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주영 “YS 3당 합당 없었다면, 미얀마와 다르지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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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주영 “YS 3당 합당 없었다면, 미얀마와 다르지 않았을 것”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3.23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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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영 청년김영삼연구회 대표
“YS 연구는 그의 영결식 장면에서부터 시작돼”
“3당 합당 후 軍 종식, 민주투사로서 진면모 발휘”
“YS, 좌·우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시킬 지도자”
“보궐선거 YS 소환…시대가 하나로 가는 필연”
“국민의힘 혁신? 탄핵 수용하고, 박정희 버려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주영 청년김영삼연구회 대표와의 인터뷰는 19일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에서 진행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2000년생, 21세기의 시작을 함께한 Z세대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재임 중일 때 태어났다.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기억하는 세대다. 그런 그가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조명하는 연구회를 만들었다. 자신처럼 YS에 대한 추억이 없는 청년들과 함께 말이다.

창립 한지는 어느덧 1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강사빈 사무총장은 대학생이 됐다. 대학에 갓 들어갔던 조주영 대표는 어느덧 3학년이 됐다. 이들은 왜 YS 재평가에 나섰으며, 그간 어떤 연구를 진행했을까. 조주영 청년김영삼연구회 대표와의 인터뷰는 19일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에서 진행됐다.

(관련기사-강사빈 인터뷰: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848)

 

청년들이 YS를 연구한 이유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주영 대표는 2015년 영결식을 계기로 YS를 연구하게 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어떤 계기로 청년김영삼연구회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영삼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수는 이승만·박정희, 진보는 김대중·노무현을 내세운다. 하지만 YS에 대해 보수는 강경 보수에 의해 갈수록 적통이 아니라고 평가됐다. 진보는 3당 합당한 배신자로 취급했다.”

- YS가 보수·진보 양측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상징적으로 IMF가 가장 크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업적이 90이더라도, 과(過) 10으로 판단한다.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모두 위대한 공(功)이지만, IMF가 모든 공을 덮었다.”

- 그런 YS를 왜 연구하게 됐나.

“2015년 YS 영결식이 계기였다. 여야(與野)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이 대중들에게 잊히고, 인정받지 못한 그를 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화는 보수가, 민주화는 진보의 전유물 인양 이분돼 있다. 한쪽은 산업화를 했지만 독재를 했다. 다른 쪽은 민주화를 했지만 경제는 관심도 없다는 식이다. 그런데 YS는 양쪽 모두와 손을 잡았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 YS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계통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그런 이분법적 시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좌·우파를 독재냐 반독재냐 정도로 구분한다. YS는 보수가 맞다. 하지만 이 구도에서는 그 어디에도 속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3당 합당과 미얀마 쿠데타


보수와 진보 그 어디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던 결정, ‘3당 합당’에 대해 물었다. 1990년 YS(통일민주당)는 노태우 전 대통령(민주정의당), 김종필 전 국무총리(신민주공화당)와 3당 합당을 했다. 그의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군정 종식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란 평가와, YS의 정치적 야심이 불러온 ‘기회주의 야합’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 3당 합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3당 합당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진보에서는 ‘야합’으로 보는데.

“미얀마 쿠데타가 왜 일어났는지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그의 결정이 옳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아웅산 수치는 정권을 잡고도, 군부에 얽매여 있었다.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군사 쿠데타로 민주 정부가 엎어졌다. 3당 합당이 없었더라면, 또 YS가 대통령이 못 됐으면 우리나라도 비슷했을 거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아니라 결과다. 3당 합당이 군부와의 야합이었다면, YS는 5·18 특별법을 왜 만들었으며, 하나회는 왜 숙청했으며, 전두환·노태우를 왜 처벌했겠는가. YS가 민주투사로서 진면모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 DJ는 어떻게 평가하나.

“DJ는 현대사에서 미화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가령 1987년 양김(兩金)이 단일화에 실패해 노태우가 당선됐다. 경선 과정에서 YS가 다 양보했는데, DJ가 4자 필승론을 내세웠다. 급기야 당을 깨고 나갔다. 본인이 권력욕을 버리지 못했음에도, YS에게 군부와 타협한 배신자라며 이미지 메이킹한 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 혁신, 박정희 아닌 YS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YS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출간한 <고통에 대하여>에서 상당 부분을 YS로 채워 넣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도 “YS 정신을 기린다”며 부산 민주공원을 찾았다. 야권 단일화에서 패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상도동을 찾아 YS 민주주의와 개혁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 대표는 “결국, 이 시대는 YS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보궐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YS를 소환했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

“필연적으로 시대가 하나의 길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진영은 보궐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 ‘좌파 독재’ ‘민주화 세력의 오만’이란 평가는 그간 등한시했던 YS 정신을 되새기기 때문이다. 그가 하려던 민주주의는 이게 아니라는 거다. 만약 박정희 권위주의 시대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현 정권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결국, 이 시대는 YS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 하지만 국민의힘 당사에는 박정희와 YS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국민의힘이 장기적으로는 빅텐트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대립해온 두 사람을 나란히 걸어둔 것은 모순적이다. 보내줘야 할 사람은 보내주는 게 맞다.”

- 청년 세대의 지지를 위해 보수는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우선 탄핵부터 수용해야 한다. 탄핵 당시 찬성 여론은 80%가 넘었는데, 자유한국당 내 탄핵 불복 여론은 60~70%였다. 국민적 여론은 20%밖에 되지 않지만, 당의 과반수가 탄핵 불복을 지지했다. 그런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보이겠나.

그리고 박정희를 버려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박정희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다. 부모님이 나를 키웠지, 박정희 대통령이 왜 나를 키웠냐고 생각하는 세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좌파 독재’라고 비판하는데, 박정희는 독재가 아니었나. 새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YS를 내세워야 한다.”

- 지금 시대가 배워야 할 YS 정신은 무엇인가.

“탈권위주의와 소통이다. 노무현도 탈권위주의를 내세웠지만, 반대파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안 좋은 것만 물려받은 게 현 정권이다. 반면에 YS는 단순히 탈권위주의를 넘어서서, 상대방 의견을 잘 경청했다. 반대파라 할지라도 필요에 따라 기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협상이다. 과열된 진영대립에서 벗어나 타협이 필요하다.”

 

청년김영삼연구회가 다시 쓰는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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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김영삼연구회는 YS의 추억이 전혀 없는 청년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1년간 연구회를 운영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YS와 시대를 함께 보낸 사람들과 20대로 이뤄진 연구회 사람들이 보는 것이 달랐다. 그들에겐 위대한 업적이 우리에겐 별 것 아닐 수 있고, 우리가 높이 평가한 업적이 그들에겐 과소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YS의 추억이 전혀 없는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고 있다.”

- 젊은 세대에게 YS를 어떻게 알리고 싶나.

“YS 정신이 현대에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재해석하려 한다. 그가 어떤 정치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 가치가 현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접근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오래된 저서인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1964)>나 <40대 기수론(1971)>은 한자로 써져 있다. 이를 한글로 번역해 접근성을 높이고 싶다.”

- 연구회를 운영하며 힘든 점이 있다면.

“연구회는 모두 20대로 구성돼있다. 대학 졸업을 앞뒀거나 취업준비생이 대부분이다. 어떠한 뒷배도 후원도 없다. 오직 열정만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실 의지가 없다면 포기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럼에도 20대만이 느끼는 방식으로 연구하겠다.”

- 마지막으로 나에게 YS란 어떤 존재인가.

“21세기에 필요한 지도자다. 살아 돌아오신다면,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대표를 맡아 통합과 화합을 이루지 않았을까싶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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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2021-03-24 00:25:00
조주영 청년님, 진정 정치인 연구를 한다면 DJ를 미화됐다고 하는 데,(개인적 생각이 국힘당 성향이라서그런것 같군요. 노벨평화상도 인정안하는것 같은..)
YS만 연구하고 단순해 보입니다. DJ도 연구까진 아니더라도 공부 더 해보세요.
평화란 우리 분단 국가에서 얼마나 큰 일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