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고인은 ‘장준하 의문사’와 관련해 생전인 2012년 <시사오늘>과 통화한 바 있다. 당시 백 소장은 장준하 선생을 평생 존경했다고 했다. 그는 “그분은 위대한 진보적 지도자이자 해방 통일의 지도자였다”며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의식과 행동을 발전시켜온 분”이라고 회상했다.

백 소장은 79년 명동 YMCA 위장 결혼식 사건으로 구속됐다. 전두환 정권 당시 서빙고 보안분실에서 고문을 심하게 받아 후유증을 겪었다. 84년 재야인사들과 민주회복국민회의를 결성했다.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소속으로 87년 6월 항쟁에 앞장섰다.

이후 13대 대선 출마를 시작으로 진보 진영의 독자 정치 세력화에 나섰다. 92년 14대 대선에서는 끝까지 완주했다. 2000년부터 노나메기 운동을 본격화했다. 한반도 비핵화 1000인 시국선언,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범국민투쟁, 공권력 고문 피해 진상규명, 우리말 살리기 운동 등을 이끌었다.

고인은 임종 전 ‘노나메기’를 유언으로 남겼다. 백기완 소장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실무팀의 양기환 씨는 이날(15일) 통화에서 “큰딸 백원담 교수님이 임종을 지켜보시고, 백 선생님이 의식이 있을 때 떨리는 글로 마지막 하신 말씀이 있다. 노나메기다”라고 전했다.

양 씨는 “민주주의, 인권, 통일운동에 평생 헌신하신 분이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편에 서서 비를 맞을 때는 같이 맞고, 그늘이 돼주셨던 분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꿈이 ‘노나메기’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노.나.메.기.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올바르고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 끝까지 사명을 새긴 그 안에는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기완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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