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성적표①실적] “코로나 넘었다” 이재용·구광모 A
스크롤 이동 상태바
[CEO경영성적표①실적] “코로나 넘었다” 이재용·구광모 A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3.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어부’ 이재용, A0…반도체·배터리 호화군단 내세워 ‘승승장구’
‘대변혁’ 정의선, B0…미래차 가속으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
‘재계 맏형’ 최태원, C0…정유 부진 속 하이닉스·SKT 덕에 견뎠다
‘실리주의’ 구광모, A-…경영 안정·주력사업 재편으로 날개 달아
‘후계자’ 김동관, B+…태양광 업은 한화솔루션 순항에 입지 ‘굳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에도 ‘위기 속 기회’를 모색하며 값진 결실을 이끌어 낸 경영인들이 있다. ⓒ 시사오늘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에도 ‘위기 속 기회’를 모색하며 값진 결실을 이끌어 낸 경영인들이 있다. ⓒ 시사오늘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 속에 글로벌 경기는 침체 일로를 걸었다. 당장 소비 심리가 경색된 것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도 체력 비축을 위해 채용을 줄이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간 것.

다만 위기 속 기회를 모색하며 값진 결실을 이끌어 낸 경영인들도 눈에 띄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자제품 등 신사업 '집중과 선택'을 통해 특수를 누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소지었고, 한화는 후계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이끄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빛을 보며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적자에 발목을 잡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글로벌 판매 부진을 겪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열중했으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며 대비를 이뤘다. 〈시사오늘〉은 앞서 거론된 국내 대표 경영인 5인의 지난해 실적 분석을 통해 그 공과(功過)를 살펴봤다.

[A0] 삼성 이재용, 전자·반도체 수익성 ‘쑥쑥’…미래 먹거리 선구안·집중 투자 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위기에 강했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와병 기간이 7년에 달했던 만큼, 그 빈자리를 대신해 삼성그룹을 책임지며 내성을 길러온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감있는 경영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호실적을 이끄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삼성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9.6% 증가한 35조9939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이익을 거뒀다. 매출도 3% 오른 236조8070억 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악재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재택근무와 화상수업으로 바뀐 일상이 모바일과 PC를 비롯한 전자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져 반도체와 가전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이중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34% 증가한 18조810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2019년과 비교해 34.2% 증가세를 보인 것은 물론 전체 영업이익의 52% 비중을 차지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집행한 지난해 시설투자비용 38조5000억 원 중 반도체 부문에만 32조9000억 원이 쏠려있다는 점도 향후 경쟁력 제고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새해마다 반도체 현장경영을 지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남다른 애착과 선구안이 시장에 통했음을 방증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투자 강화 전략은 올해 D램 가격 상승 조짐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타고 실적 증가 여력을 높일 수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삼성SDI의 실적도 호조세다. ESS와 전기차向인 중대형 배터리 공급이 늘어난 덕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6713억 원으로 45.3% 급등한 것. 향후에도 친환경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견고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두 차례나 이어졌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배터리 회동도 삼성SDI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가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로 말미암아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첫번째)이 지난해 11월 서울R&D 캠퍼스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가정용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첫번째)이 지난해 11월 서울R&D 캠퍼스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가정용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삼성전자

[B0] 현대차 정의선, 글로벌 수요 침체 부진 ‘시름’…전동화 전략으로 역전 발판 마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룩해 온 품질 경영 기틀 위에 미래 모빌리티라는 색을 입혀 저만의 확고한 경영 비전을 드러내고 있다. 회장직에 오른 지난해 만큼은 예기치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와 업계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 기대감을 높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양축인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13.7% 줄어든 4조8478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감소와 글로벌 수요 침체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합산 판매량이 635만851대로 11.8% 감소했음은 녹록치 않았던 경영환경을 그대로 드러낸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마저 자동차시장 침체와 A/S 부품 수요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이익이 22.4% 줄어든 1조8303억 원에 그쳤다.

다만 이같은 경영실적 부진에도 정의선 회장은 나름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라인업을 SUV 모델로까지 확대해 내수 돌풍을 일으킨 것은 물론, 이들 모델의 본격적인 해외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볼륨 모델 위주의 신차 공세 역시 테스트베드 격인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점진적인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른 반등을 기대케 한다.

더불어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원년을 선포한 첫 해인 만큼 친환경 라인업의 강세가 더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전계약에 돌입한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부터 제네시스 전기차, 기아 전용 전기차(프로젝트명 CV)까지 호화군단을 거느리게 되는 것.

정의선 회장의 역점 사업인 전동화 플랜은 당장의 수익성 회복에 기여하기보다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을 통한 친환경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선제적인 사업 체질 변화와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자율 주행, 수소,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차세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어 향후 잠재 가치를 더욱 높인다.

[C0] SK 최태원, SK이노 대규모 적자로 시련…신사업 성장 궤도 진입 속 안정화 관건

재계 맏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지난해는 시련 그 자체였다. 1조 원대 이혼소송이라는 개인 송사도 골치였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정유업계 불황을 맞으며 그룹 경영실적이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SK그룹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급등 호재에도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며 수익성이 크게 반감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9년 반도체 업황 부진을 딛고 D램과 낸드플래시의 주력 제품의 공급 확대를 이루며 영업이익 5조126억 원을 기록하는 등 V자 반등을 이뤘다. 다만 지난해 정유 업황 부진 직격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이 2조5688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물론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올해 반도체 호황이 예고되지만,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10조 원의 자금이 투입돼 단기 재무구조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와 소재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인데다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 패배에 따른 재무 부담마저 가중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나마 SK그룹에서 확실한 '믿을맨'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1.8% 오른 1조3493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을 이어간 것. 특히 5G와 IPTV 가입자 증가와 보안 신규사업, 11번가와 SK스토아 등의 커머스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업계는 최태원 회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와 첨단 소재, 반도체, 바이오 등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사업 안정화라는 당면 과제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수영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에서 진 영향과 더불어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이라는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이 열세"라며 "다만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 실적을 견조하게 받치고 있어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A-] LG 구광모, 재계 형님들과 어깨 나란히…‘뉴 LG’ 체질개선에 미소 지어

최태원 SK 회장(사진 가운데)과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경자년 신년회에 참석해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 뉴시스
최태원 SK 회장(사진 가운데)과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지난해 1월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20 경자년 신년회'에 참석해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뉴시스

지난 2018년 만 40세의 젊은 경영인이 LG그룹 수장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실적 홈런을 칠 줄 그 누구도 예상 못했다. 그 주인공인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리며, 경영능력 면에서 기라성같은 재계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1.1% 증가한 3조1950억 원을 기록했는 데,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가전·IT 기기의 판매호조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중 생활가전인 H&A사업본부는 2조35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고른 매출성장과 원가개선 활동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률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6%를 기록, 뉴 LG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그룹 핵심축인 LG화학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85.1%나 뛰어오른 2조3532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의 선전과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 덕에 흑자전환을 이룬 에너지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의 영업이익 급등 등 전 부문에 걸친 고른 호조세가 나타난 결과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구본준 LG그룹 고문과의 갈라서기를 통해 전자·화학·통신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을 사실상 완료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로 대변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육성 등에 집중하며 실리주의 노선의 체질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회장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업계의 시선을 완벽히 불식시키며 새로워진 LG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지난해 84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LG전자 내 모바일 사업(MC 부문)을 접을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에 이어 올해도 수익성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현대차와의 배터리 화재 이슈를 두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점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한다.

[B+] 한화솔루션 김동관,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리더십 다져…합병시너지 빛 봤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을 맡아 순항을 이끌며 그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이 내세우고 있는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으며, 동시에 김동관 사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발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29.4% 증가한 5942억 원을 기록, 회사 출범 첫해부터 실적 훈풍을 탔다. 케미칼 부문의 선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태양광 사업이 주를 이루는 큐셀 부문도 영업이익이 5.2% 증가한 1904억 원을 기록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화솔루션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10년 가까이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김동관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차세대 태양광 셀(탠덤 셀) 개발 강화에 나서는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향상에 열중하고 있어서다. 한화솔루션 측도 글로벌 각국의 친환경 투자 정책이 줄을 잇는 상황에 주목, 큐셀 부문에 대한 중장기적 관점의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동관 사장은 지난해 말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 지속 투자를 위한 총알 마련에도 열중하고 있다. 올해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단지개발을 추진, 한화솔루션이 글로벌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위상마저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엿보고 있다. 경영능력 외적으로도 김동관 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삼남 중 유일하게 구설수를 일으키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옥에 티는 그룹 계열 비상장사를 통해 사기 논란을 겪은 니콜라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해당 리스크가 완전 해소되기까지는 그 멍에를 짊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정모 CTBC 비즈니스 스쿨 석좌교수는 한화솔루션의 통합법인 합병시너지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석좌교수는 "김동관 사장이 이끈 한화솔루션의 수익성 증가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일시적 합병시너지인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본격화에 따른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