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s 왓] 현대건설, 기술력이 곧 사회공헌…수주 구설수·안전관리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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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s 왓] 현대건설, 기술력이 곧 사회공헌…수주 구설수·안전관리 걸림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24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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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ESG 경영 SWOT 분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경영을 외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성과와 리스크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로 출발했던 ESG 의제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며 더 급격하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ESG를 평가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규제하는 입법 움직임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감지된다. <시사오늘>은 'SWOT 기법'(S-strength 강점, W-weakness 약점, O-opportunity 기회, T-threat 위협)을 통해 국내 주요 업체들의 ESG경영을 분석, 그들에게 어떤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기회와 위협이 있는지 짚어본다.

현대건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등급 A…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
ESG행복경제연구소- 없음(국내 시총 상위 50개사 평가지수만 존재)

현대건설 CI ⓒ 현대건설
현대건설 CI ⓒ 현대건설

S- 업계 최고 수준 기술 보유…ESG로 진화한 'H 시리즈'

ESG 측면에서 현대건설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경쟁력 확대와 핵심 기술역량 확보를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기 위한 추진 전략으로 상정하고, 1989년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일찍부터 기술 개발에 집중한 업체다. 지난해에는 R&D센터를 기술연구소로 확대·개편, 기술솔루션연구실과 미래기술연구실을 운영하며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건설 기술, 비대면 트렌드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신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대건설의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기술능력평가액은 2020년 기준 1조7879억6700만 원으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현재 현대건설의 건설현장에는 무인 순찰·시공 작업용 로봇, 재해예측 AI, IoT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등 첨단 스마트건설 기술이 순차적으로 도입·적용되고 있다.

'H 시리즈'는 현대건설의 우수한 기술력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주거혁신 기술이다. 당초 H 시리즈는 현대건설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를 더욱 고급화하고자 2018년 꺼낸 전략적 주거 상품으로, 초기에는 'H 바스', 'H 그라운드', 'H 위드', 'H 월' 등 주거의 질 향상에 무게를 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 ESG 의제가 화두가 된 이후 H 시리즈의 방향성이 소폭 수정됐다. 아파트 안에서 친환경 유기농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H 클린팜',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H 바이크', 아이들이 깨끗한 공기 속에서 안전하게 놀이를 즐길 수 있는 'H 아이숲' 등 환경과 사회에 포커스를 맞춘 H 시리즈 상품들이 지난해 연이어 공개된 것이다. 최근에는 입주민들이 함께 재능을 나누고 중고물품도 거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H 나눔터'를 선보이며 시민 소통 공간을 제시하기도 했다. ESG를 통해 진화한 H 시리즈,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낳은 대표적인 ESG 성과가 됐다.

W- 악화되는 안전관리 역량, 모그룹 ESG 경영도 흔들려

현대건설은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도 재해를 100% 예방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는 건설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12명으로, 포스코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았다. 또한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2020년 9월까지 현대건설의 사업장에서는 총 17명의 사망자가 발생, 국내 30대 건설사 중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국회 환노위가 개최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현대건설이 소환된 이유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안전관리자를 더욱 확대하고 정규직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에)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이 됐다. 지난 11일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건설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머리에 철근을 맞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윤영준 사장에게 시작부터 어려운 과제가 생겼다.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의 안전관리 역량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중장기적 측면에서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이 펼치는 ESG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또한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본격적·공식적으로 정의선 체제가 출범하는 상황이다. 계열사들을 향한 시선도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거론했듯 현대건설은 현장에 첨단 스마트건설 기술을 적극 도입·적용하며 안전관리에 힘을 쏟고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다른 업체에 비해 사업장이 많다는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계약업체들의 근로손실일수는  2017년 0.951, 2018년 1.116, 2019년 1.31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들의 직업병 발병비율도 2017년 0.03, 2018년 0.08, 2019년 0.16으로 늘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으로 보인다.

조만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총수'(동일인)로 등극할 것으로 보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조만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총수'(동일인)로 등극할 것으로 보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O-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기대감↑

ESG 측면에서 현대건설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 있는 건 모그룹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하언태 사장은 "탄소중립 전략과 연계한 수소 사업 확대 등 현대차만의 ESG 경영 방식을 구축하고, ESG 강화 활동 등을 통해 고객가치 제고 기회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주주들에게 공언했다. 앞서 정의선 회장도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개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며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모그룹의 전략은 현대건설의 ESG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현대건설의 강점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ESG 경영의 폭을 확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스마트시티 협의체에 참여해 계열사들과 스마트시티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현대차의 신성장동력인 자율주행 관련 기술개발에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제철과 콘크리트용 슬래그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며, 폐수 재이용을 통해 공업용수 수량과 수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폐수 재이용 시스템도 개발·실증하고 있다. 범현대가(家)와의 공동연구도 눈에 띈다. 지난해 2월 현대건설은 현대일렉트릭과 차세대 전력 인프라·에너지 신사업 분야 공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신재생 발전, 에너지 신사업, 스마트 전력시스템 개발, 신송전 변전소 사업에서 상호 협력키로 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를 지속함으로써 얻는 시너지는 현대건설이 친환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T-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사회적 논란 야기

현대건설은 정비사업 수주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거의 매년마다 사회적 논란을 야기해온 업체다.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수주 당시 GS건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면서 이주비를 둘러싼 논란을 낳아 정부에게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줬고, 2019~2020년 한남3구역 수주전 때에도 현대건설을 비롯한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도한 특화설계 제안, 불법홍보 등 문제가 불거져 국토부가 입찰 무효와 재입찰 시정권고를 내리는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이슈가 재현되고 다시 그 중심에 현대건설이 서게 된다면 ESG 경영은 송두리째 흔들릴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에 금이 가면 아무리 많은 ESG 성과를 내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일제히 부진했다. 수주 성과가 아직 실적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나, 현대건설이 올해 실적 개선에 절치부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건설의 신임 사령탑인 윤영준 사장은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해 '현장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인 전임자 박동욱 사장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보다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현대건설이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최근 현대건설이 이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건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현대건설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산 우동1구역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첫 마수걸이 수주로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택했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대전 도마·변동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시공권을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냈다. 의도적으로 수주 경쟁을 피하는 모양새다. 정의선 체제 공식 출범이라는 모그룹 상황을 감안해 구설수에 오르는 걸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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