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닮은꼴’ 김무성과 이낙연…평행이론?
[시사텔링] ‘닮은꼴’ 김무성과 이낙연…평행이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3.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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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에 밀려 후퇴 반복했던 김무성, 친문 반발에 존재감 잃은 이낙연…당대표가 독 됐던 대권주자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권주자에게 여당대표 자리는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사진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대권주자에게 여당대표 자리는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사진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대권주자 입장에서 당대표는 매우 매력적인 자리입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커지는 데다, 당내에 ‘세력’을 만들기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나섰던 것도, 친문(親文)으로 보기 어려운 그가 ‘세(勢)’를 불리기 위한 방안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대표 당선 후,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5~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표 지지율은 10%에 그쳤습니다. 한때는 ‘이낙연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이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5%)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23%)의 ‘양강 체제’를 뒤쫓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 전 대표에게는 당대표 자리가 독(毒)으로 작용한 걸까요. 힌트는 5년여 전 새누리당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28주 연속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세론’까지 흘러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시나브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김 전 대표는 여당대표로서 별다른 실수 없이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립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당이 대통령 뜻을 거스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건 ‘대통령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죠.

하지만 대권주자라면, 이슈를 선점하면서 국민 앞에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어필하고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당대표’와 ‘대권주자’ 간 역할의 충돌이 발생합니다. 여당대표는 ‘청와대의 뜻’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반면, 대권주자는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김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도 여기서 기인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014년 10월,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라 김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개헌 봇물’ 발언 다음 날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을 제 불찰로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섰을 때도 김 대표는 ‘유승민 지키기’에 나섰으나 결국 청와대에 ‘백기투항’하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이 “김 대표가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현역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요구 명단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된 ‘공천 살생부’ 논란 때도 그는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다시 한 번 백기를 들었습니다. ‘안심번호 공천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친박계가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김 전 대표에게는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뒤따랐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한 지 30시간만 지나면 사과 메시지가 나온다는 의미였습니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여당대표로서 당의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국민에게는 ‘강단 없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대선 경쟁력을 깎아먹은 겁니다.

‘대권주자 여당대표’의 딜레마는 5년여 후 다시 한 번 재현됐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대표로 당선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0월, 동교동계 원로인 정대철 전 의원과 만나 동교동계 인사들의 민주당 복당 문제를 상의했습니다. 이러자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배신자들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 전 대표는 곧바로 “동교동계 원로들은 더불어민주당 밖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는다”고 물러섰습니다.

새해 첫 날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통합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친문을 위시한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문 대통령마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며 말을 거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보여주고 관철시키기는커녕, 국무총리 시절 쌓아올렸던 ‘진중한 카리스마 리더’ 이미지에 흠집만 남겼습니다.

임기 내내 ‘무대(무성대장)’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후퇴와 철회만 반복했던 김 전 대표는 ‘28주 연속 차기 대선주자 1위’라는 기록이 무색하게 두 번 다시 대선 레이스에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이 전 대표 역시 당대표 임기 내내 ‘대권주자 여당대표의 딜레마’에 시달리며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하고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과연 이 전 대표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이낙연 대세론’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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