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수장 교체’…유통가, 부진 딛고 새 출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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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수장 교체’…유통가, 부진 딛고 새 출발할까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3.0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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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이베이·롯데온·홈플러스…줄줄이 사령탑 낙마
실적 부진 연관…이커머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추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10일 오전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붐비던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상가 곳곳이 문을 닫고 있다. ⓒ뉴시스
대형 유통사들이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연이어 사령탑을 교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소비 침체, 경기 불황 등에 따른 실적 부진, 비대면 등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 영향으로 보인다. 사진은 글과 무관 ⓒ뉴시스

연말 인사가 마무리된 시점임에도 대형 유통사들의 대표 사임·교체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이 부진하거나 새 출발이 필요한 업체에서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데다, 쿠팡 등 상위 업체의 약진이 지속되자 수장 교체로 조직 전반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달 8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하송 부사장을 선임했다. 하 대표는 2015년 위메프에 합류해 마케팅과 사업분석, 직매입, 물류업무를 총괄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다. 앞으로 기술 기반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새로운 위메프의 재도약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지난 8년간 위메프를 이끈 박은상 전 대표는 사업 지원 등을 위한 자문 역할로 물러났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한 달간 안식년 휴가를 사용하고, 이후 건강악화 등으로 휴직에 들어갔다. 

박 대표의 부재 기간 동안 위메프는 각 부문별 조직장 체제의 임시 경영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사업 방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경쟁 업체들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직 내부 위기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코리아도 8년 만에 대표가 교체됐다. 지난 1월 변광윤 사장이 물러나고, 이베이재팬을 이끌었던 전항일 사장이 신임 대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 사장은 롯데백화점, LG상사, 삼성물산 등에서 영업, 마케팅 역량을 쌓아 온 전문경영인으로,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해 2018년부터 2년간 이베이재팬 대표를 역임했다.

전 사장은 이베이재팬을 경영할 당시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실적을 키워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화를 줄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장 교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도 사령탑을 교체한다. 개발부터 론칭까지 롯데온을 이끌어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조 부장은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등의 사업을 이끌었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온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앞서 조 부장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전한 바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업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리기 위해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역시 새 수장을 찾느라 분주하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 1월 취임 3년여 만에 사임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그동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만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임 대표는 임기를 다 채웠고, 지난해 10월 계약 연장까지 됐었다. 개인 사정으로 퇴임한 것"이라며 "실적 부진과는 무관하다. 실적 때문이라면 대주주가 사임을 만류했겠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와 코로나19 타격 등으로 위기가 계속돼 왔다. 실제로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당기순손실은 5300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이사 자리가 한 달 넘게 비워지면서 현재 홈플러스는 연태준 대외협력 준법경영 부사장이 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임일순 대표 후임으로 최종 후보군을 추려 막판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어 한 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과감한 수장 교체로 체질개선과 재도약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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