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H 3기 신도시 투기 전수조사, 정재계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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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H 3기 신도시 투기 전수조사, 정재계로 확대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0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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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 십여 명이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과 시흥 지역 부동산을 사전에 무더기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국토교통부와 LH는 즉각 LH 전(全)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투기 사실이 적발된 직원들을 해당 직무에서 배제 조치했다. 수년에 걸쳐 본인과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인 게 확인됐다. 즉각 파면을 하고 엄벌을 해도 모자란 사안인데 굳이 범죄 사실을 가린 후에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마녀사냥이 아니다. 무려 100억 원대 규모다. 단순 '의혹'이 아니라 미공개 업무 정보를 이용한 위법적인 '투기'임이 이미 명명백백하다. 보상액을 높이려고 나무까지 심었다고 한다. 그것도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을 못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지정한 3기 신도시 예정 부지에서 말이다. 악랄하다 못해 추악하고 더럽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택지개발 부서 직원들과 그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명과 시흥 지역은 물론, 기존 지정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 관계자들에 국무총리실이 직접 지휘를 맡아 전수조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부여당의 취약점인 부동산 문제에서 논란이 발생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칫 꼬리 자르기에 그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신도시 땅 투기는 비단 말단 공무원과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 등 유관 부처는 물론, 관할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공무원과 시도의원, 국회의원, 그리고 재벌 대기업 오너일가들도 가담했을 소지가 있다는 추정 하에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초 정부가 경기 성남 판교와 화성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지역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 제1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이 각각 수백~수천평의 토지를 보유한 곳이었다. 이회창, 이상득, 강인섭, 이정일, 김윤식, 김용환 등 당시 유력 정치인들이 구설수에 올랐으며, 여기에는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故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차관, 경찰청장, 감사원 감사위원, 마사회 회장 등 관계 인사들의 이름도 대거 포함됐다. 사회적 논란이 있었지만 참여정부는 2003년 이들 지역을 2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은 수십~수백배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불과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이번 사안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더욱이 3기 신도시의 경우 고양 창릉 부지의 사전 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기도 하지 않았는가.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안다. 3기 신도시 예정 부지 토지대장에 명시된 소유자와 정재계 인사들, 그 가족들의 이름을 비교하는 데에는 한달 정도면 충분하다. 인적·물적 자원이 많이 소비될 일도 아니다. 설사 소비된다고 해도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겠다는 3기 신도시 계획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땅 투기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걸 소상하게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욱이 경우에 따라선 3기 신도시 구상 자체를 전면 백지화할 수도 있는 파렴치한 행위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동원해 사익을 챙기려 한 중대범죄다. 수사를 통해서라도 투기 가담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신도시 지역으로 예측했든, 사전에 알았든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면 범죄행위다. 철저히 조사해 전모를 밝히는 게 정상"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투기 논란을 철저히 해소하기 위해 전수조사가 정재계로 확대돼야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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