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증권유사] 국내판 게임스탑 사태?…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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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증권유사] 국내판 게임스탑 사태?…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2.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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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기업 주가 폭등…공매도 주문한 투자자 손실 공통점
‘15만주’ 공매도 했으나 결제 불이행…골드상호신용금고에 인수
‘공매도 반감-금융당국 불신’ 초래…韓·美, 제도 개선 등 ‘움직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현대적인 증권 시스템이 국내에 구축된 것은 지난 1950년 전후라고 한다. 최초 증권사인 대한증권이 1949년에 설립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에 출범했다. 이후 코스피가 1980년에, 코스닥이 1996년 도입됐으며, 1997년 IMF로 위기를 맞았다.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했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사태'가 이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코로나19에 증시는 요동쳤고, 2021년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을 돌파했다. 보통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난 날을 되짚는다면,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대한민국 증권의 70년 '흥망성쇠'를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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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매도가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지난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성도이엔지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시작됐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서 결국 영업이 정지됐다. 여기서 무차입 공매도란 공매도 방식 중 하나인데, 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현재 자본시장법에서는 '불법'이다. 

20여년 전 사건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지난달 미국 증시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게임스탑 사태'와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다. 기관 투자자 등에 대한 반감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사태 전후 생겨났고, 오히려 공매도 주문을 넣은 쪽이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보통 공매도는 주식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문을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식이 오르면 공매도 주문을 넣은 쪽은 상승한 만큼의 물량을 결제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임스탑 사태'와 '우풍상호신용금고 사건'은 대상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게임스탑 사태'의 경우, 당초 미국 헤지펀드는 비디오 게임 판매점 '게임스탑'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현재 주가에 대한 과대평가가 계속됐고 상승세를 탈 마땅한 호재가 없어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등을 기반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독려했고, 실제 주가는 지난달에만 400% 이상 폭등하며 헤지펀드에게 손실을 입혔다. 반면, 여기에 투자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이익을 취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투기성 거래'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미국 내 잠식돼 있던 '공매도'에 대한 반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도적이었다. 

지난 2000년 국내에서 발생한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사건'도 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코스닥 상장종목인 '성도이엔지'의 주식 15만주에 대한 공매도 주문을 넣으며 시작됐는데, 예상과 달리 성도이엔지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성도이엔지의 주식은 1주당 3만 7150원(3월 29일)에서 매매거래 정지가 내려졌을 때 8만 2700원(4월 6일)까지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매매거래 정지가 풀린 이후에도 14만 4000원까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상승한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결제하지 못했고, 결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그해 골드상호신용금고로 인수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파문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입게 됐고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당시 금융당국의 땜질식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 금감원은 이후 무차입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업틱룰(주식 공매도 시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보다 높게 제시하도록 제한한 규정)' 등 여러 제도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아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에도 공매도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됐고, 실제 사고도 일어나서다. 

한편, 주식시장의 불확실성과 '게임스탑 사태'를 기점으로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는 공매도를 둘러싼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중심으로 '反공매도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여러 제도 개선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게임스탑 사태'를 기점으로 공매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의회 하원 금융위원회에서는 게임스탑과 관련된 청문회가 진행됐고 '블라디미르 테네브(Vladimir Tenev)' 로빈후드 창업자 등이 출석해 게임스탑 사태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증언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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