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론 형성의 광장이 사라지고 있다
[기자수첩] 여론 형성의 광장이 사라지고 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2.2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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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실시간 검색어 폐지·인터넷 게시판 댓글 차단’…없애는 게 능사일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5일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실검 서비스는 2005년 5월 처음 도입된 이후 1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0년부터 운영했던 뉴스토픽 서비스도 같은 날 문을 닫았다. 네이버 측은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실검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뉴스토픽도 이용자가 직접 매체를 선택하고 다양한 뉴스를 추천받는 트렌드에 맞춰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분명 온오프라인 여론 형성의 한 축이었던 검색 순위, 뉴스 키워드 순위를 살펴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여론 형성의 온라인 광장 역할을 했던 각종 인터넷 게시판 댓글도 조만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개혁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인터넷 게시판 댓글 때문에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을 시 피해자가 그 피해 사실을 게시판 사업자·운영자에게 알려 해당 댓글이 존재하는 게시판 전체를 운영 중지시키거나 차단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국내 공룡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한 바 있다. 모두 욕설, 인신공격 등 악플(비방 댓글)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실검, 댓글 등으로 인한 피해, 조작, 왜곡 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많은 공인,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악성 댓글로 곤욕을 치렀으며, 십알단, 드루킹 등 이른바 인터넷 댓글부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실검과 댓글 시스템을 악용해 정보를 조작하고 여론을 왜곡했다. 지나치게 상업적 용도로 활용돼 여러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오프라인처럼 온라인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소수의 사람들이 여론 형성을 주도했고,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은 인터넷 여론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수동적 수용자들이 야기한 부작용 역시 상당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훼손하는 결과를 심심찮게 낳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역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순기능이 있기 마련이다. 실검과 댓글은 시민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소, 토론의 장소, 여론 형성의 장소였고, 나아가 시민자치로 가는 토대가 됐다. 서로 다른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인정하면서 일종의 연대를 구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댓글조작 등 여론 왜곡과 가짜뉴스 등 기만에 대한 자정작용 사례도 부작용 못지않게 쉽게 목격됐다. 대다수 시민들에게 실검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 검색 계기로 작용했고, 댓글은 그 자체가 여론이 아니라 소통 창구로 쓰였다. 다원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시민민주주의가 활성화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한 온라인 광장이었다.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무작정 없애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특히 악성 댓글에 따른 전체 게시판 운영 제한·차단의 경우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애매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삼척동자가 봐도 악용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여지도 상당해 보인다. 더욱이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취득하는 시대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화문광장에 쓰레기가 많다면 쓰레기를 버리는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를 줄이는 캠페인을 펼치면 될 일이다. 아예 광장을 폐쇄하고 아스팔트를 까는 건 21세기식 진단과 처방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쓰레기를 버리는 소수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입법과 정책을 펼치는 게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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