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설훈 “북한 변화시키려면 햇볕정책이 정답”
[북악포럼] 설훈 “북한 변화시키려면 햇볕정책이 정답”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3.3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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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온 정치인(173)> 설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3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3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고요했다. 3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강연장은 키보드 타이핑 소리마저 크게 느껴질 만큼 조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참석 인원을 제한한 탓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시대,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강연이 시작되자, 250여 석 규모의 학술회의장은 열기로 뜨거워졌다. 5선 의원의 관록과 초선 의원 같은 열정이 합쳐진 설 의원의 강연을 요약해 소개한다.

 

“제재에도 북한 쓰러지지 않는 건 대북 정책에 문제 있다는 뜻”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대북 관계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국민들이 ‘바이든 시대의 남북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궁금증에 대해 설 의원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 합의를 이룰 당시 방식을 북한에 대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주도적으로 이란 핵 협정을 완성했던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바이든 행정부는 블링컨 국무장관을 앞세워서 이란과 합의를 이룰 때 방식을 북한에 대입해보려 할 것이다.

다만 저는 그게 잘 안 될 거라고 본다. 우선 당시 이란과 지금 북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때 이란은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정치적 유연성이 있는 사회였다.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선 건 강경파가 득세했을 때고, 핵 합의를 했을 때는 온건파가 집권하던 시절이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모든 걸 결정하는 정권이다.

또 그때 이란은 저농도우라늄을 농축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원자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핵을 40개에서 60개까지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이걸 이란처럼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을 ‘바깥세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북핵 문제조차도 교류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이 엄청나게 제재를 가하는 데도 북한이 안 쓰러진다. 끝도 없이 가고 있다. 이건 미국의 정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이 딱 맞다고 생각한다. 햇볕을 내려쬐면 옷을 벗지만, 북풍을 내려치면 더 꽁꽁 싸맨다. 북한에 한류가 침투했다고 그러는데, 한류를 아는 북한 주민은 극소수다. 북한의 북쪽은 그래도 정보가 흘러들어가니까 조금 알지 몰라도, 북한의 남쪽 지방은 전혀 모른다.

세상을 알게 해야 한다. 시간은 걸리지만 가장 확실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길, 북한을 정상국가로 가게 하는 길은 교류다. 저는 햇볕 정책을 계속 했으면 전혀 다른 상황이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바텀업 방식 통하지 않아…평양 대표부 설치 제안”


설 의원은 효과적 북미 협상을 위해 평양 대표부 설치를 제안했다. ⓒ시사오늘
설 의원은 효과적 북미 협상을 위해 평양 대표부 설치를 제안했다. ⓒ시사오늘

설 의원은 또 북한과의 협상 방법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북한의 특성상, 바이든 행정부가 하려고 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실무진들이 협상을 통해서 다 결정해 놓고 나면 수뇌부끼리 만나서 정리하는 방식이다. 근데 이게 잘 안 될 거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실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무자는 김정은 위원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실무자이자 결정권자다. 북한은 초절정 독재국가기 때문에 실무자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북한은 우리 얘기를 듣고 열심히 기록만 하지 자기들 얘기는 안 한다. 제안이라는 게 없다. 아니, 제안을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결정권이 전혀 없는데 무슨 제안을 하겠나. 그래서 북한과 대화할 때 바텀업 방식은 의미가 없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는 바텀업 방식과 북한 특유의 탑다운 방식을 절충한 방안으로 ‘평양 대표부 설치’를 제안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바텀업 방식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 특성상 탑다운 방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거기서 협상하는 거다. 그래야 회담이 제대로 돌아간다.

무슨 협상을 하든 다 김정은 위원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데서 만나는 건 시간낭비다. 평양에서 협상을 하면서 바로바로 김정은 위원장이랑 연락을 해서 결재를 받도록 해야 회담이 제대로 돌아간다.

물론 미국이 이걸 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다. 대표부 설치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시키는 거니까. 그래서 북한도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 미국이 이산가족 문제 같은 걸 제안하면 북한이 받고, 그렇게 분위기가 풀어지고 나면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전향적인 얘기를 하고, 그에 맞장구를 쳐서 미국이 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식으로 단계를 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설 의원은 우리 정치권을 향해 일치된 대북 태도를 호소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 보수·진보가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손잡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대화를 통해서 남북문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 중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렇다고 ‘당신은 독재자니까 우리는 얘기 못 하겠다’ 하면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북한을 인정하고 주어진 현실 속에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제가 미국 정치인들하고 얘기를 해보면, 한반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어찌됐건 북한 문제를 풀려면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니 보수·진보가 북한에 대한 공통된, 그리고 연속적인 시각을 갖고 미국에 가서 상황을 이해시키고 설명해야 미국에서도 제대로 된 한반도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머지않아 북한 문제도 풀릴 거라고 확신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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