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증권유사] 증권사 10년 순익 경쟁, ‘춘추전국’서 ‘초한지’로…이젠 ‘삼국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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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증권유사] 증권사 10년 순익 경쟁, ‘춘추전국’서 ‘초한지’로…이젠 ‘삼국지’ 되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3.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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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반 한투·현대·대우·미래에셋 등 두각…2013년 업계 부진 속 적자 이어져
2014년 이후 거대 증권사 줄줄이 등장…한국투자·미래에셋대우 ‘강대강’ 실적경쟁
2020년, 코로나19에 ‘시장·업계’ 변화…개인 투자자 저가매수에 ‘브로커리지’ 호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현대적인 증권 시스템이 국내에 구축된 것은 지난 1950년 전후라고 한다. 최초 증권사인 대한증권이 1949년에 설립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에 출범했다. 이후 코스피가 1980년에, 코스닥이 1996년 도입됐으며, 1997년 IMF로 위기를 맞았다.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했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사태'가 이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코로나19에 증시는 요동쳤고, 2021년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을 돌파했다. 보통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난 날을 되짚는다면,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대한민국 증권의 70년 '흥망성쇠'를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3년간 주요 증권사 당기순이익 변동추이 (별도기준, 단위 : 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최근 3년간 주요 증권사 당기순이익 변동추이 (별도기준, 단위 : 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증권사 순이익 경쟁의 새로운 대결구도가 짜여졌다.

최근 3년간 순이익에서 1위를 차지하던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2위로 내려앉았고, 미래에셋대우가 '영업이익 1조' 성과를 기반으로 새롭게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를 입은 키움증권이 처음으로 'BIG3'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10년 이후 증권사들의 '무한경쟁'에서 '강대강' 구도로 이어졌다가, 그간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거래대금이 지난해 폭증하면서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 셈이다. 

5일 <시사오늘>이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별도기준)을 비교한 결과, 2010년 초반에는 한국투자증권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고, 합병 전의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꾸준한 실적을 올리며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이때는 외국계 증권사의 선전도 이어졌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이 2010년부터 꾸준히 수익을 내더니 2012년 600억 원 가량의 연간 순이익을 내며 5위를 기록했다. 

다음해인 2013년 증권업계는 부진을 겪었다. 투자자들의 거래량·거래대금은 전년대비 현저하게 감소했고, 현대증권을 비롯한 몇몇 증권사들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실제 이날(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확인한 결과, 당시 국내서 영업 중이었던 60개 증권사 중 절반 가량이 적자를 냈다. 반면 400억 원 수준의 순익을 내온 신영증권은 이때 실적을 지켜내며 처음으로 5위(419억 원)에 올랐다.  

2013년이 혼란의 시기였다면, 2014년부터는 '변화'가 계속됐다. 합병·통합을 거친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이 몸집을 불려 시장에 차례로 진출했고, 부진했던 증권사들이 점차 순익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부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강대강' 순익 경쟁이 이어졌다. 

같은날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47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5035억 원, 6339억 원을 시현하면서 순익 1위를 지켜나갔다. 동시에 '추격자' 미래에셋대우는 4244억 원(2017년)에서 4341억 원(2018년), 4487억 원(2019년)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들의 주요 수익원은 IB(투자은행)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에 따르면 실제 2019년 IPO·M&A시장은 전년대비 건수와 금액이 소폭 증가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반사이익을 받게 됐고, 부동산PF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채무보증 관련 수익을 견인했다는게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여기에 두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냈다는 이야기다. 5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확인한 결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2019년 IB관련 수익은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확산이 시작된 코로나19는 시장을 통째로 바꿔놨다. 국내외 증시는 하락세가 계속됐고, 증권사 순익을 견인했던 IB는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세에 접어든 증시에 몰려들면서 증권업계의 '브로커리지'는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키움증권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556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860억 원)보다 94.7% 증가한 수치다. 

'브로커리지'의 호황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어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머니무브'가 이어져서다. 더욱이 그동안 부진했던 IB가 회복되면서 증권업계의 실적을 뒷받침하겠다. 만약 키움증권의 수혜가 계속된다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경쟁을 견제할 또 다른 '추격자'가 될 수 있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매분기 차별화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압도적인 리테일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형사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데다, PI 수익 변동성을 줄였고 해외 부동산 등의 손상차손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도 개인 투자자 중심의 주식시장이 예상되는만큼, 향후에도 실적 우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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