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안철수 기호 2번’ 옳은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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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안철수 기호 2번’ 옳은 선택일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3.0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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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 출마 기호 두고 난항 이유 왜
재보선 후 정계개편 고려한 ‘주도권 쟁탈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선거 때 의석을 가진 정당은 고유번호를 갖게 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에서 부여한 고유번호를 가진 정당들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1번 △국민의힘 2번 △정의당 3번 △국민의당 4번 △열린민주당 5번. 오는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도 각 당의 고유번호는 적용된다. 그 번호는 다른 당이 가져갈 수 없다. 

 

① 두 번째 칸 ‘사수’


만약 다섯 정당 모두 후보를 낸다면 투표용지는 기존 순서대로 인쇄돼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3월 18~19일 후보 등록 기한을 기준으로, 정의당이 끝내 후보를 안 내고, 열린민주당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해 최종 후보를 안 낸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범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출된다면?

투표용지는 단순하게 변할 것이다. 예컨대 아래와 같이 말이다. (3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선관위 측 설명대로 만약을 가정해 기호와 당명, 이름을 넣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대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이 후보를 안 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라는 만약을 가정해 예로 작성해본 투표서명 용지ⓒ시사오늘(서식은 선관위 홈페이지 다운로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대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이 후보를 안 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라는 만약을 가정해 예로 작성해본 투표서명 용지ⓒ시사오늘(서식은 선관위 홈페이지 다운로드)

 

위와 같이 투표용지의 첫 번째 칸은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두 번째 칸은 기호 4번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 외 세 번째 칸서부터는 기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고 말이다. 

어찌 됐든 야권으로서는 투표용지 두 번째 칸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원래 국민의힘이 갖고 있던 두 번째 칸을 사수하는 것이기에 보수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릴 일도 아니다. 

 

② 2번 유리는 궤변?


문제는 ‘2번 vs 4번’이냐가 후보 단일화 방식과 함께 논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해 단일후보로 누가 되든 기호 2번을 달고 나와야 한다는 점을 견지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자당 소속으로 나가야 이길 수 있다고 강변한다. 기호 2번을 달아야 국민의당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결집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야권이 승리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10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기호 10번에 투표용지 네 번째 칸에 있었지만 53%의 득표로 당선됐다”며 “중요한 것은 야권 단일후보 타이틀이지, 소속정당이 어디며 숫자가 몇 번인지는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치평론계의 한 인사도 3일 통화에서 “보수정당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와서 어딜 찍겠나. 결국, 범야권 단일후보에 표를 던지지 않겠느냐”며 “2011년 진보층이 투표한 박원순 후보 당선 때를 상기해도 알 수 있는 노릇”이라고 단언했다. 중요한 것은 “중도층 표심”이라며 “여전히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이 적지 않은 이상 기호 4번 안철수로 나가는 것이 더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유권자(여)에게도 물어보니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기호 4번 안철수로 출마하면 20·30대 젊은층까지 유입될 수 있겠지만 기호 2번 국민의힘으로 나가면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도 이 점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기호 4번으로 나가야, 국민의힘만큼은 도저히 찍지 못하겠다는 투표층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며 “확장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4번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춰져 야권 단일화 관정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춰져 야권 단일화 관정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뉴시스

 

 

③ 주도권 쟁탈전


상황이 이럼에도 김종인 위원장 등은 왜 기호 2번에 목을 맬까? 여기에는 재보선 이후 전개될 정계개편과 차기 대선까지 고려된 주도권 쟁탈전이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관련 통화에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안철수 대표가 2번으로 나와야, 차기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끌어들이기 쉽다고 보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또 “반대로 안 대표가 4번으로 나오면 윤 총장까지 포함한 제3지대 중심의 정계개편이 진행돼 국민의힘으로서는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할 수 있다”며 그런 위기의식 차원에서 기호 2번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고 진단했다. 

p.s 투표율이 낮을 경우?

'2번 vs 4번'을 둘러싼 출마 기호 유불리 관련해서는 이런 관점들도 전해졌다. 신율 교수는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조직력 영향이 크다. 선거 바람이 불고 투표율이 높으면야 젊은층, 중도층 표심이 결합할 수 있겠지만 재보선에서는 이들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안철수 대표가 기호 2번을 갖는다면, 조직력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앞선 30대 여성 유권자도 “안 대표가 기호 2번으로 나온다면 젊은층은 멀어지겠지만 나이든 보수 유권자 표는 더 받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런가 하면, 태극기 진영을 포함한 범보수 진영의 폭넓은 공감대가 재보선을 계기로 마련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전해졌다. 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우리공화당 측은 통화에서 “야권 서울시장 후보자가 누가 되든 범보수 유권자에 대한 과감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극기 진영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선 진출은 4일부로 오세훈 전 시장이 선출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차 경선 때도 당 밖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중도층 지지 여부가 선거 판세의 곧 경쟁력임을 방증하는 계기라는 평가다. 안철수 대표는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한 협력자로서 이번 경선 과정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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