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철수와 철새정치인 그리고 갈매기 조나단 
[기자수첩] 안철수와 철새정치인 그리고 갈매기 조나단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3.02 22: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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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에 철새정치인이란 딱지가 어울리지 않듯,
안철수에게 씌워지는 '철새'보단 갈매기 조나단이 어울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텃새는 사시사철 한곳에 머문다. 철새는 계절을 따라 유랑한다. 환경이 바뀌면서 텃새가 철새로, 철새가 텃새로 변할 때도 있다. 모두 생존을 위한 과정일 것이다. 먹이를 기반으로 둥지를 트는 것은 매한가지다. 

둘 다 부정어로 쓰이기도 한다. 텃새 심하다, 철새 정치인 등의 말이 나올 때다. 타지인이 텃새 심한 곳으로 가면 정착하기가 어렵다. 배척을 당한다. 좀처럼 그 벽을 넘기 어렵다. 그럴 때 텃새 심하다, 한다. 철새는 또 어떨까. 정치사에서 유독 안 좋은 의미로 쓰인다.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옮기는 모리배에 빗대지기 때문이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그런 공격이 가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안 대표를 가리켜 “철새 우두머리 정치인”이라고 했다. 맞을까? 야당에서 여로 옮기고, 권력의 꿀과 따스한 남쪽만 좇는 정치인?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10여 년간 그는 기득권을 버려온 경우가 많았다. 

2011년 한나라당이 패권화돼 역사를 후퇴시킨다 보고, 균형추 역할에 나섰던 그다. 50% 지지율을 단번에 무소속 시민 후보에게 밀어줬다.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선두를 달리던 2012년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를 양보했다. 노란 목도리를 목에 걸고 전국으로 지원 유세를 나갔다. 투표한 뒤에는 민주당이 이길 거로 자신하며 출국했다. 논공행상 문제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겨줄까 우려한 선택이었다. 

딱 한 번 거대 정당에 몸담은 적이 있었다.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때였다. 그때 역시 안주보단 개혁을 좇았다. 당내 패거리 정치가 타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안에서 변화시키지 못하면 외부에서라도 충격을 가하겠다며 광야로 나갔다. 가만히 있으면 못해도 총리라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寒) 데로 떠났다.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자극받은 민주당도 변화했다. 그해 선거에서 범야권은 승리했다. 파이를 넓혀 오랜만에 수적 우위를 넓히는 계기였다. 

바른미래당 때는 당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책임으로 창업 지분을 포기했다. 더 작은 정당에서부터 출발해야 했지만 다시 광야로 나갔다. 현 정부와는 대척점에 서있다. 전 정권보다 더 못한 ‘퇴보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인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며 깊은 위기감을 표했다. 그에 맞서고자 택한 것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였다. 차기 대선을 준비했지만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포기하고,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했다.  

혹자의 눈에는 좌클릭, 우클릭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용의 시각은 다르다. 상대가 너무 좌로, 혹은 너무 우로 가면 간격을 좁히거나 때론 멀어져야 한다. 패거리 정치, 부정부패 정치, 정직하지 못한 정치, 무능력 정치를 청산하고 문제 해결 중심의 중도실용이라는 새정치 소신을 견지한 결과다. 

근데도 철새 정치인이란 딱지가 맞을까싶다. 그렇다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과거 DJ는 87단일화의 열망을 저버리고, 4자 필승론을 내세워 통일민주당을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또 이후에는 정계은퇴를 번복하며 돌아와,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워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런 DJ를 혹평했다. 지역등권론을 개탄했고, 전근대적 정치인, 헌정치국민회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그도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DJ당에 입당했다. 스스로 비난해 마지않던 DJ 후계자를 자처했다. 16대 대통령이 돼서는 자신을 대통령 만들어준 당을 버리고 새로운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넘어왔다. 이에 초유의 배신 행위라는 질타를 받아야했다. 

비록 갈지자 행보를 보였으나, 색깔론과 싸워오고, 지역주의에 맞서온 두 전직 대통령에게 철새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구태정치와 대적해온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 아닐까. 차라리 그 같은 프레임보단 ‘갈매기 조나단’이 맞겠다싶다. 책 <갈매기 조나단>의 주인공 조나단은 먹이를 위해 나는 대신 평범함을 거부하고 비상하는 길을 택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이상을 좇는 정치인들의 보폭을 섣불리 재긴 어렵다. 그들은 철새처럼 계절을 타지도, 텃새처럼 고여있지도 않다. 대의를 위해 조나단처럼 더 멀리 더 높이 향할 뿐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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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2021-03-03 15:07:10
날카롭고 예리한글이네요

mayra 2021-03-03 00:24:45
갈매기 조나단..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기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