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국가 운명을 쥔 화폐와 비트코인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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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국가 운명을 쥔 화폐와 비트코인 폭락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2.28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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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 한순간 “한푼 줍쇼”신세로 전락할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화폐로서 신뢰성이 부족한 비트코인 투자는 한순간에 “한푼 줍쇼”의 신세로 전락하기 위한 급행열차가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뉴시스
화폐로서 신뢰성이 부족한 비트코인 투자는 한순간에 “한푼 줍쇼”의 신세로 전락하기 위한 급행열차가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푼 줍쇼.”

흔히들 돈이 없는 사람들이 구걸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여기서 ‘한푼’은 옛날 엽전을 세던 최소단위로, 한 닢을 뜻하는 아주 작은 단위의 돈이다.

우리 속담을 보면 한푼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한푼 돈에 살인 난다”는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시비가 붙으면 살인도 가능하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또 “천냥에 활인있고, 한푼에 살인이 있다”는 큰 돈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푼돈이라도 인간 관계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돈은 많든 적든,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우리나라 화폐경제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때는 조선 후기다. 대동법의 시행으로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자급자족형 물물교환식 경제구조가 무너졌다. 이에 조선 정부는 ‘상평통보’를 발행해 유통시켰다. 흔히 엽전이라고 부르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폐다.

물론 상평통보 이전에도 고려와 조선 전기에 정부 주도로 화폐가 만들어지긴 했다. 정부가 경제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화폐보다는 쌀이나 면포와 같은 현물을 더 신뢰했다. 한 마디로 현물을 더 신뢰하고 화폐 불신이 낳은 경제정책의 실패사례다.

원나라 멸망의 중요한 원인인 교초의 남발도 불신의 이유가 됐다. 원나라 정부가 재정 적자를 이유로 화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교초 발행을 남발해 물가 폭등을 자초했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조선 시대의 주요 화폐는 ‘은’이었다. 명과 청, 일본과 대외무역 결제수단이 은이라서 정부가 관리하는 관영 수공업이 발달했다. 상평통보가 유통되던 조선 후기도 ‘은’은 최고의 가치를 가진 화폐였고. 국제 무역은 은이 대세였다.

조선 정부도 은의 수요가 증가하자 민간에게 은광 개발을 허용하는 ‘설점수세제’를 시행했다. 덕분에 자금줄인 ‘물주’와 전문경영인인 ‘덕대’가 나타났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초기 자본주의의 경영 형태가 등장했다. 화폐가 경제구조 변화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몰락도 당백전 발행이 부채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원군은 경복궁 중건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위해 화폐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당백전을 발행해 경제혼란을 자초했다. 터무니없는 화폐 당백전을 불신한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고, 결국 대원군은 민심을 잃고 실각했다.

화폐는 제국주의 침략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일제는 조선의 경제를 침탈하기 위해 지난 1905년 메가타의 주도하에 ‘화폐정리사업’을 강행했다. 이 사업은 조선 화폐의 유통 및 교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대신 일본 화폐를 조선에 널리 유통시키는데 목적을 뒀다.

결국 일본 다이이치은행(第一銀行)이 조선의 국고금 취급과 법화 발행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지위를 확보했다. 이로 인해 유동성 부족 등의 부작용으로 대다수의 조선 자본가와 상인들이 파산했고, 조선 경제는 몰락했다. 

최근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재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폭등하던 비트코인이 테슬라의 알론 머스크가 거액을 투자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비효율적인 결제 방식”이라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고, 정작 거액을 투자했던 머스크마저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밝혀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시10분(한국시간 오후 3시10분)께 개당 4만3810.19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지난 21일 역대 최고치였던 5만8000달러를 돌파하며 초강세를 보인지 일주일 만에 급반전된 셈이다.

조선과 원나라는 화폐의 중요성을 망각해 망국의 길을 자초한 대표적인 국가다. 화폐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비트코인의 폭등과 폭락은 화폐로서의 가치보다 투기라는 인식이 빚어낸 현상으로 보여진다. 화폐로서 신뢰성이 부족한 비트코인 투자는 한 순간에 “한푼 줍쇼”의 신세로 전락하기 위한 급행열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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