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이재규, 주총前 자사주 ‘폭풍매입’…배경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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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이재규, 주총前 자사주 ‘폭풍매입’…배경 ‘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04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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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後 소액주주 불만 증가·안전사고 책임론 일어…"오너 입김 작용했을 것"
의결권 없지만 3%룰 대비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와…태영건설 측 "단순 거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 양산시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 양산시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배경을 놓고 업계 내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일 태영건설은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공시하고 이 부회장이 최근 태영건설 주식 11만3355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과 26일 각각 2만1398주, 7만1152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2만805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추가 확보했다. 그가 이번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비용은 총 13억4656만 원에 이른다. 이 부회장은 2015년 3월부터 태영건설 사령탑을 맡아 건설업계 장수 CEO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재임 기간 중 자사주를 보유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그러던 그가 지분율 0.29%에 달하는 태영건설 주식을 돌연 사들인 것이다. 이는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인 故 변탁 전 부회장이 생전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0.03%)보다 많은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주총 시즌을 목전에 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을 두고 많은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 책임경영이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9월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태영건설의 분할을 마치고,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된 인적분할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태영건설의 지분 구조는 윤 명예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38.3%, 머스트자산운용 등 투자자 32.7% 등으로 구성돼 오너일가의 경영권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여기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 태영그룹 오너일가는 서암장학학술재단이 확보한 태영건설 지분(7.5%)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태영그룹 오너일가는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대한 지배력 확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경영권 방어 부담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오는 2022년 끝나는 현물출자 과세 이연, 자사주의 마법에 따른 혜택도 덤으로 얻었다.

반면, 태영건설의 일반 소액주주들은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태영건설의 신성장동력이자 주가 상승 여력이었던 환경사업 자회사인 TSK코퍼레이션이 분할 과정에서 티와이홀딩스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TSK코퍼레이션은 국내 환경사업 분야 매출 1위로 평가되는 업체로, 태영건설의 전체 매출 가운데 15~20% 가량을 책임지고 있었다. ESG경영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알짜배기 회사를 지주사에 넘긴 것이다. 인적분할로 인해 태영건설의 재무구조도 급속도로 불안정해졌다. 태영건설이 거느렸던 계열사 자본들이 티와이홀딩스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500.2%로, 분할 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았다. 순차입금비율도 60%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고스란히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4일 기준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9800억 원, 4700억 원으로 총 1조4500억 원, 분할 전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인 1조6000억 원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학개미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주총 직전에 이 부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안전사고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태영건설은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주총에서 '사내이사 이재규 선임의 건'을 처리, 이 부회장의 재연임을 확정시킬 계획이다. 지분율을 놓고 보면 해당 안건은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올해 들어 태영건설의 공사현장에서 연이어 노동자 사망사고가 터진 점이 국민연금공단(지난 1월 기준 태영건설 지분 9.62%)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월과 2월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공사현장 2곳에서 각각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해당 사고들은 토목건축사업 영업정지처분 유예기간 중 일어난 사안이어서 태영건설을 향한 노동계의 질타가 쏟아졌다. 경기도청은 2017년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공사현장에서 질식사한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태영건설에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이에 태영건설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모두 이 부회장의 임기 중 일어난 일인 만큼, 그를 향한 안전불감증 관련 책임론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정부여당에서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대재해기업처벌에 대한 여론전을 적극 펼치고 있기에 이 부회장의 재연임 안건에 국민연금공단이 반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방어하고자 이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태영건설 CI ⓒ 태영그룹
태영건설 CI ⓒ 태영그룹

아울러 이번 주총 시즌 최대 화두인 '3%룰'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오는 3월 개최될 예정인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을 처리해 허준행 현 감사위원과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용균 서현회계법인 상임고문을 감사위원(사외이사)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각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르면 현재 태영그룹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들이 이번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약 13% 수준이다. 국민연금, 머스트자산운용 등 기관 투자자, 소액주주들이 딴죽을 걸면 자칫 오너일가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의결권 행사 기준일 이후 지분을 매입했기에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주주가치 훼손, 안전사고 등을 근거로 들어 만약 반대 주주들이 나온다면 대표이사가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건 이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더욱히 분할 과정에서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였던 머스트자산운용이 다시 태영건설 주식 매입에 뛰어든 실정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1월 태영건설 지분 5.49%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그 이후에도 머스트자산운용은 최근까지 태영건설 주식 수십만 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019년 태영건설 지분을 약 15%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바 있으며,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아니라도 언제든 태영건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이 같은 분석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이 부회장이 1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현재 태영건설은 정부와 정치권, 기관, 동학개미, 그리고 언론계 등에서 모두 불만이 많은 업체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그룹 오너일가와의 논의 끝에 내린 결정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측은 '이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어떤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냐'는 물음에 "단순 거래"라고 답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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