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이야기] LG-SK 배터리 전쟁, 정말 국익 해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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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이야기] LG-SK 배터리 전쟁, 정말 국익 해칠까?
  • 방글 기자
  • 승인 2021.02.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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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패소로 'K배터리 위험' 여론속
폭스바겐 물량 공급유예 2년 "시간없어"
기술력 낮지만 CATL 파우치도 견제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LG와 SK의 소송으로, SK가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수 없게 되면서 K-배터리가 위험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시사오늘 이근.
LG와 SK의 소송으로, SK가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수 없게 되면서 K-배터리가 위험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시사오늘 이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은 정말 국익을 해치는 일일까?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에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LG의 승리로 끝난 것.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입이 금지된다. 포드와 폭스바겐의 일부 차량에 공급되는 배터리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SK이노 패소, K-배터리가 위험하다?
CATL이 SK물량 가져갈 가능성 적어

일각에서는 LG와 SK의 소송으로, SK가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수 없게 되면서 K-배터리가 위험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CATL이나 일본 파나소닉과 같은 배터리 회사에 물량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지난 1월에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 총리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중 “LG와 SK가 3년째 소송 중”이라면서 “양사가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K배터리에 미래가 열린다. 둘이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 중인 물량이 수입금지 이후, 어느 배터리 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클지 분석해봤다. 

SK의 포드와 폭스바겐 수주 물량이 최소 20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2~4년만 공급이 가능한 만큼, 20~30% 수준의 물량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략 15조 원 수준의 손해가 예상된다. 

양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폭스바겐은 2년, 포드는 4년 후 새로운 배터리 공급사를 찾아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모드의 F150 전기트럭에, 폭스바겐의 ID4 전기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SK가 양사가 공급하는 제품은 파우치형이다. 전 세계에서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수준의 파우치형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LG와 SK, 중국의 CATL 정도다. 

폭스바겐, 유예기간 2년…시간이 없다

포드는 파우치 배터리로 전기차를 공급해왔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3사 중 한 곳과 계약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어 보인다. 포드는 포커스, 머스탱 전기차로 이미 LG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은 경험이 있거나 여전히 공급받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로만 전기차를 양산해 온 데다 LG 배터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대화가 쉬울 수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MEB 기반라 불리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 파우치형과 각형 타입의 배터리를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한 가지 모델에 대해서도 다양한 배터리사와 협업하는 완성차 업체 중 하나다. GM이나 르노가 LG와,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이어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ID4 배터리 물량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물량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물량을, CATL은 중국 물량을 맡았다. 

파우치형과 각형이 모두 가능한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앞서 미국 물량을 맡기려 했다 무산된 삼성SDI의 옵션이 있다. 

폭스바겐의 문제는 시간이다. 포드의 경우 4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폭스바겐은 2년 안에 배터리사를 찾아야 한다. 폭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과 개발하던 파우치형 배터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미 유럽에서 양산한 ID4 전기차의 배터리공급사인 LG가 유력후보가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파우치형이 아닌 다른 배터리를 쓰기 위해서는 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2년 안에 교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미중무역분쟁 문제로 CATL에 물량을 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포드와 폭스바겐이 미중무역분쟁 문제로 CATL에 물량을 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CATL 파우치, 기술력 문제도
미중갈등 우려로 리스크도 ↑


포드와 폭스바겐 모두 CATL이라는 옵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중갈등과 CATL의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력 등이 문제다. CATL이 아직 미국에 생산공장이 없는 것도 운반으로 인한 추가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CATL은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 강자다. 파우치형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해서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미중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의 제품을 쓰는 데 부담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미국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최대 고객사를 잃기도 했다. 

ITC가 2~4년 수준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도, 중국업체와 계약을 한다면? 리스크가 너무 커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 SK가 수주한 물량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해도 중국 등의 배터리 업체로 넘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오히려 소송 상대업체인 LG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ATL 유럽 공략은 위협적
미국 투자도 꾸준히 시도중
CATL 움직임 눈여겨 봐야

물론 CATL이 위협적인 경쟁사라는 데는 모든 배터리 업체들이 공감한다. 

CATL은 최근 11조 원 규모의 투자, 현재 109GWh 규모인 배터리 생산량을 2023년 336GWh까지 3배 늘린다고 밝혔다. 올해 중 독일 에르푸르트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에 나선다고 밝힌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 부지를 사들이는 등 이미 생산 공장 확보를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지켜볼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판매 분에 대해서는 중국 배터리를 쓰지 않으려 한다”며 “아직까지는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다임러 등이 유럽 물량에도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 등은 주목할 만 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물량과 별개로, 그 사이 커지는 유럽발 전쟁에서 중국 파이가 넓어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며 “CATL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할 때, 한국 배터리사들이 장악해야 하는데, 서로 발목 잡기 급급한 게 답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소송을 통해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나 유럽업체에서 무분별하게 한국의 배터리 인력을 뺴가는 행위가 줄고 있다. 오히려 K-배터리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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