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국회 산재 청문회, 진짜 목적은 뭘까’
[시사텔링] ‘국회 산재 청문회, 진짜 목적은 뭘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2.16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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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보여주기식 행사' 비판부터 '포스코 최정우 때리기' 의혹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 시사오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 시사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관련 기업 청문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환노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하고 오는 22일 산재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자리에서 여야는 건설업 부문에서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제조업 부문에서 포스코,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택배 부문에서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각 업체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최근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산업부문 관계자들을 소환해 산재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직접 듣고, 현장 상황을 살피기 위한 취지라는 게 환노위의 설명입니다.

이후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청문회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실정인 데다, 누더기가 되긴 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미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만큼 명분도 없고, 타이밍도 맞지 않는 '뜬금' 청문회라는 평가가 나오기에, 그 개최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기왕에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전에 경제단체들만 만날 게 아니라 애초에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서 대화를 나눴어야 이치와 순서에 맞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만 하느냐는 겁니다.

우선, 오는 4월 7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선거용 보여주기식 행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이번 청문회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앞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 과정에서도 정의당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죠.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좌파 지지층을 포용하고자 외연 확대 차원 '좌클릭'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지난 총선 패배 요인이었던 탄핵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노동친화적 이미지 구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월권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산재 청문회를 적극 추진한 게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의 제안은 '환노위 업무보고 자리에 기업 관계자들을 부르자'였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를 청문회로 확대 개최하자고 역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 무산 논란을 야기하고, 누더기 법안을 처리하며 핵심 지지세력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던 걸 만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양대노총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실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돼 개정되지 않을 시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POSCO

일각에서는 정치권발(發) '포스코 최정우 때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최정우 회장을 차기 CEO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거죠. '변수'가 없는 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산재 청문회 출석이라는 '변수'가 생긴 겁니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에서 산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의 재임 기간 내 포스코 사업장에서 총 14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중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는 현재 8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경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만큼, 욕을 들어도 쌉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민간기업(비록 공기업이나 다름이 없지만) 수장을 국회로 부르는 데 있어서는 보다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환노위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난해 공개한 '2015~2019년 제조업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제조사의 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재자 수)은 현대중공업 181.3명, 기아자동차 97.6명, 현대자동차 70.2명, 포스코 13.7명, SK하이닉스 6.8명, LG디스플레이 3.1명 등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자 수는 삼성전자 23명, 현대중공업 15명, 기아자동차 13명, 현대자동차 12명, 포스코 6명,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3명 등 순으로 나타났고요. 또한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2019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산업재해율이 평균 재해율 이상인 사업장) 489개소 중 포스코 사업장은 2곳입니다. 업계 라이벌인 현대제철은 3곳이었고, 동국제강과 함께 '원하청 통합 사고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이번 청문회에서 빠졌습니다.

건설업 부문 증인 채택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15~2019년 국내 10대 건설사의 만인율은 GS건설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호반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 현대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순으로 집계됐고, 포스코건설이 가장 낮았습니다. 다만, 포스코건설(25명)은 대우건설(2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사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보다 만인율이 높은 다른 업체나 사망자 수가 많은 대우건설은 이번 청문회에서 제외됐습니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건설사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집니다. GS건설에서는 우무현 사장이 출석할 예정인데, 현재 GS건설의 CEO는 국정감사 단골손님인 임병용 부회장입니다. 우 사장은 CSO를 맡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에서는 이원우 부사장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나서게 되는데, 국회가 진정 앞으로의 산재 대책을 듣고 싶다면 윤영준 사장 내정자를 불렀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이 부사장은 플랜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번 청문회에서 건설업 부문 증인으로 출석하는 유일한 진짜 CEO는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뿐인 겁니다. '포스코 최정우 때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들입니다.

최근 5년 간 10대 건설사, 제조사 산재 현황 ⓒ 강은미 의원실
최근 5년 간 10대 건설사, 제조사 산재 현황 ⓒ 강은미 의원실

최 회장은 정치권 입김을 받지 않고 포스코그룹 사령탑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2018년 최 회장 취임 당시 김주현 승계카운슬 의장은 "정부나 정치권, 전직 경영자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은 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었죠. 반면, 민주당에서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는 "권오준 전 회장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뽑힌 거다. 밀실 논의를 중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서 선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혹평했고, 같은 당 권칠승 당시 원내부대표는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1대 주주입니다. 야당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김규환·이철규 의원은 취임한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최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후 두 의원은 증인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국회 산재 청문회, 과연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산업부문 관계자들을 소환해 산재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직접 듣고, 현장 상황을 살피기 위한 취지'라는 환노위의 설명이 진의라고 믿고 싶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에서 보인 거대 양당의 행보로 미뤄봤을 때는 우려가 앞섭니다. '호통 쇼'로만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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