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윤 총장 중수청 강력 반발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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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윤 총장 중수청 강력 반발 향배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3.0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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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법치주의 계기로
'검수완폐' 견제 나선 윤석열
국민적 공감대와 속도조절 필요
선무당식 與개혁이 부른 역풍
‘검수완박’은 헌법정신 파괴
검찰 독립성·중립성 확보 구축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검수완폐) 입법 추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강의 견제구를 날리고 사퇴했다. 파장이 크다. 

윤 총장은 수사권 '폐지'를 '박탈'이라 규정하며 ‘민주주의 퇴보, 헌법정신 말살’ 등을 내세웠다. 특유의 강한 표현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시 문제점과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데 일단 성공한 듯하다.

현직 검찰총장이 특정 일간지 단독 인터뷰 등을 통해 집권당을 작심 비판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자칫 정권과 검찰 간 충돌 가능성 까지 보인다. ‘3차 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지 사흘 만에 전격 사퇴 결정을 내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청구, 정직 등의 상황에서도 "임기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던 윤 총장이 돌연 사퇴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이 중수청 설치 입법을 공식화하자 직을 던져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윤 총장의 작심 발언과 사퇴를 계기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들끓던 검사들의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전국검사회의를 열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검찰 조직과 여권의 정면충돌로 인한 국정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강의 견제구를 날리고 사퇴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 총장 시각은 합리적

윤 총장 본인이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상대로 직접 발언에 나선 점에 대해선 여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핵심 쟁점인 검찰 수사·기소 분리 문제 논의가 논점을 이탈해 정치적으로 흐를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윤 총장은 '수사권 폐지' 반대의 주요 논점으로 반부패 수사 역량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국민 권익 침해와 법치주의 퇴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시점에서 여권이 최고 수사 역량을 가진 검찰을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법익’ 아닌 ‘권력자 법익’만 지키겠다는 것으로 윤 총장은 해석했다. 그 시각은 합리적이다.

윤 총장은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직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는 매우 이례적이다. 윤 총장이 언론과의 대담에 응한 것도 그의 27년 검사 인생에서 처음이다. 

사퇴까지 하며 배수진을 친 것은 그만큼 이 법안이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졸속 입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핵심 당사자인 검찰 수장의 판단은 결코 가볍게 취급돼선 안 된다.

정치 쟁점 비화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검찰 수사권 폐지를 의미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을 3월 발의, 6월 입법 완료한다는 일정을 내놨다. 

당장 법조계에선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저지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란 비판이 거세다. 중대범죄가 날로 지능화, 조직화하는 상황에서 강자·기득권층의 반칙에 중수청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귀담아듣고 어떻게 해결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윤 총장의 수위 높은 정부 여당 비판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다는 점이다. 벌써 그 조짐이 완연하다. 윤 총장의 반발에 국민의힘 등 야당이 추임새를 넣으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격한 대치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보고 과거처럼 윤 총장을 맹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급한 중수청 추진은 검찰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여론도 자극할 수 있는 이슈임을 자각해야 한다. 

힘 있는 세력들에 ‘치외법권’ 우려 

‘검사는 수사와 기소로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언론을 통한 입장 표명은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러나 윤 총장 스스로 “여론에 호소할 방법밖에 없다”고 했듯이, 여권이 온갖 압박을 가해온 데다 중수청 입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상황이어서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지난해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으로, 고위공직자(3급 이상) 비리 수사는 공수처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검찰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수사권만 남아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이마저도 넘겨주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쪼그라든다. 

여권이 검찰의 6대 분야 수사권마저 없애려는 것은 검찰 개혁을 구실로 검찰 손발을 묶어 월성원전 의혹 같은 권력 수사를 뭉개려는 속셈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높다. 중수청 설치를 주도한 의원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부채질한다. 

검찰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다.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결국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주게 된다는 것이 윤 총장의 주장이다. 거악(巨惡) 수사를 맡을 압도적 역량을 갖춘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제거하는 것은, 그런 수사 역량을 현저히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당연하고 옳은 판단이다. 

청와대 ‘속도조절론’ 재확인을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의 방향도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임이 거듭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형사소송법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 모임인 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행된 지 2개월을 갓 넘겼으며 공수처는 채 출범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형사사법제도를 뒤흔드는 입법을 하겠다는 여당의 강경파 의원들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언급한 ‘속도조절론’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

윤 총장은 검찰 영향력이 크다고 봐서 여당이 이러는 거라면 차라리 검찰총장 지휘 밖 반부패검찰청 등 검찰 조직을 분리할지언정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은 반부패 역량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수사-기소 분리보다 응집 또는 융합이 세계적 추세라며 분리론에 맞서면서, 분리는 거악 척결을 어렵게 하리라고도 짚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수사와 기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떼어 놓을 수 없다.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 자신이 관여한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은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전인수식 정쟁에 악용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주문했는데도 민주당은 막무가내로 중수청 설치를 강행할 태세다. 윤 총장의 반대 입장 표명을 정치 행보로 헐뜯으면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검 갈등,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절차에 따라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삼권분립 파괴일 뿐 아니라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윤 총장에 호응, 국회 내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참고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시즌 1의 정수처럼 여기는 공수처만 해도 유수 선진국에는 없는 기관이다. 모델이라고 해봐야 홍콩 염정공서와 싱가포르 탐오조사국 정도다. 이론(理論)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 만큼 시즌 2 개혁은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며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결론 내는 게 옳다. 그새 많은 경험을 누적하며 시즌 1 개혁을 안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의 권한 독점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한 스스로의 말을 지키려면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나 정당과 기관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여야 정치권은 검찰총장의 공개 입장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정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와 같은 사안은 국가 이익과 국민 인권을 최우선으로 해 실사구시적으로 다뤄야 한다.

OECD 국가 77% 수사권 보장

중수청 설치에 검찰과 윤 총장이 격하게 반대하는 데는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은 그야말로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1년이 넘는 격론 끝에 어렵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게 불과 한 달여 전이다. 아직 조직 정비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안착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부패 선거 경제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해 중수청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누가 봐도 성급하다. 더욱이 중수청 설치는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윤 총장의 지적처럼 수사는 범죄자에 대한 형을 집행하기 위해 각종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으로 기소와 분리될 수 없다. 

여권은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대세’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무려 77%에 달하는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록히드 사건’, 미국의 ‘엔론 회계 부정 사건’도 모두 검찰이 직접 수사한 것이다. 특히 중대 범죄는 나날이 지능·조직·대형화하고 있어 수사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실제로 유럽 평의회 소속 46개국 중 33개국도 검찰이 기소권과 직접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여당이 수사청 모델로 삼는 영국 특별수사검찰청(SFO)에 대해 윤 총장은 “검찰제도가 없던 영국이 경제·부패 범죄 전담 특수청을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기관 견제 권한 전제돼야

윤 총장이 총장 사퇴 카드까지 꺼내 들고서 민주당의 중수청 입법에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은 중수청이 국가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우려가 다분해서다.

사실상 검찰이 해체될 경우 정권 비리 수사는 물론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진다. '국민의 법익'이 아닌 '권력자 법익'만 지키게 되는 최악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작년 내내 벌어진 검찰총장 찍어내기는 불법을 넘어 공작에 가까웠다. 정권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아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유임하거나 영전됐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무죄 만들기에 가담한 검사도 없는 자리를 만들어 영전시키더니 수사권까지 쥐여줬다.

우리나라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은 형사사법제도가 선진화된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줄여갈 필요가 있음은 사실이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찰에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두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제 6대 범죄 관할마저 중수청에 넘겨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 기관의 협력을 통해 중대범죄에 대처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어긋난다.

정치적 의도 배제 합리적 수습을 

중수청 설치는 국가 근간인 형사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기소권은 1954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된 이후 그 골격을 유지해 왔다. 형사사법 제도는 잘못 고치면 국가 기강이 흔들리고 그 고통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의 우려대로 중수청 설치로 자칫 권력층 범죄·비리가 수사망에서 빠져나가는 ‘치외법권’이 생긴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가뜩이나 적잖은 여권 인사들조차 갓 출범한 경찰청 국수본의 수사역량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제, 공수처, 국수본에 이어 중수청까지 난립하면 마구잡이 수사가 이뤄져 국민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국민 동의를 구하는 공론화 절차 없이 ‘악법’을 강행하는 건 오만과 독선이다. 더구나 검찰 해체는 현 정권 출범 당시엔 없던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책임지고 직접 수습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는 윤 총장 사표를 수리했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교체했다. 검찰 갈등 이슈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2차 검찰개혁과 정권 관련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검찰 수장이 임기 중에 정치적 행보가 예견되는 발언을 하고 중도 퇴진한 것은 옳지 않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다. 여권도 정권에 반하는 수사를 한다고 해서 검찰 조직을 흔들고 검찰총장을 겁박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여권이 유념해서 들어야 할 지적이다. 모든 제도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는 것이라야 한다. 흑묘백묘 가릴 것 없이 정부도, 여당도, 검찰도 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해법과 수습방도를 찾을 수 있다. 윤 총장의 사퇴를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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