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건설, 구찬우 친인척 일감몰아주기 의혹 업체 ‘돌연 폐업’
스크롤 이동 상태바
대방건설, 구찬우 친인척 일감몰아주기 의혹 업체 ‘돌연 폐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10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건, 대방 일감 통해 설립 4년 만에 매출 15배 성장…2018년 본지 보도後 자본잠식 '파산'
"자산 급감, 탈세 등 수상하게 볼 여지 있어"…CI·브랜드 교체 앞서 선제 정리했다는 분석도
대방건설 측 "일감몰아주기·기업 이미지 제고 등과 연관없어…부실 자회사 비용 절감 차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1년 대방건설이 선보인 새 CI ⓒ 대방건설
2021년 대방건설이 선보인 새 CI ⓒ 대방건설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친인척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던 대방건설 자회사인 세건이 지난해 갑자기 폐업, 기업청산 수순을 밟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대방건설이 주택 브랜드 전면 교체와 CI 변경에 앞서 구설수에 오른 업체를 정리해 이미지 제고 극대화에 나서는 동시에,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사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방건설은 자회사 관리비용 절감을 위한 청산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건은 2018년 본지가 '대방건설, 구찬우 사장 친인척 업체에 일감몰아주기 의혹' 기사(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490)에서 대방건설이 구 사장의 친인척으로 보이는 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는 업체다. 2014년 4월 정식 설립된 이후 줄곧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주택건설, 분양대행, 건설기자재 판매·임대,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을 맡았다. 설립 당시 구 사장의 여동생인 구수진씨가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이내 오너일가 소속 일원으로 알려진 구경숙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경숙씨는 현재 구수진씨가 최대주주, 그의 남편인 윤대인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대방산업개발에서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감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또한 구 사장은 2016년까지 세건에서 사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세건에 대한 대방건설의 일감몰아주기 정황 증거는 대방건설이 공시한 연도별 연결감사보고서에 담겨 있다. 세건이 대방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14년 31억1544만 원, 2015년 78억3988만 원, 2016년 165억6924만 원, 2017년 429억8651만 원 등으로 설립 3년 만에 14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수관계인 대방산업개발과의 내부거래를 통해서도 2017년 42억7215만 원, 2018년 42억2414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세건의 매출은 2016년 78억3988만 원에서 2017년 매출 484억3442만 원으로 뛰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세건이 오로지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과의 거래로만 성장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건의 대표이사였던 구경숙씨가 대방건설 오너일가의 친인척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돈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본지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시점을 기점으로 세건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사가 나온 2018년 세건이 대방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은 230억826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가량 줄었으며, 2019년에는 아예 거래가 끊겼다. 대방산업개발과의 내부거래도 2019년 '제로'(0)가 됐다. 유일한 수익 창구가 막히다 보니 재무구조는 자연스럽게 엉망이 됐다. 2018년 세건은 당기순손실 33억7763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적자전환했고, 2019년에도 순손실 1억2958만 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148억8628만 원에 달했던 세건의 자본은 2018년 26억7162만 원, 2019년 25억6357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자본이 82.78%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80억 원(2017년)에 달했던 세건의 자산은 2019년 1억6763만 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세건은 2019년 12월 3일 고양시로부터 콘크리트공사업 영업정지처분(2019년 12월 16일~2020년 5월 15일)을 받았다. 실질 자본금이 건설업 등록기준(1억5000만 원)에 미달한다는 게 그 사유였다. 이어 같은 달 4일 세건은 회사도산을 근거로 들어 건설업 폐업신고를 했다. 파산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등기된 자료에 살펴보면 세건은 2020년 5월 8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고속성장한 자회사가 설립 6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대방건설이 의도적으로 세건에 일감을 주지 않고 자본잠식에 빠지게 만들어 파산에 이르게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방건설이 올해 들어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통합 브랜드 디에트르 BI ⓒ 대방건설
대방건설이 올해 들어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통합 브랜드 디에트르 BI ⓒ 대방건설

우선, 기업 이미지 재구축에 앞서 선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거론된 업체를 정리했다는 논리다. 대방건설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아파트, 주상복합,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 브랜드 '디에트르'(Dêtre)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대방의 영문 이니셜 'D'를 활용한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대방건설 측은 "신규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CI 공개를 통해 브랜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방건설이 디에트르를 비롯해 '네스', '디멘션', '에르데', '디센트', '아베크' 등 신규 브랜드 상표권을 출원한 날짜는 2020년 7월 24일, 세건이 파산 선고를 받고 불과 2달 뒤 일이다.

이 같은 논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 건 최근 사익 편취, 부당지원행위 등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세건은 대방건설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LG가 100% 출자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서브원, 삼성물산이 100% 소유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웰스토리 비슷한 사례다. 여기에 더해 대방건설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자산총액 5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완전한 사각지대인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국회가 지난 연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모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정권에 안에 들게 된 것이다. 사세 확장 또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대방건설과 같은 규모 업체 역시 언제든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실정이다.

다른 이유로 고의파산에 이르렀을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자산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무 전문가는 "이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해당 업체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는 일단 무관한 상황인 만큼,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아끼기 위한 작업일 공산도 있다. 예전부터 탈세를 위한 고의부도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했다. 부동산 투자, 자녀 유학이나 창업 비용 등 따위를 위해서다. 이는 모두 불법"이라며 "파산 선고 전에 기업 자산이 급격히 줄거나, 대표와 가족들의 재산 상태가 크게 변동됐다면 파산 과정을 밟기 전에 다른 데에 기업 자산을 빼돌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방건설 "의도적 정리 아냐, 저가 입찰·부실 관리로 인한 파산"
구찬우-구경숙 간 관계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확인해줄 수 없다"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이사 ⓒ 대방건설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이사 ⓒ 대방건설

이에 대해 대방건설 측은 "세건은 100% 대방건설에서 출자한 법인이나, 회사 운영은 별도로 운영됐다. 2018년에도 설명했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는 당연히 해당되지 않고, 업무상 거래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2018년부터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사유는 수입 대비 원가가 높았고, 운영과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관부서에 문의한 결과 과거 대방건설 현장 골조공사업체 선정 시 대방건설은 10개 업체에 견적 요청을 했고, 그중 7개 업체가 견적을 제출했는데 세건은 최저가격으로 선정된 일도 있었다"며 "저가로 들어오니 세건 내부적으로 원가가 맞지 않고 체불 금액도 많아져 결국 파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건의 파산 선고는 '사업정지 종속기업의 청산을 통한 관리비용 절감 차원'이다. 현재 세건의 파산과 청산 진행은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 중"이라며 "대방건설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 친인척 업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업체를 의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방건설은 "2018년과 마찬가지로 구찬우 사장과 구경숙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방건설의 해명은 일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세건은 설립 이후 나주대호 대방노블랜드, 세종 대방노블랜드, 화성송산 대방노블랜드, 시흥배곧 대방노블랜드, 세종 대방디엠시티, 김포 장기도서관, 마곡 대방디엠시티 등 대방건설과 대방건설 계열 회사가 추진하는 현장 골조공사를 지속적으로 도맡았으며, 이중 일부 현장에서의 계약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음을 2018년 보도 당시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바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대방건설 측은 "회사 내부 절차상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 단 1건도 수의계약은 없었다. 무조건 경쟁입찰로 이뤄진다"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는 건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인한다.

아울러 최근 3년간 고용노동부의 체벌사업주 명단과 국토교통부의 상습체불건설업자 명단에는 세건의 이름은 없었다. 다만, 세건의 임금 또는 공사대금 체불 규모가 공개 기준이나 시점에 맞지 않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대방건설의 설명처럼 세건이 운영·관리에 소홀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 증거도 있다. 고양시는 세건에 전문건설업 건설공사대장 미통보를 사유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