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s 왓] 삼성물산, 친환경 행보 눈길…총수 이슈·안전 문제는 약점
스크롤 이동 상태바
[ESG's 왓] 삼성물산, 친환경 행보 눈길…총수 이슈·안전 문제는 약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19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 ESG 경영 SWOT 분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경영을 외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성과와 리스크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로 출발했던 ESG 의제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며 더 급격하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ESG를 평가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규제하는 입법 움직임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감지된다. <시사오늘>은 'SWOT 기법'(S-strength 강점, W-weakness 약점, O-opportunity 기회, T-threat 위협)을 통해 국내 주요 업체들의 ESG경영을 분석, 그들에게 어떤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기회와 위협이 있는지 짚어본다.

삼성물산
ESG행복경제연구소- ESG등급 A…환경 S  사회 B+ 지배구조 A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등급 A…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B+

삼성물산 CI ⓒ삼성물산
삼성물산 CI ⓒ삼성물산

S- 눈에 띄는 친환경 행보…脫석탄·신재생에너지 집중

ESG 측면에서 삼성물산의 강점은 친환경 행보다.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19일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탈석탄 에너지 정책과 친환경 요구에 대응해 신재생, 모듈러,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등 사회적 책임에 역할을 다하겠다"며 "친환경 분야와 디지털 유망 분야 신사업 모델 발굴을 통해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친환경 관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은 탈석탄을 공식 선언하고, 이미 시공 중인 국내외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도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선언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삼성물산은 현재 운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 화력발전소 관련 보유 지분 35% 중 10% 가량을 현지 협력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해 연말에는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추진실과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한 바 있다. 신사업추진실에서는 풍력, 태양광 등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사업 저변 확대와 LNG복합화력·저장 시설 등 친환경 사업, 디지털 대전환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층간소음연구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사업의 경우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에게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향후 삼성물산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 상속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 효과도 덤으로 얻게 된다.

W- 총수 사법 리스크·안전 문제로 불투명성 커져

그룹 총수이자 회사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이 재개됐다는 점은 삼성물산에게 있어 확실한 ESG 리스크다. 현재 검찰은 그룹 오너일가들이 지배력을 확대하고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을 저질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양사의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설정하고자, 건설부문 등 주력 사업을 축소시켜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인위적으로 띄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삼성물산의 ESG 경영은 송두리째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해당 재판은 장기화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안고 가야만 하는 실정이라는 점도 삼성물산에게 부담이다.

안전 문제도 최근 들어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현장은 2019년에도 한 노동자가 머리에 낙석을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까지 삼성물산과 해당 현장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령 전반에 대해 정기검사를 진행, 총 60건에 달하는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했다. 위반 사항은 안전조치 미흡, 안전교육 미실시 등 주로 안전 문제였다.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신년사가 불과 2달 만에 공염불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이 쇄도하자 삼성물산은 이달 초 노동자가 스스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오너일가 상속 문제로 인해 당분간 몸집을 크게 키우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늘어나는 건설현장에 비례해 안전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커 보인다.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19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삼성물산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19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삼성물산

O- 2021년 주총 계기로 ESG 경영 박차…투명성 제고될듯

삼성물산은 2021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일 주총에서 삼성물산은 기존에 있던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개편하고, 이번에 삼성물산의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 된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를 ESG 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 제고는 물론, ESG 성과도 발휘하겠다는 심산이다. 이 자리에서 고정석 대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ESG 경영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친환경, 인권존중, 상생협력의 기업문화를 확산하고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주주들 앞에 공언했다. 특히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중경 한국 가이드스타 이사장(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역임)이 새롭게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 이사장은 비록 과거 관료 시절 공격적인 환율 정책을 주도해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청문회 당시 자녀 학비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지만, 회계산업 쪽에서는 투명한 회계를 중시하기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특히 공인회계사회 회장을 지낼 때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구호를 앞세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 가운데 그가 오너일가의 희망사항과 투명한 회계 감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최 이사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오너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일어났다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T-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ESG 리스크 확대돼

ESG 측면에서 삼성물산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건 '사각지대'다. 삼성물산의 CSR보고서에서는 본사 관리·감독과 통제에서 벗어난 곳에서 ESG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삼성물산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7년 12만1711tCO2e, 2018년 8만7115tCO2e, 2019년 8만911tCO2e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각 사업장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7년 11만2514tCO2e, 2018년 14만4523tCO2e, 2019년 16만1466tCO2e으로 급증했다. 또한 안전 관련 지표 현황에서 부상·질병 발생률을 보면 국내는 2017년 0.38%, 2018년 0.41%, 2019년 0.33%로 줄었으나, 해외 사업장에서는 2017년 0.28%, 2018년 0.30%, 2019년 0.59%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파로 어떤 업체든 사업장 관리·감독과 통제 기능이 떨어진 상황인 만큼, 향후 더 확대될 공산이 커 보인다. 2015년 베트남 항만부두 공사장 붕괴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던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며, 보다 사각지대에 신경을 써야 ESG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약점으로 언급한 총수 이슈 역시 분명한 위협이지만,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한 이영호 사장, 삼성그룹 계열 노조 파괴 공작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정금용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사장 등을 교체했기에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이미 관련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