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신현수 파동 - 國政문란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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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신현수 파동 - 國政문란 함수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2.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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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체 입법 추진하는 여당
파열음, 文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
‘法·檢 갈등’ 재연돼선 안 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사 해야
허물어진 인사시스템 되살려라
윤 총장, 법치(法治) 도전 맞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여권의 이른바 '검찰개혁'이 이렇게 흘러도 되는가. 최근 사임을 둘러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파동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 검찰인사가 직접적 계기로 관측되지만, 본질은 훨씬 심각하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 무력화 입법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검찰 인사의 협의 라인에 있는 민정수석이, 그것도 취임 한 달여 만에 사의를 공개 표명하며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유례를 찾을 수 없다.

그 배경엔 여권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국정 시스템의 혼돈이고, 정권 말기 국정문란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즉, 대통령의 재가 이전에, 청와대 표현대로 ‘조율이 덜 된 상태에서’ 검찰 인사가 발표됐다면, 국정(國政) 시스템의 붕괴이고 문 대통령 말기 국정 문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보통 검사장급 인사는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민정수석과 먼저 조율한 뒤 민정수석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신 수석 사퇴파동은 그런 인사시스템에  큰 구멍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 장관이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귀를 의심케 한다.

이번 파문으로 문재인 정부의 제1과제인 검찰개혁 추진 강도에 대해 이견이 노정된 만큼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히 박 법무 장관 등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오는 7월 이후 대대적인 검찰 간부 물갈이까지 예고하고 있어 검찰 조직의 안정에 방점을 두는 신 수석과 인사권 조율 과정에서 마찰이 재발할 수 있다.

검찰에 대한 인사가 이처럼 내 편, 네 편을 갈라 편향적으로 이뤄진다면 공권력에 대한 국민 불신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뉴시스
여권의 이른바 '검찰개혁'이 이렇게 흘러도 되는가.ⓒ뉴시스

법무부-검찰 갈등 갈림길

이번 인사 파문은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대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인물이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교체하고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민정수석에 발탁한 것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신 수석이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돼 물러나겠다고 했으니 법무부-검찰 갈등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일단 파동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태를 이렇게 덮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사이에 진실 게임 양상으로 전개된 기습 인사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조율 역할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패싱’해 임명 두 달도 안 돼 사표를 내게 한 사안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검사·간부들도 대체로 그런 입장이며, 신 수석도 같은 소신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며 물밑 접촉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월성원전 등 주요 사건 수사팀 책임자들이 유임된 것은 박 장관 측과 신 수석 간 협의의 결과물일 것이다. 

검찰 후속 인사에서도 당초 기류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맞섰던 변필건 형사1부장을 유임시키는 등 추가 갈등 요인을 줄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파문을 수습하려는 고육책으로 판단된다.

장관과 대통령의 참모인 청와대 수석이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견이 공개적 충돌로 드러나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히고, 국민에게 국정의 난맥상 인식을 심어 줘서는 곤란하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표명으로 불거진 법무부와 검찰 간 인사잡음 파문이 더 확산되느냐, 진정국면에 접어드느냐 갈림길에 서 있어서다.

검찰 무력화 착수…입법권 타락 논란

한편, 본질적인 면에서,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검찰 무력화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중장기적 과제'라고 했는데 그사이 태도가 돌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내주에 발의하고, 수사청 출범 이후 검찰을 영장 청구와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가칭)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상 검찰을 없애는 법인데 이를 6월 중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윤석열 검찰'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으로 진단된다. 문 정권으로서는 '비상한 수단'을 강구해야 할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정부는 애초 검찰 수사팀을 학살 인사하고, 윤석열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정권 검사들을 정권 수사 방탄용으로 심었다. 그런데도 월성 1호 조작 수사가 계속되자 아예 검찰을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 방어벽이 결국 국회 입법권인 셈이다. 국회 입법권을 동원해 '합법적'으로 정권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정권 방탄용 입법'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사실상 다수에 의한 입법권 타락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수사권 폐지, 정권 비리 수사 차단 의도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정권의 비리를 '윤석열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 조직으로 하려는 계획은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한마디로 '친위 검찰'을 만들겠다는 소리다. 대통령과 여당이 주요 수사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 스스로도 “(수사권 폐지를)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건 윤석열 총장이나 검찰이 해온 행태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공개 보도됐다. 그 ‘행태'는 두말할 것 없이 이 정권의 월성 1호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조국 파렴치 등 정권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일 것이다.

여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의 명분으로 “선진국들은 수사·기소권이 분리돼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세계 표준이니 따라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그렇지 않다. 검사에게 부여된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누는 구조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는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일본은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미국도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정권을 보위할 목적으로 검찰 학살 인사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면 이는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고, 윤 총장은 직을 걸고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맞서야 할 것이다.

비공식 조율 통한 인사案 결함

신 수석 사의 파동의 진상을 속속들이 알 길은 없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충분히 조율하지 않은 채 대통령 재가를 받아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발표한 것이 사의 결심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신현수 패싱'론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일방통행식 검찰 고위급 인사에 신 수석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의 표명에 나선 상황임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박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측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안팎의 얘기는 일맥상통한다. 박 장관이 문 대통령 사전 재가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사후 승인을 받았다는 줄거리다. 신 수석은 그런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자 사의를 밝혔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박 장관이 발표 전까지의 비공식 조율을 통해 문 대통령 의중에 따른 인사안을 만들었고, 신 수석의 반대가 뻔한 상황에서 일단 이를 발표해 기정사실화한 절차의 결함은 그 뒤에 수습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간 역할 공간이 관건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고위 참모가 청와대 내부 인사 과정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레임덕의 시발점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자업자득이다. 어떤 경로로든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해 그의 손을 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를 둘러싼 이견 조율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 몫이다.

휴가 중인데도 신 수석이 챙겨 봤다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등 현안이 수두룩할 것이다. 검찰 출신으로서 검찰 개혁 시즌 2를 위한 검찰의 협력 추동과 법무부-검찰 간 갈등 조율 역시 그에게 특별히 기대됐던 부분이다. 유임하려거든 걸맞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건 그래서다. 그게 아니라면 내보낸 뒤 후임을 찾아야지 후임을 찾을 때까지만 잔류해 달라고 하는 것은 힘 있는 보좌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

박 장관으로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이 골자인 인사안에 관해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무리한 선택을 했을 수 있으나 앞으로 시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두 잘 아는 신 수석이 중간에서 역할 할 공간이 작지 않다고 느껴야 신 수석을 임명한 취지에 부합한다는 지적 또한 문 대통령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인사의 생명은 절차적 공정성

여권의 실질적 국정운영 기조도 문제다. 지난해 말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윤호중 위원장이 "검찰을 기소 전문기관으로 법제화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올해 2월 중 추진하겠다고는 했는데 말 그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들은 검찰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강행할 태세다. 장관과 수석도 이견을 참지 못해 충돌하는 판에 국가 주요 정책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밀어부친다면 제2의 신현수 파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 목적은 문 정권의 권력형 비리 수사의 차단일 것이다. 이를 위한 정권 차원의 '공작'은 집요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갖은 불법·탈법적 수단을 동원해 윤석열 총장을 쳐내려고 했다. 그리고 야당에 공수처장 거부권을 준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법까지 바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앉혔다. 또 법무부 장관도 친문(親文) 인사를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1월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항명성 사표를 냈을 때,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내고 “국가의 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대통령 사과와 비서실장 사퇴를 요구했다. 나아가 “지금 청와대에는 위아래도 없고 공선사후(公先私後) 기본개념도 없다” “국가 운영 심장부가 비극의 만화경” “국민 절망의 화수분”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그랬던 문 대통령이 이제, 신현수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소동을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 신 수석은 22일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계속 근무할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의미로도 비친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기강의 쑥대밭’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확실히 일단락됐다”고 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이제 스스로 다시 반성해야 한다. 

인사의 생명은 절차적 공정성이다. 원칙 없는 인사는 힘 있는 자의 법치 파괴 행위다. 또다시 권력에 줄 선 이들을 챙겨주는 ‘편가르기’ 인사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직접 사태 수습해야

앞서 1년여에 걸친 법무부·검찰 간 갈등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 사과까지 했다. 또다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즌 2’라는 오명을 듣지 않으려면 국민과 검찰이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인사안을 내놔야 한다. 앞으로도 인사 파동을 일으킨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이 갖게 된 의구심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권력기관의 내부 파열음이 커질수록 임기 말 국정운영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파동의 전말을 소상히 국민 앞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 정권이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검찰 수사, 검찰 조직 안정은 물론 검찰 개혁에도 보탬이 되는 올바른 인사를 해나가길 기대한다. 인사시스템, 특히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검찰 인사에 대한 자성과 근본적인 재검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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